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 [출처=한국딥러닝, 오픈피알]
"인공지능(AI) 모델의 벤치마크 점수가 99점이냐 95점이냐는 실제 현업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한된 환경을 위한 점수 올리기보다 중요한 것은 실무자의 검수 시간을 얼마나 줄여주느냐입니다."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는 최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사 문서 AI 에이전트 '딥 에이전트(DEEP AGENT)'의 방향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딥러닝은 비정형 문서 해독에 특화된 비전-언어 모델(VLM) 기반 딥테크 기업이다.
◆문맥 읽는 VLM으로 환각 억제…실무자 검수 시간 96% 절감
한국딥러닝의 경쟁력은 자체 개발한 비전-언어 모델(VLM)에 있다. 기존 광학문자인식(OCR) 솔루션이 문서 내 텍스트의 '위치'를 기반으로 정보를 추출했다면, 딥 에이전트는 문서의 구조와 문맥, 정보 간의 관계를 분석한다. 서식이 조금만 바뀌어도 정보를 찾지 못하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특히 기업용 솔루션의 진입 장벽인 '할루시네이션(환각)'을 최소화했다. 일반적인 범용 AI 모델은 환각이 발생하지만, 금융이나 공공 문서 처리에서는 피해 금액이나 개인정보가 다르게 인식되는 오류를 허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문서 특화 VLM을 통해 환각을 억제함으로써 실무자가 모든 항목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고 말했다.
도입 효과는 수치로 입증됐다. 국내 한 대형 캐피탈사의 딥 에이전트 도입 시뮬레이션(PoC) 결과, 월 3만 시간에 달하던 대출 서류 수기 기입을 1천 시간으로 약 96% 줄였다. 은행권의 복잡한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신청 서류도 AI가 즉시 추출·입력해 실무 부담을 덜었다.
◆"타사 솔루션 도입 실패 고객이 절반"…현장 검증으로 시장 신뢰 확보
한국딥러닝의 기술력은 타사 솔루션 도입에 실패한 고객사 사례에서 확인된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딥러닝 고객의 절반 이상은 타사 OCR 솔루션을 도입했다가 실패해 다시 의뢰한 경우다.
김 대표는 "타 업체와 2년 가까이 씨름하며 '기술적으로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판정까지 받은 기업들이 많다"며 "우리가 현장에 노트북 한 대만 들고 찾아가 처리가 안 된다는 문서를 즉석에서 바로 해독해 보여주면, 실무자들이 놀랄 정도"라고 전했다. 기술의 정확도나 벤치마크 점수라는 수치 뒤에 숨지 않고, 실제 현장의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해결해 내는 능력이 시장의 신뢰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생태계 확장으로 올해 매출 100억원 도전…문서 파싱의 글로벌 표준 지향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 [출처=한국딥러닝, 오픈피알]
지난 5년간 누적 매출 100억원을 기록한 한국딥러닝은 올해 단일 연도 매출 1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최근 유치한 120억원의 투자금을 비즈니스 생태계 확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존에는 기술력 기반의 입소문으로 고객사를 확보했다면, 올해부터는 전략적 파트너사를 대거 모집하고 영업망을 구축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고 전했다.
로드맵 역시 단기적 안정화에서 글로벌 시장 확장으로 이어진다. 악필과 필기체 등 예외 데이터 처리 안정성을 다진 뒤, 중기적으로는 서류를 넘어 설계 도면 등 복잡한 시각 정보 분석 영역으로 진출한다. 장기적인 목표는 미국·일본·싱가포르 진출과 함께 ‘문서 파싱(Parsing)의 글로벌 표준 규칙’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미 경기도청과 부산시 등 80개 이상의 공공 및 기업 환경에 딥 에이전트가 도입돼 국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탄탄한 수익성 바탕으로 상장 시기 조율…대체 불가 AI 기업 목표"
회사는 내년을 기업공개(IPO) 목표 시점으로 두고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외부 자본에 쫓기듯 상장해야 하는 여타 스타트업과 달리, 꾸준한 수익 창출로 자생력을 확보해 외부 자본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내년이라는 시점은 가이드라인일 뿐, 상장은 무조건 해야만 하는 숙제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동종 업계의 밸류에이션 동향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상장 절차를 밟겠다는 취지다.
끝으로 김 대표는 향후 지향점에 대해 "전자결재나 챗GPT가 처음 도입됐을 때처럼, 훗날 실무자들이 '한국딥러닝 솔루션 없이 예전엔 어떻게 일했나'라고 되묻게 되는 필수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