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의 성장없이는 IT, 플랫폼의 성장도 없습니다. 인공지능(AI)의 생존이 통신에 달린 셈이죠."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가 통신 업종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그가 통신섹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을 거쳐 2013년 하나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그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09~2010년 국내 4G LTE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부터다. 당시 김 애널리스트는 여러 통신 장비 회사의 주가를 정확히 예측해내며 소위 말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유명세를 얻었다.
26년차 베테랑 애널리스트가 이토록 통신업 성장에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그가 제시한 키워드는 '트래픽'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사진=하나증권)
■ AI도 결국 '연결'의 문제
김 애널리스트는 최근 인파가 몰렸던 BTS의 광화문 공연을 예시로 트래픽 처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공연 현장의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통신사가 무선 기지국을 동원해 용량을 증설했다"며 "문제 없이 사용할 때는 체감되지 않지만, 현대 사회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통신 인프라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의되는 5G 단독모드(SA), 6G 도입 또한 동일한 선상에 놓여있다고 봤다. 과거 3G 시절부터 최근 5G, 6G까지 지속적인 차세대 통신으로의 전환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통신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농경 사회로의 복귀를 의미한다"며 "삼성전자와 구글의 성장이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 위에서 이뤄진 것처럼, AI 성장을 위해선 통신 발전을 위한 투자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의 탄생배경엔 항상 통신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그는 "30여년 전 '클라이언트 서버 시스템'으로 불리던 개념은 이후 클라우드,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이름을 바꿔왔지만 핵심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모두 데이터를 외부 저장 장치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통신을 통해 꺼내 쓴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사물인터넷(IoT)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예전에는 유비쿼터스라는 말을 썼고, 이후엔 IoT라는 표현이 등장했지만 결국 디바이스가 연결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이라며 "요즘 시장이 말하는 피지컬 AI, 자율주행 역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한다는 점에서 IoT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결국 통신은 새로운 테마가 등장할 때마다 뒤늦게 조명받는 인프라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AI, 로봇, 자율주행 등 시장의 관심이 머무는 영역은 계속 바뀌지만, 실제 서비스와 산업을 연결하는 기반은 결국 통신망이라는 의미다. 김 애널리스트는 "전력 인프라가 AI 시대의 핵심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한 것처럼 통신도 필수 인프라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변동성 높은 통신주, 장기 투자자에게 기회 있다
향후 성장이 보장된 통신업종 투자 시 주의할 점은 뭘까. 김 애널리스트는 단번에 높은 변동성과 이를 감당할 장기간 투자를 꼽았다. 그는 "통신업종에 투자할 경우 주가가 1/3, 1/4 토막 나며 -70% 손실률을 기록하지만, 그 후 10배 반등하며 200, 300% 수익률을 내기도 한다"며 "통신은 기다리면 항상 기회가 오지만, 투자자들의 원성이 큰 업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화학·건설처럼 경기순환에 좌우되는 산업은 시간이 지나도 섹터 시가 총액이 우상향하지 않을 수 있지만, 통신은 개별 종목 변동성은 높아도 섹터 전체는 항상 커져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그가 발간한 보고서 제목을 보더라도 이같은 확신이 그대로 드러난다. '실적 확인하고 매수하시면 늦습니다(KMW)', '최소한 시총 1조원은 되어야 정상입니다(쏠리드)', '나올 재료 감안 시 이번엔 텐베거가 예상됩니다(RFHIC)' 등 긍정적인 전망이 드러난 보고서가 줄을 잇는다.
기업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실적이 나오기 전에 매수를 권하는 이유를 묻자 김 애널리스트는 건설업을 통해 설명했다. 그는 "최근 AT&T가 설비투자(CAPEX)를 2.5배 늘린다는 소식은 대형 건설사가 신도시 입찰에 참여한 것과 동일하다"며 "기업 실적 확인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은 착공까지 확인하고 투자하겠다는 의미"라고 비유했다.
과감한 투자 권유에 대해선 애널리스트의 본분을 들었다. 김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의 영역은 대학 교수나 산업 전문가처럼 업황과 기업 실적을 맞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수급 측면까지 고려해 향후 주가를 읽어내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핵심 역할"이라고 했다.
물론 항상 미래의 주가를 맞출 순 없다. 김 애널리스트는 과거 쏠리드 주가 예측을 틀렸던 경험을 고백하며 비교기업과의 성격 차이를 읽어내지 못했던 점을 실패 요인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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