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핀포인트DB)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전력 안정화를 돕는 핵심 부품인 ‘실리콘 커패시터’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AI 공급망 진입에 성공했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기는 글로벌 대형 기업을 대상으로 약 1조 5,570억 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단일판매·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 금액은 삼성전기의 지난해 전사 매출액 대비 13.8%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총 2년간이다. 업계에서는 비밀 유지 조건에 따라 가려진 계약 상대방을 미국 빅테크 기업 중 한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수주는 삼성전기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공들여 육성해 온 AI 부품 신사업에서 거둔 첫 번째 대규모 장기 공급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세라믹 유전체를 물리적으로 쌓아 올리는 기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달리, 반도체 제조 공정인 파운드리를 활용해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전체와 전극을 형성하는 첨단 수동소자다. 두께를 50µm(마이크로미터) 수준까지 극도로 줄일 수 있어 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나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지 내부에 탑재하기 용이하다.
최근 AI 반도체의 급격한 데이터 처리량 증가로 전력 소모와 노이즈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바로 옆에서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필수재로 꼽힌다.
증권가와 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이 삼성전기의 중장기 펀더멘털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실리콘 커패시터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인증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그동안 일본 무라타 등 소수 기업이 시장을 과점해 왔다”라며 “삼성전기가 기존에 보유한 초미세 공정 역량을 바탕으로 기술 독점을 깨고 독자적인 공급망 지위를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커패시터는 기존 MLCC 대비 단가가 매우 높고, 삼성전기가 디자인과 테스팅을 주도하는 팹리스 형태로 비즈니스를 수행해 대규모 설비 투자 부담이 적다”라며 “2년간 단계적으로 매출이 반영되면 전사 영업이익률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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