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공유 한계 극복
연합학습 기술의 원리
한국형 모델의 경쟁력
K멜로디 사업 본격화
3줄 핵심 요약
① 연합학습은 원본 데이터를 옮기지 않고 AI가 직접 데이터를 찾아가 학습하여 보안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② 보건복지부 주관 K-MELLODDY 사업은 2028년까지 연합학습을 활용해 신약개발 AI 모델을 개발한다.
③ 서울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과 제약사가 참여해 데이터 외부 반출 없이 고성능 AI 성능을 확보한다.
Q&A
Q. 연합학습이 신약개발에 왜 중요한가
A. 환자 개인정보와 기업 기밀 때문에 병원 데이터 외부 반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데이터 이동 없이 AI를 학습시켜 고성능 신약개발 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Q. K-MELLODDY(케이멜로디) 사업의 목표는
A. 보건복지부와 과기정통부가 주관하여 2028년까지 연합학습 기반의 ADMET 예측 AI 모델을 개발하고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Q. 연합학습은 해킹으로부터 안전한가
A. 원본 데이터가 아닌 수치화된 '가중치'만 주고받으며, 암호화 기술과 탐침 공격 차단 기술을 적용해 기존 방식보다 보안성이 월등히 높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국가 R&D 프로젝트 'K-MELLODDY'가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을 통해 AI 신약개발의 데이터 폐쇄성 문제를 정면 돌파한다. 연합학습은 병원이나 제약사의 민감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고 AI 모델이 각 기관 서버를 방문해 학습하는 기술로,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국내 31개 기관이 참여해 세계적 수준의 ADMET 예측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는 한국형 AI 신약개발 생태계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김화종 K-MELLODDY 사업단장. /김현우 기자
배달 앱으로 음식을 시키면 우리가 직접 마트에서 무나 배추를 사 올 필요가 없듯이, 인공지능(AI)이 공부하는 방식도 이처럼 편리하게 바뀌고 있다. AI라는 양에게 풀(데이터)을 먹이려고 사람이 직접 풀을 베어서 양이 있는 곳으로 가져왔다면, 이제는 양을 풀밭에 풀어놓는 방식인 셈이다. 즉, 데이터를 한곳으로 모으는 대신 AI가 데이터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공부하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이 전 세계적인 대세가 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누가 더 똑똑한 AI를 만드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좋은 신약을 만드는 AI를 개발하려면 실제 환자가 어떤 약을 먹었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 같은 민감하고 귀한 의료 정보가 꼭 필요하다.
한데개인정보 보호 문제나 기업 비밀 때문에 병원 데이터는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이 법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데이터를 얻지 못하면 결국 AI 신약 개발 싸움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화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MELLODDY(케이멜로디) 사업단장은 이런 막막한 상황을 해결할 열쇠로 '연합학습'을 꼽았다. 연합학습은 병원이나 제약사 밖으로 데이터를 단 한 건도 빼내지 않는다. 대신 AI 모델이 각 기관의 컴퓨터 서버에 잠깐 들어가서 공부한 뒤, 학습 결과인 '가중치' 값만 가지고 나오는 기술이다. 진짜 데이터는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니 사생활 침해 걱정이 없다. 여러 곳의 방대한 데이터를 모두 합쳐서 공부한 것만큼이나 똑똑한 AI를 만들 수 있다.
과거 국내 기업들도 병원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을 해보려 했지만, 깐깐한 규제와 국민들의 걱정 때문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대형 병원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분석해 제약사에 팔며 큰돈을 벌고 있다.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의료 데이터를 잘 관리하고 있고 IT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연합학습을 잘 활용한다면, 미국의 상업적인 모델보다 더 안전하면서도 유럽의 엄격한 보안 기준까지 만족시키는 세계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12일 여성경제신문이 김화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MELLODDY 사업단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총 2편으로 구성했다.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은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지 않고 각 기관에 그대로 둔 채 인공지능(AI) 모델만 이동시켜 학습하는 기술이다. 병원·제약사·연구기관 내부 서버에서 AI가 데이터를 학습한 뒤 원본 정보는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학습 결과인 ‘가중치’만 공유한다. 개인정보 유출과 기업 기밀 노출 위험을 줄이면서도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함께 학습한 것과 유사한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최근 AI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환자 데이터 활용 규제가 강화되면서 연합학습이 차세대 보안형 AI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의료 데이터 품질과 IT 인프라 경쟁력이 높아 글로벌 연합학습 플랫폼 구축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챗GPT 제작 인포그래픽 이미지
― 의료 빅데이터 공유 및 활용이 번번이 한계에 부딪힌 원인은 무엇인가.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빅데이터 포럼이 결성되어 데이터 공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본인은 데이터 공유·활용 분과위원장으로서 실무를 주도했다. 그러나 데이터 결합 단계에서 항상 난관에 봉착했다. 데이터는 두 가지 이상, 예컨대 카드 결제 내역과 교통 정보가 결합될 때 높은 활용 가치를 지닌다.
신약 개발 역시 동일하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공유하려 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 기업 기밀 유출 가능성, 사후 법적 책임 문제 등으로 인해 각 기관이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했음에도 실질적인 공유 성과는 미미했다. 현재 공공데이터포털 등에 공개된 자료는 보안상 전혀 문제가 없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신약 개발의 핵심은 실제 치료 데이터와 실생활 데이터 확보에 있으나, 병원 내부 데이터의 외부 반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 모 IT 기업들도 유사한 사업을 이미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한계가 존재했다. 국내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가공하여 해외 제약사에 판매하고 수익을 분배한다는 구조가 국내 정서와 부합하지 않았다. 또한,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전체를 우선적으로 열람한 뒤 상업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선별하겠다는 접근 방식 역시 문제였다. 명확한 목적을 설정하고 필요한 데이터만 학습하는 연합학습의 기술적 본질과 어긋난다. 병원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전면 개방하는 행위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 미국의 데이터 활용 환경은 국내와 다르다고 들었다.
"미국 보스턴에 소재한 A 기업이 대표적이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가 50대 50으로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해당 기업은 세계적인 대형 병원들의 내부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보고, 제약사가 요구하는 타깃 데이터를 추출해 판매한다. 미국은 이러한 형태의 데이터 비즈니스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국가다. 반면 한국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본인은 그들 비즈니스 모델의 맹점을 지적한 바 있다. 바로 '연합학습'을 적용하지 않으면 데이터의 적정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병원 측은 100억원을 요구하는 반면, 제약사는 10억원을 제시한다면 거래는 성립되지 않는다. 데이터는 일반 재화와 달리, 실제 사용 전까지는 그 가치가 0원이 될지 1000원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합학습을 통해 예측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사후에 발생하는 이익을 정산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병원은 스스로도 예측 모델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로 인식해야 비즈니스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K-MELLODDY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하는 연합학습 기반 AI 신약개발 국가 연구사업이다. 이름은 유럽의 글로벌 연합학습 프로젝트 ‘MELLODDY(Machine Learning Ledger Orchestration for Drug Discovery)’에서 따왔으며, 앞에 ‘K’를 붙여 한국형 플랫폼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지원하며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추진된다. 병원·제약사·연구기관이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AI 모델만 공유해 신약개발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 목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 연합학습 기술의 구체적인 작동 원리와 기존 방식 대비 차별점은 무엇인가.
"과거 국내 AI 기업들은 특정 A병원의 데이터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개발하더라도, B병원에 적용 시 데이터 분포도의 차이로 인해 모델 성능이 급감하는 문제를 겪었다. 가령 이동량이 많은 어린이 환자 데이터 위주로 모델을 구축했는데, 도입 대상 병원에 노인이나 외국인 환자 비율이 높을 경우 예측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도입 환경이 바뀔 때마다 재학습을 진행해야 하므로 경제성이 낮다. 반면 연합학습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다수의 기관이 참여해 동시다발적으로 모델을 학습시킨다. 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전체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 검증(Validation)이 수행되며, 다양한 데이터 분포가 모델 내부에 선제적으로 반영된다.
특정 병원에 일본인 환자 진료 이력이 전무하더라도, 플랫폼 네트워크 내에서 이미 해당 데이터에 대한 학습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현재 K-MELLODDY에는 아이젠사이언스, 카이스트 등 국내 최고 수준의 AI 모델 개발 기관들이 합류해 이러한 플랫폼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 원본 데이터가 이동하지 않는다 해도, 프라이버시 침해나 외부 해킹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앉은키를 기반으로 서 있는 키를 추정하는 선형회귀 모델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앉은키가 60cm일 때 3을 곱하고 5를 빼서 175cm라는 결과를 유추한다면, 여기서 '3'과 '5'가 계수이자 가중치(Parameter)에 해당한다. 과거 방식은 환자의 앉은키라는 '원본 데이터' 자체를 요구했다.
그러나 연합학습은 3.1, 2.9와 같은 '가중치 수치'만을 통신망을 통해 주고받는다. 3.1이라는 숫자가 개인정보로 특정될 수는 없다. 이 원리를 행렬(Matrix) 연산으로 대규모 확장한 것이 신경망 및 딥러닝 모델이다. 일부에서는 해킹을 우려하지만, 가중치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탐침(Probe) 공격을 차단하는 보안 기술을 적용하면 원본 데이터 반출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전성이 보장된다.
이는 현금 분실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AI 머신러닝을 위해 반드시 원본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기술적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자정부 시스템이 해킹될 우려가 있다고 해서 인터넷 기반의 행정 업무를 중단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 플랫폼에 참여하는 병원이나 제약사 서버(엣지 노드) 측면에서 하드웨어 구축 부담은 없는가.
"현재 K-MELLODDY 플랫폼에 참여 중인 20개 기관 가운데 14곳은 프라이빗 클라우드(Private Cloud) 환경을 활용하고 있다. 각 기관의 자체 보안 기준을 충족하여 클라우드 업로드가 승인된 데이터에 한해 적용되었다. 반면 서울대병원, 가톨릭대병원 등 3개 기관은 내부 규정상 의료 데이터를 클라우드 환경에 업로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연합학습 모델이 파견되어 학습을 수행하려면 데이터가 저장된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당 기관들에는 클라우드 사용 비용에 상응하는 약 7000만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여, 자체 하드웨어인 '온프레미스(On-premise)' 서버를 사내에 구축하도록 조치했다. 결과적으로 AI 모델이 각 병원의 내부망 하드웨어로 직접 들어가 학습을 완료한 뒤 모델만 복귀하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현하여, 현재 어떠한 차질 없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K-MELLODDY 사업단은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기반 AI 신약개발 연구를 본격 확대했다.고려대·KAIST·LG화학·숭실대 등 주요 산학연 기관들이 참여한다. 또한 플랫폼 고도화, 데이터 연계 전략, 향후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종합 논의도 진행된다.
K-MELLODDY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추진하는 국가 R&D 프로젝트로,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진행된다. 핵심은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에 직접 공유하지 않고도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연합학습’ 기술을 활용해 ADMET 예측 AI 모델(FAM)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정보와 기업 기밀을 보호하면서도 정밀한 신약개발 AI 성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은 플랫폼 개발, 데이터 공급·활용, AI 모델 개발의 세 축으로 구성되며, 총 31개 세부과제를 중심으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에비드넷,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서울대병원,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 다양한 제약사·병원·연구기관이 참여 중이며, 산·학·연 협력을 통해 국내 AI 신약개발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협력 모델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 데이터를 한곳으로 모으지 않고 각 기관에 저장된 상태에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기술이다. 데이터 자체가 아닌 학습 결과(가중치)만 주고받아 보안성이 높다.
☞ ADMET : 약물이 체내에 흡수(Absorption), 분포(Distribution), 대사(Metabolism), 배설(Excretion)되는 과정과 독성(Toxicity)을 의미한다. 신약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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