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확정…조직 개편·UX 혁신으로 첫 흑자 전환
초개인화 AI·슈퍼월렛·스테이블코인으로 3기 출발
‘전략가’의 세 번째 시험대 과제는 ‘수익성과 규제’
신원큰 카카오페이 대표
카카오페이가 수장 교체 없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첫 연간 흑자를 만들어낸 신원근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이제 관심은 그의 세 번째 임기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로 옮겨가고 있다.
■ 신 대표, ‘전략 전문가’ 출신…조직 재정비로 출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197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기계항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과 베인앤컴퍼니 서울사무소를 거치며 전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카카오페이에는 전략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해 성장지원실장을 맡았고, 2022년 2월 대표이사로 내정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자진 사퇴한 류영준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조직을 맡은 그는 취임 직후 구조 개편부터 손댔다.
직군별 의사결정 구조였던 위원회를 협의체 형태로 전환하고, 사용자 경험 개선을 목표로 UX디자인실과 데이터 조직을 신설했다. 동일 직무 중심의 ‘길드 조직’도 도입해 내부 소통 구조를 재정비했다. 이는 기능별 조직 구조에서 발생하는 단절을 보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신 대표에 대해 “온화하면서도 판단은 냉철한 전형적인 전략형 리더”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같은 조직 재정비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신 대표 체제에서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결 기준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2025년 기준 연간 거래액은 185조 6000억 원, 매출은 9584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1%, 2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04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557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결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금융과 플랫폼 사업이 동시에 성장한 점이 눈에 띈다. 금융 서비스 매출은 59%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했고, 플랫폼 부문 역시 63% 성장했다.
4분기 기준으로도 흐름은 이어졌다. 거래액은 49조 3000억 원, 매출은 2698억 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8억 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비용 효율화와 함께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자회사 성장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연간 영업이익 427억 원으로 첫 흑자를 냈고, 손해보험 자회사 역시 보험료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카카오페이 [제공=카카오페이]
■ 3기 사업 확장... 키워드는 ‘초개인화·AI·UX’
연임이 확정된 신 대표는 기존 사업의 확장과 함께 서비스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결제·대출·투자·보험 등 기존 사업을 전후방 영역으로 넓히는 ‘수직 확장’을 지속한다. 일반결제, 대안신용평가, 상담 연계 등으로 밸류체인을 확장해 이용자 기반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데이터 기반 서비스도 강화한다. 보유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이를 통해 플랫폼 체류시간과 이용자 락인을 동시에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UX 혁신과 AI 전환이 더해진다. 신 대표는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자 경험 개선과 AI 기반 서비스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역시 병행 강화할 방침이다.
신 대표의 세 번째 임기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디지털 자산 사업이다. 그는 카카오 그룹 내 스테이블코인 공동 TF를 맡으며 관련 전략을 직접 이끌고 있다.
핵심은 ‘슈퍼 월렛’을 중심으로 한 금융 생태계 구축이다. 법정화폐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 지역화폐 등을 하나의 지갑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기반으로 개인 간 송금, 콘텐츠 결제, 지역 상거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나아가 국경 간 결제와 기업 간 정산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신 대표는 “에이전틱 AI가 자율결제와 임베디드 금융, 초개인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기반 온체인 금융이 글로벌 정산 인프라를 재편하고 있다”며 “현재 금융 산업은 향후 성패를 가를 변곡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전환과 ‘넥스트 파이낸스’ 전략, UX 혁신을 결합해 새로운 금융 경험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이미지=생성형AI]
■ 증권가 “결제 넘어 생태계 확장 가능성”
증권가에서도 카카오페이의 전략 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오픈AI와 카카오 간 강결합 및 서드파티 연계를 통해 자율형 에이전트 체제가 본격화될 경우, 통합 결제 솔루션을 담당하는 카카오페이가 실질적인 프로세스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시스템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기존 결제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토큰증권 플랫폼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가 병행되고 있으며, 선불충전금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며 “결제 기반 이용자 락인을 통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 확장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플랫폼 확장과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등 디지털 자산 사업은 제도 정비 여부에 따라 사업 속도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방향과 글로벌 정책 환경 역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기존 결제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금융 전반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경쟁 강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 간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원근 대표는 첫 임기에서 조직 정비와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냈다. 이제 임기에서는 그 기반 위에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흑자 전환으로 체력을 확보한 카카오페이가 ‘넥스트 파이낸스’라는 청사진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그의 다음 선택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늘경제 안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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