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후임 CEO로 지명된 존 터너스. [출처=연합]
애플이 15년간 이어진 '팀 쿡 시대'를 마무리하고,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젊은 리더를 전면에 세운다. 지난 2011년 스티브 잡스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어온 쿡은 오는 9월 1일 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이동한다.
차기 CEO로 낙점된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아이폰을 비롯한 핵심 제품 개발을 이끌어온 인물로, 애플의 전략 축을 유지하면서도 인공지능(AI) 대응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이번 인사는 애플이 AI 시대를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엔지니어 CEO 선택…하드웨어 중심 전략 유지 시그널
터너스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에어팟 등 주요 제품군의 개발을 총괄해온 '하드웨어 통'이다. 특히 침체됐던 맥 사업을 반등시키고, 자체 칩 전환 전략인 '애플 실리콘' 확대에 핵심 역할을 한 점이 높게 평가된다. 이는 애플이 AI 시대에도 여전히 하드웨어를 중심 축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업계는 AI가 플랫폼 경쟁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도 애플은 △하드웨어 경쟁력 유지 △소프트웨어·서비스 결합 △사용자 경험 중심 전략 등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본다. 결국 터너스 체제는 '하드웨어 기반 AI 확장'이라는 노선을 택한 셈이다.
◆'외부 AI 수용' 전략…차별화인가, 리스크인가
애플의 AI 전략은 경쟁사들과는 결이 다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가 초거대 AI 모델 경쟁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반면, 애플은 외부 모델을 적극 활용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어서다. 실제 애플은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을 도입하는 등 개방형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인프라 경쟁을 피하고, 자사가 강점을 가진 디바이스·서비스 통합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다.
다만 외부 기술 의존이 심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AI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반대로 자체 모델 경쟁에 뛰어들지 않음으로써 비용 효율성과 속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AI 지각생' 꼬리표…터너스의 최대 시험대
문제는 현재 애플의 AI 경쟁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AI 기능을 강화한 음성비서 '시리'는 발표 이후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애플을 'AI 지각생'으로 바라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터너스는 취임 초기부터 AI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강한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애플이 AI 대응에 실패할 경우 ‘블랙베리 사례’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터너스 체제의 성패 역시 결국 AI 전환의 속도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팀 쿡 유산'…양적 성장 완성, 구조 전환은 미완
퇴임하는 쿡 CEO는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의 방향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전례 없는 양적 성장을 이끌었다.
쿡 CEO 재임 기간 애플 시가총액은 약 3500억달러에서 4조달러로 성장했다. 애플 워치·비전프로 같은 하드웨어 제품들이 이 기간 출시됐고 아이클라우드·애플TV·애플뮤직 등 여러 서비스도 이 기간 나왔다. 다만 AI와 증강현실(AR) 분야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보이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측면에서는 과제를 남겼다는 평가도 동시에 존재한다.
터너스는 지난해 말부터는 하드웨어와 디자인 전체를 아우르는 '총괄 책임자(Executive Sponsor)' 역할을 맡으며 사실상 후계 작업을 시작한 바 있다. 쿡과는 달리 기술 중심 리더라는 점에서 실행 속도 측면에서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AI 경쟁력 확보 △새로운 디바이스 카테고리 창출 △서비스 생태계 확대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향후 애플 전략이 △AI 자체 모델 개발 확대 △스마트 안경 등 차세대 디바이스 출시 △서비스 중심 수익 구조 강화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중심 전략이 AI 시대에도 유효할지가 최대 변수인 만큼, 애플은 또 한 번의 전환점에 서 있다"며 "잡스가 혁신을 만들고 쿡이 규모를 키웠다면, 터너스는 AI 시대의 애플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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