LG-GS 계열분리 설계부터 휴젤 M&A까지…숫자로 증명한 '정통 GS맨'의 독보적 위상
80곳 5000억 쏟아부은 벤처 투자의 허상…실적은 '할아버지 산업' 의존, 성과는 어디?
순익 늘어도 주주는 뒷전…PBR 0.3배 가둔 보수적 자본 배분과 '사촌 경영'의 폐쇄성
오너 일가 사익 편취의 정교한 설계자?…일감 몰아주기 규제 피한 '꼼수 관리'의 민낯
홍순기 ㈜GS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GS그룹 제공]
1986년 호남정유 공채로 입사해 40년 동안 오너가의 무한한 신뢰 속에 그룹의 곳간과 거버넌스를 설계해 온 인물. 지주사 출범 이후 CFO를 거쳐 2020년 대표이사 사장, 그리고 2024년 부회장 직함까지 달며 7년째 지주사 ㈜GS를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 지난해 인사에서 GS그룹은 현재의 3인 부회장 체제가 됐지만 오너일가가 아닌 유일한 인물. 2020년 허태수 회장 취임과 동시에 ㈜GS의 대표이사로 임명됐고, 지금까지 허 회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그룹 최고경영자.
재계에서 홍순기 ㈜GS 대표이사 부회장을 수식하는 지표들은 '정통 GS맨의 신화' 그 자체다. 그는 대기업 간 동업 관계 정리의 가장 모범적인 선례와 그룹의 신성장 영토를 개척한 장본인이지만, 그 찬란한 성벽 이면에는 '관리의 명가'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드는 주주 소외와 폐쇄적 지배구조의 짙은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져 있다.
◇ 'LG-GS 분업 신화' 주역에서 휴젤 M&A까지…숫자로 입증한 40년 공로
재계에서 홍순기 부회장에게 보내는 경의는 그가 GS그룹의 '탄생과 성장' 그 자체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그는 과거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시절, 전설적인 '구본무-허창수' 간의 계열 분리 실무를 총괄했다. 잡음과 소송이 난무하는 일반적인 대기업 분할과 달리, 단 한 건의 분쟁도 없이 깔끔하게 현재의 GS그룹을 독립시킨 일화는 대한민국 경영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주사 출범 사례로 꼽힌다.
7년 장기 집권 체제 동안 지주사의 기초체력을 다진 것 역시 그의 공로다. 홍 부회장은 철저한 재무 통찰력을 바탕으로 계열사들의 방만한 지출을 통제하고 지주사의 현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
특히 그의 과감한 실행력이 빛난 마스터피스는 글로벌 1위 보툴리눔 톡신 기업인 '휴젤(Hugel)'의 2조원 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보수적인 정유·에너지 기업이라는 GS의 한계를 깨고 2021년 M&A 컨소시엄을 주도해 바이오·메디컬 에스테틱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토에 깃발을 꽂은 이 대형 딜은, 홍 부회장의 정교한 재무 설계와 전략적 뚝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 재계의 객관적인 평가다.
◇ 5000억원 투자 신화의 민낯…실적은 여전히 '할아버지 산업'뿐
그러나 이처럼 숫자에 밝은 홍 부회장의 날카로운 리더십은, 허태수 회장 취임 이후 추진된 '미래 혁신' 국면에서 묘한 모순을 낳기 시작한다. 홍 부회장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인 GS벤처스와 해외 법인 GS퓨처스를 출범시키며 전 세계 80여개 스타트업과 벤처펀드에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GS를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젊은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함이었다.
화려한 투자 명단 뒤에 숨겨진 실질적 성적표는 내세우기 힘들어 보인다.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DX)과 바이오·친환경 소재 베팅에도 불구하고,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70% 이상은 여전히 '할아버지 세대'부터 해오던 정유(GS칼텍스)와 유통(GS리테일)에서 쏟아져 나온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5년 넘게 지속된 벤처 투자가 실질적인 현금 흐름(Cash Flow)을 창출하기보다 오너가의 '미래 혁신 비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마케팅' 혹은 '장부상 평가 이익'이라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주주 소외가 가둔 'PBR 0.3배'의 그늘
홍 부회장의 철저한 자본 통제는 지주사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었을지 모르나, 그 과실을 일반 주주들과 나누는 데는 인색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SK, LG 등 경쟁 지주사들이 30~40%대의 주주환원율을 약속하며 자사주 소각을 단행할 때, (주)GS는 10대 그룹 중 가장 보수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고수하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연결 당기순이익이 수조원씩 찍히는 호황기에도 일반 주주를 위한 자사주 소각 실적은 전무했다. 장부상 가치의 3분의 1 수준인 PBR 0.3배에 갇혀 있는 주가는, 홍 부회장의 '자린고비 자본 배분'에 대한 시장의 불신임을 의미한다. 일각에서 나오는 "주주 이익보다 오너가의 경영권 방어와 내부 곳간 축적에만 최적화된 재무 설계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 '사촌 경영' 뒷받침한 0.1%p 꼼수 지배구조의 민낯
LG와의 분할 후 완벽한 '사촌 경영'을 이룬 GS그룹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경영학 교과서에서 가장 좋은 선례로 꼽힌다.
하지만 홍 부회장의 정교한 재무 설계 능력이 전문경영인으로서의 '감시와 견제'가 아닌, 오너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편취 구조를 지키는 '방패'로 쓰였다는 의혹은 짙은 그림자로 남아 있다.
과거 오너 4세들이 지분 80% 이상을 쥐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섰던 SI 계열사 GS ITM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홍 부회장은 2018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오너가 지분율을 정확히 19.9%로 맞췄다. 당시 공정거래법상 비상장사 규제 기준선인 20%를 단 0.1%p 차이로 비껴간 정교한 설계였다. 법망의 칼날은 피하면서 내부 일감 거래 구조는 교묘하게 유지하는 방식을 지휘한 셈이다. 홍 부회장은 2009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GS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며, 11년간 지주사 살림을 도맡았다.
나아가 지주사 체제 밖에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GS네오텍과 같은 비상장 방계 회사들을 독립 위성 체제로 남겨둔 점도 도마 위에 오른다. 이들은 지주사법상의 행위 제한 규제와 투명한 공시 의무를 피해 가며, 그룹사 내부 거래를 통해 오너 일가의 '개인 곳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오너 4세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홍 부회장의 역할은 기업 가치 제고가 아닌, 사각지대 거래망을 안전하게 관리해 주는 '맞춤형 집사'에 가깝다는 재계의 시선은 그래서 더 서늘하다. 곳간은 채웠으나 주주의 신뢰는 잃었고, 신사업의 깃발은 꽂았으나 실적의 결실은 맺지 못한 '홍순기 호'의 아이러니는 40년 충성의 유산 앞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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