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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익경기자가 만난 대한민국 3인의 변호사] 세상의 모든 사건 6편

은행의 송금메모 기능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처럼 쌍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 없고, 단지 금융 거래 내역을 식별하고 관리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존재하는 기능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일차적으로 피해자가...

[장익경기자가 만난 대한민국 3인의 변호사] 세상의 모든 사건 6편

연인과 헤어지거나 지인과 크게 다투고 난 뒤, 상대방의 연락을 피하기 위해 전화번호나 메신저를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연락망이 차단되었을 때, 은행 계좌로 ‘1원’씩 소액을 이체하면서 ‘받는 분 메모(송금메모)’ 란에 짧은 메시지를 남기는 기상천외한 우회 방식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이 메모에 단순한 안부가 아니라, 심한 성적 수치심을 주는 욕설이나 음란한 문구를 적어 보냈다면 범죄가 성립할까? 오현성, 추형운, 박성환 변호사를 만나 은행 송금 기능이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범행 수단이 될 수 있는지, 최근 대법원 판결(2025도12709)을 중심으로 명확한 법적 시각을 짚어보았다. <편집자 주>

사진 좌측부터 / 오현성 변호사, 추형운 변호사, 박성환 변호사, 장익경 기자

Q1. 연락처가 차단되자 1원씩 보내며 송금메모로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실제 실무에서도 종종 발생하나요?

답 오현성 변호사

네, 실무에서 종종 접하는 사례입니다. 피고인 A씨는 피해자 B씨에게 휴대전화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여 1원씩 송금하면서, '송금메모(받는 분에게 표기)' 기능을 활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문구들을 지속적으로 작성하여 보냈습니다. 결국 A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Q2. 흔히 '통매음'이라고 불리는 이 범죄에서 이 사건의 가장 핵심이 된 법적 쟁점은 무엇이었습니까?

답 추형운 변호사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이용음란)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따라서 은행의 계좌이체 내역 표시 기능인 송금메모가 전화나 우편과 같은 법적인 ‘통신매체’에 포함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Q3. 항소심(원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나요? 송금메모를 통신매체로 인정했습니까?

답 박성환 변호사

아닙니다. 원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은행의 송금메모 기능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처럼 쌍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 없고, 단지 금융 거래 내역을 식별하고 관리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존재하는 기능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일차적으로 피해자가 아닌 은행 시스템에 전달되는 정보이므로 통신매체로 보기는 어렵다며 엄격하게 구분한 결과입니다.

Q4. 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고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어떤 이유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했나요?

답 오현성 변호사

대법원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인지 그 본질을 짚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법이 '성적 자기결정권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통신매체'란 일반적으로 정보나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이면 충분하고, 반드시 양쪽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쌍방향 소통 기능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아주 넓게 해석했습니다.

Q5. 일방적인 전달이라도 목적만 달성하면 통신매체가 될 수 있다는 뜻이군요.

답 추형운 변호사

맞습니다. 송금메모는 계좌이체를 하면서 송금인의 이름이나 거래 목적 등 '원하는 정보'를 입금받는 사람에게 간결하게 표시하는 기능입니다. 결국 돈을 받는 사람에게 일정한 형태의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맞으므로, 휴대전화를 이용해 송금메모로 음란한 메시지를 도달하게 한 행위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범죄 요건을 정확히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Q6.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가지는 의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답 박성환 변호사

이번 판결은 가해자가 어떠한 꼼수를 써서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그것이 피해자에게 도달하여 성적 수치심을 주었다면 예외 없이 처벌하겠다는 법원의 단호한 입장을 보여줍니다. 쌍방향 소통이 불가능한 은행 시스템을 악용했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만약 차단을 뚫고 송금메모 등으로 원치 않는 음란성, 폭력성 메시지가 온다면 해당 거래내역 화면을 캡처해 증거로 모아두어야 합니다. 반대로 가벼운 마음에 송금메모에 험한 말이나 성적인 조롱을 남겼다가는 통매음이나 스토킹 처벌법 등에 의해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데스크 한마디

차단된 연락망을 뚫고 1원씩 보내며 쏟아내는 교묘한 언어폭력. 하급심은 이를 은행 시스템의 부수적 기능으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며 통신매체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했다. 수단과 방법이 무엇이든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과 공포를 전달했다면, 더 이상 어설픈 '꼼수'로 법망을 피할 수 없는 명백한 중범죄다.

당사의 보도 기사는 오탈자 및 비문 수정, 선정성, 혐오 우려 포현 등을 필터하기 위해 AI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장익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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