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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가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여름 휴가철 일본행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규슈에서 강진이 나고 본토 곳곳이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갇히면서 일정을 잡아 둔 여행객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 매도액은 315억 엔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고객에게 원화를 받고 내준 금액으로, 2024년 12월(322억 엔)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많다. 6월보다 78억 엔 늘었고 올해 누적 매도액은 1783억 엔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2637억 엔)의 68%에 이미 도달했다.
환전이 몰린 배경에는 환율이 있다. 원·엔 환율은 2024년 7월 이후 2년 만에 800원대로 내려왔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엔화 실질실효환율은 조사 대상 64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요는 이미 지표에 찍혔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567만 5100명으로 1년 전보다 18.6% 늘었다. 전체 방일 외국인이 2% 줄어든 가운데 나온 증가로, 방일객 넷 중 한 명 이상(26.9%)이 한국인이었다. 6월만 놓고 봐도 78만 7100명이 일본을 찾았다.
변수는 28일 오후 터졌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27분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10㎞, 흔들림은 일본 기상청 진도 계급 최고 단계인 진도 7이 관측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29일 오전 사망자를 13명으로 밝혔고 구마모토현 재해대책본부가 공식 확인한 사망자는 3명, 심폐정지 상태는 5명이다. 집계는 수색 진행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가시마마치의 이온몰 구마모토에서는 지진 약 1시간 뒤 폭발과 함께 건물 일부가 무너져 20대 여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기반시설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29일 오전 기준 구마모토현 17개 시·정·촌 약 14만 가구가 단수됐고 3만 4000여 가구는 정전 상태다. JR규슈는 이날 첫차부터 규슈 신칸센 전 구간 운행을 멈췄고 구마모토공항에서는 일본항공 11편과 전일본공수 2편이 결항해 1600명가량이 발이 묶였다. 본진 이후 진도 1 이상 여진은 100차례를 넘었다.
문제는 한국인 여행 수요와 직접 맞물린 지역이라는 점이다. 구마모토는 온천과 유적을 묶은 규슈·후쿠오카 패키지의 단골 코스다. 지진 직후 구마모토공항이 활주로를 일시 폐쇄하면서 인천발 대한항공 KE2155편이 결항했고 공항은 같은 날 오후 7시 운영을 재개했다.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의 구마모토 노선은 이후 정상 운항 방침이며 한때 멈춰 섰던 규슈 지역 철도도 상당 부분 재개됐다.
지진과 별개로 폭염도 이미 여행 일정을 흔들고 있다. 일본 총무성 소방청 집계를 보면 13~19일 일주일간 열사병으로 병원에 이송된 사람은 1만 857명으로 직전 주(4580명)의 두 배를 넘었다.
이 가운데 14명이 숨졌다. 47개 광역지자체 중 42곳에 열사병 경계경보가 내려졌고 22일 미에현 구와나시는 40.6도를 기록했다. 일본 기상청은 태평양고기압 영향으로 9월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행 계획을 조정할 때 기준은 두 갈래다. 규슈 남부와 구마모토 인근은 여진과 급수·전력 복구 상황을 확인한 뒤 움직이는 편이 안전하다. 도쿄·오사카·교토처럼 걷는 시간이 긴 도시는 지진보다 더위가 실질적인 변수다. 한낮 야외 일정을 실내로 옮기고 동선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항공권과 숙소의 취소·변경 규정은 재해 상황에 따라 항공사별로 달리 적용되는 만큼 예약처에 개별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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