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광주중수청장 “광주는 ‘마음의 빚’이 있는 도시”
[본사 방문 인터뷰]
“초대 광주중수청장 책임감 크다”
2007년 광주지검 근무 광주와 인연
영화 ‘도가니’ 인화학교 사건 맡아
힘들 땐 5·18 묘지 찾아 마음 다져
기대 헛되지 않게 제 역할 하겠다
2026년 10월 15일(목) 19:50
“중수청은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국민 열망의 결과니까, 초대 광주중수청장으로서 더욱 잘 해야 한다는 생각 뿐입니다.”
15일 광주일보 본사를 방문한 임은정 신임 광주중대범죄수사청장은 “‘마음의 빚’이 있는 곳이자 정신적 지주, 마음의 위안을 얻는 곳인 광주 지역에서 중수청장을 맡게 된 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 청장이 광주지역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19년만이다. 부산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30기인 임 청장은 지난 2007년 광주지검 검사로 근무하면서 광주와 인연을 맺었다.
광주지검 근무 당시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1심 공판검사를 맡았다. 임 청장은 검찰 내부망에 해당 사건 재판과 관련, 가해자들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는 사실에 치가 떨린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임 청장은 “도가니 사건은, 이미 수년간 수사를 진행해 온 상황에서 6개월여간 남은 조사를 하고 공판검사를 했을 뿐인데 과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서도 “광주 인화원 출신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광주 곳곳의 ‘카페홀더’에서 이따금씩 명예점장을 하며 (마음 속) 빚을 갚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광주는 임 청장에게 마음을 다잡고 위안이 되는 공간이기도 했다.
임 청장은 정신적으로 힘들 때, 이따금씩 국립5·18민주묘지에 들러 송건호 선생의 묘지를 찾아가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송 선생은 1980년 5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군 당국에게 고문당하고 옥살이를 해 5·18민주묘지에 안장된 언론인이다.
앞서 임 청장은 2019년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송건호 언론상’을 받았다. 임 청장은 검사 신분임에도 ‘검찰의 정의·법치·소통 회복을 주장하며 검찰의 오랜 침묵을 깨 저항언론 운동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언론상을 수상했다.
임 청장은 “부임을 앞두고 5·18민주묘지를 찾아 송 선생 묘지에서 ‘잘 견디겠다’고 다짐을 하고 왔다”며 “송 선생뿐 아니라 전남도청에서 5·18 당시 사살당하고, 빨갱이로 몰렸던 시민들 앞에서 고작 ‘말 폭탄’을 맞아 힘들다고 할 순 없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했다.
임 청장은 중수청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광주 지역을 홀대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마음도 전했다.
임 청장에 따르면 검사들 사이에서는 ‘임은정 리스크’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기도 했다고 한다. 임 청장이 폐쇄적인 검찰 조직 문화를 무릅쓰고 소신에 따라 ‘옳은 소리’를 많이 해 왔던 터라, 임 청장과 일하면 구설수에 오를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임 청장은 “서울동부지검에 있을 때도, ‘임은정 리스크’로 구설에 올라 애먼 지검 사람들이 폭탄을 맞을까 조심스러웠다”며 “저로서는 언제나 했던 대로 할 말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서 뿌리를 잘 내리고 열심히 해서 광주 중수청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가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광주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역할을 했듯, 광주 중수청이 국가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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