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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칼럼] AI 기반 전장은 ‘속도’와 ‘데이터’ 싸움, ‘국방첨단전력산업법(가칭)’ 제정이 마지막 기회다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6.04.29 09:52
ㅣ 수정 : 2026.04.29 09:52
산업·기술·제도 아우르는 법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K-방산의 지속가능성 담보할 수 없어
[뉴스투데이=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 최근 K-방산은 수출 확대와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전장의 본질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심지어 이란까지도 기존의 장기·고비용·단계별 무기획득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인공지능(AI)·데이터·소프트웨어(SW) 중심의 ‘속도 기반 전력화’ 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특히 AI를 활용한 실시간 전장 정보 공유와 저비용 드론의 대량 양산체제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불과 1~2년 내 개발과 배치가 이루어지는 전장 환경에서 10~15년이나 걸리는 전통적 획득 방식만으로는 효과적 대응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조차 2027년 무려 84조원(570억 달러) 규모의 저비용 드론 예산을 반영하며 이러한 흐름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현재 무기획득, 장기·고비용·단계별 개발 구조로 AI·SW 도입 부적합
그런데 우리는 과연 어떠한가? 현재 국내 무기획득체계는 여전히 100% 완전성을 전제로 한 작전요구성능(ROC) 중심, 장기·고비용·단계별 개발 구조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방위사업감독관실을 통한 단계별 검증과 승인절차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다. 이는 AI·SW 중심 무기체계에는 구조적으로 부적합한 시스템이다.
더욱이 군사보안으로 인해 실제 데이터 활용이 제한되면서,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한 AI 무기체계 개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합성데이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보완하고 있으나, 실제 전장 환경에서의 성능 검증을 위해서는 야전 운용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한계로 방위사업청의 200여 개 무기개발사업 중 AI 기반 무기체계는 사실상 전무하며, 대부분 기술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위사업청이 최근 제시한 ‘첨단전력 획득절차 개선방안’은 단순한 제도 보완을 넘어 K-방산의 미래를 좌우할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지난 10여년간 신개념기술시범(ACTD), 신속시범, 신속소요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왔지만, 이는 주요국과 같은 무기획득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라기보다 기존 전통적 무기획득 틀 내에서 보완적 조치에 그치고 있다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방사청이 제시한 획득절차 개선방안의 핵심은 ‘유연성, 개방성, 속도’
방위사업청 개선방안의 핵심 방향은 ‘유연성, 개방성, 속도’에 있다. 이는 군의 시급한 임무(mission)를 신속히 해결하는 솔루션(solution) 중심 접근, 민간의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는 공모형 획득체계, 그리고 빠른 실증과 반복적 개선을 가능하게 하는 애자일(Agile) 개발 방식을 주요 축으로 한다.
특히, 최소기능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2~3년 내 전력화하고, 실제 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구조는 기존의 전통적 획득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이는 ‘선(先) 실전 배치–후(後) 반복 개량’의 순환 구조를 통해 전력화 속도와 운용 적합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무기획득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사실 첫 시작일 뿐이다. 이보다 근본적인 제도 혁신, 즉 국정과제에 명시된 ‘국방첨단전력산업법(가칭)’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법은 단순한 획득절차 개선을 넘어, 민간 첨단기술의 국방 적용(Spin-on), 국방기술의 민간 확산(Spin-off), 생산능력 확대(Spin-up)를 아우르는 종합적 틀로 설계되어야 한다.
아울러, 공급망 안정화, 투자 인센티브, 지식재산권 보호까지 포괄하는 산업·기술·제도 통합 법제로 구축함으로써, ‘AI·SW 기반 방산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미래 전장이 요구하는 유연성, 개방성, 속도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국방첨단전력산업법(가칭)’ 제정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방향이 담보되어야 한다.
민간 첨단기업 중심 참여 구조 만들고, 개발 속도 더욱 단축해야
첫째, 민간 첨단기업 중심의 참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처럼 참여 대상이 불명확할 경우 기존 방산기업 중심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과거와 같이 AI·드론·SW 기업의 진입을 다시 가로막을 우려가 크다. 이미 스타링크, 팔란티어 고담 등 민간기술이 전장을 주도하는 시대에 기존 방산기업 중심의 개발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미국 신속획득법(OTA, Other Transactional Authority)과 같은 제도를 참고해 비전통 방산기업(non-traditional contractor)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방산기업은 민간기업과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를 의무화함으로써 개방형 협력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한국형 팔란티어와 같은 혁신기업의 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개발 속도를 더욱 단축해야 한다. 특히 현 첨단전력사업에서 임무 제기부터 사업계획 수립까지 최대 1년이 소요되는데, 이는 글로벌 기준에서 크게 뒤처진 속도다. 미국 국방혁신단(DIU)의 경우 3개월 내 공모와 계약이 이루어지며, 우크라이나 역시 수개월 단위로 시제품을 개발·투입하고 있다. 따라서 소요기획 기간을 최소 3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시제품이 1~2년 내 전력화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사업 범위 후속양산까지 확대하고, 신속 솔루션 제공 체계 마련해야
셋째, 사업 범위를 기술개발-시제품-후속양산까지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시제품(MVP) 중심 획득절차 개선만으로는 민간기술의 업그레이드와 지속적 성능개량이 어려운 구조다. AI·SW 특성상 반복적 업데이트와 데이터 기반 개선이 가능하도록 미 OTA 방식으로 기술성숙도(TRL) 1~8단계 전 구간을 포괄하는 획득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넷째, 시급한 임무 해결을 위한 신속 솔루션 제공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100% 완전성을 전제한 작전요구성능(ROC) 중심 무기개발 방식과 병행해 AI·드론·SW 기반 무기체계 특성을 반영한 ‘임무 중심’ 접근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초기 단계에는 85% 수준의 시제품을 신속히 개발·적용함으로써 전장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획일적인 시험평가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실제 운용부대 중심의 실증 테스트(Field Test)를 통해 성능을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임무 수행 부대에 일정 수준의 평가 및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현장 기반의 신속한 도입과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 개발단계에 걸쳐 소요군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해 개발 주체와 운용 주체 간 충분한 소통을 보장해야 한다.
운용 부대 실증 테스트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이 입증된 경우 수의계약을 통한 소량 생산을 허용하고, 이후 야전 운용과정에서 축적되는 피드백을 반영해 지속적인 성능개량과 단계적 양산으로 연계하는 ‘진화적 획득(Evolutionary Acquisition)’ 구조를 정립해야 한다. 이는 전력화 속도와 운용 적합성을 동시에 제고하는 실질적인 획득 혁신 방안이 될 것이다.
실제 데이터 적용할 안전한 데이터 활용 및 실증 환경 구축 필요
다섯째, 실제 데이터를 적용할 수 있도록 안전한 데이터 활용 및 실증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AI 기반 무기체계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으며, 이를 차단한 상태에선 어떠한 혁신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험부대 지정과 함께, 군사보안을 전제로 안전한 데이터 활용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군사보안을 고려한 전용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되, 단순한 보안 통제 수준을 넘어 다양한 작전 환경을 통합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즉, 주·야간, 기상 변화, 지형 조건 등 전천후 작전 환경을 반영하고, 개발업체와 소요군이 상시 협업하며 실증과 개선을 반복할 수 있는 개방형 실증 플랫폼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테스트베드는 전국 방산 AI 거점 조성과 연계 또는 새만금과 같은 대규모 부지를 활용해 무인체계·MUM-T·AI 기반 전투 실험이 가능한 복합 실증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권역별 거점은 각각의 작전환경과 산업 기반을 반영한 특화 기능을 수행하면서, 데이터 공유와 표준화를 통해 상호 연계된 ‘국가 방산 AI 실증 네트워크’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간 분산된 실증 역량을 통합하고, 민·군·산·학이 함께 참여하는 상시 협업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결국, 보안과 활용의 균형을 전제로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반복적 실증과 성능개량이 가능한 체계 구축이 AI 방산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 될 것이다.
민간 첨단기업의 지식재산권 보장하는 방향으로 IP 체계 혁신해야
마지막으로 민간 첨단기업의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IP 체계 혁신이 필수적이다. 민간기업 중에서도 특히 AI·SW 기업의 방산 진입을 위해서는 연구주관기관(기업)이 개발 성과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정부는 목적 기반 실시권(Government Purpose Rights)을 확보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하며, 이는 Bayh-Dole Act 이후 검증된 모델이다.
민간의 선행기술과 SW에 대한 소유권을 명확히 보장하지 않으면 기업의 참여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스타트업에서 방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팔란티어 사례처럼 지식재산권 보장이 혁신기업의 방산 진입과 성장을 좌우한다. 따라서, 새로 제정되는 첨단국방전력산업법(가칭)에서라도 연구주관기관 중심의 소유권 보장을 제도화해 민간의 기술투자와 참여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AI 기반 K-방산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결국, AI 기반 전장은 속도와 데이터 싸움이다. 지금과 같은 전통적 무기획득 제도만으로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국방첨단전력산업법(가칭)’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산업·기술·제도를 아우르는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K-방산의 지속가능성은 결코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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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프로필
▶ 전북대학교 첨단방산학과 교수, 전북대학교 국방산업연구소 부소장, 前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前 미국 CSIS 객원연구원, 2022년 자랑스러운 방산인(방산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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