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피의사실이나 신상정보를 공개할 때는 명확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가 나왔다. 지금처럼 기관별로 다른 내부 규정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형사사건 관계인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인권위는 15일 법무부와 검찰, 경찰 등에 형사사건 관련 정보 공개 기준을 법률로 마련하고, 그전까지는 각 수사기관의 공보 규정을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형사사건 관련 정보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실현하는 공익적 기능이 있지만,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과 신상정보 등이 공개될 경우 형사사건 관계인의 인격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무죄추정의 원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한 번 공개된 정보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이후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이미 생긴 사회적 낙인은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현행 제도도 문제로 지적했다.
인권위는 "현재 형사사건 관련 정보공개는 법률이 아닌 각 수사기관의 공보 규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해서는 통일적인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며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이라도 기관에 따라 정보의 공개 여부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형사사건 관련 정보공개가 여러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개의 요건과 절차, 범위 등 기본권 제한에 관한 사항은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법률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각 수사기관의 공보 규정도 손질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국민의 알 권리’, ‘언론의 요청’,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 우려’ 등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예외적 공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비하고, 공개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공개 대상자의 기본권을 보호할 필요보다 현저하고 명백하게 우월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공개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률·인권·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위원이 과반 참여하는 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설치를 권고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을 공개하거나 공개 소환하는 관행도 개선할 것을 함께 언급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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