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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노성인 기자] 지난달 밸류업 공시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계획 없이 면피용 계획만 담긴 ‘속 빈 강정’ 공시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일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이 두돌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총 587개사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 상장사가 305개사, 코스닥 상장사가 282개사로 집계됐다. 밸류업 공시가 시행된 지난 2024년 2분기 3곳에 비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예고 공시를 제외하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 본 공시를 한 기업은 180개사 수준이었다. 그러나 과세 특례를 적용받으려는 상장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익배당을 결의한 뒤 다음 날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해야 하면서 고배당 기업들이 일제히 밸류업 계획을 올린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관련 조치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 지난달 6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년 연속 1배 미만인 기업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도 7월부터 업종별 PBR 하위 20% 또는 PBR 1 미만 기업들로 구성된 ‘저PBR 명단’을 공개하는 가운데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은 공시한 한 기업은 이를 일정 기간 유예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한국거래소
문제는 기업들이 일단 세제 혜택 및 저PBR 기업 공개 유예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정작 내용은 부실한 ‘맹탕 공시’를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본 사례에 비해 참여도도 부진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밸류업 공시 내용이 20줄에 불과하기도 했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아무리 ‘약식’ 공시라고 하지만 삼성전자의 세계적 위상과 지난 2년간 밸류업 계획 발표를 기다린 주주들의 염원에 비하면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며 “주주 관점에서 삼성전자 주주총회와 밸류업 공시 핵심은 현재 연 100조원에 육박하는 잉여현금흐름(FCF) 사용 계획 및 자본배치 대원칙을 밝히는 것이었지만 해당 내용은 전무했다”라고 짚었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배당소득 특례요건 충족 사실 등 핵심 내용을 뺀 나머지 서술 내용은 기업의 자율에 맡기면서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이나 사내 리스크 요인 등은 공시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2023년 관련 공시(자본비용·주가 의식 경영 요구) 도입 이후 2년 1개월 만에 프라임시장(최상위 시장) 상장사 92%, 2부 시장 격인 스탠다드시장 상장사도 51%가 공시를 올린 것에 반해 국내의 경우 코스피에선 전체 36.3%(305사), 코스닥에선 16.2%(282사)만 공시를 게시한 것도 코스피 600시대에 무색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처럼 거래소가 직접 상장사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쿄거래소는 실효적 공시를 위해 금융청에서 기업지배구조 코드 개정과 연계해 경영자원의 적절한 배분이라는 기준을 밸류업 평가에 포함 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서 단기적인 주주 환원보다 중장기 사업 전략과 투자 계획을 설명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공시가 될 수 있다”며 “패널티 보다는 혜택 강화를 통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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