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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간시장' 김홍신, 등단 50주년 맞아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 펴냈다

"예수를 배신한 제자 유다. 그 유다의 어머니를 떠올려본 적이 있는가."

'인간시장' 김홍신, 등단 50주년 맞아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 펴냈다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장편소설

대한민국 출판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장편소설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3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해냄 펴냄)를 펴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송정인 기자] "예수를 배신한 제자 유다. 그 유다의 어머니를 떠올려본 적이 있는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오랫동안 기억되지만, 배신의 상징으로 남은 유다의 어머니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한민국 출판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장편소설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3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해냄 펴냄)를 펴냈다.

김 작가는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작을 집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성모 마리아는 오래 기억되는데 예수를 배신한 유다의 어머니 이야기는 왜 나오지 않을까 의아했다"며 "유다처럼 악한 이들을 자식으로 둔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상상하면서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본지는 김 작가에게 신작 집필 배경, 작가로서 글쓰기를 이어가는 원동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다의 어머니, 불의에 맞선 한 어머니의 이야기

'유다의 어머니'는 1979년 12·12 군사정변과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배경으로, 불의에 맞서 신념을 지키려는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작품은 주인공 박해선과 두 아들인 육군 소령 윤상경, 대위 윤상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형제는 12·12 군사정변에 가담한 신군부 핵심 인물 장두영 장군의 수행 장교다. 형 윤상경은 점차 욕망에 사로잡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결국 어머니 박해선은 아들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살해한 박해선은 특수요원들에게 연행되고, 이들은 정변의 계획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조작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를 내놓으라고 압박한다. 기밀문서를 보관하다 숨긴 뒤 종적을 감춘 둘째 아들 윤상선. 문서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어머니 박해선뿐이지만 그는 끈질긴 심문에도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소설은 박해선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전처 소생인 아들을 친아들보다 더 깊이 사랑으로 키워냈지만, 결국 그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해야 했던 어머니의 비극을 통해 신념과 사랑, 정의의 의미를 묻는다.

김 작가는 본지에 이번 작품에서 어머니라는 존재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작품의 '작가의 말'에도 썼듯이, 인류의 다수는 선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의 탐험가 칼 부시비의 이야기를 말했다. 28년 동안 걷고 수영하며 프랑스에서 영국까지 횡단한 한 탐험가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그가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보다 선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고 했던 말을 강조했다.

이어 김 작가는 "우리는 뉴스를 보면서 나쁜 사람들을 자주 접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은 소수"라며 "성모 마리아는 늘 존중받지만 유다 같은 악한 아들을 둔 어머니는 주목받지 못한다. 그런 어머니의 심정은 어떨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던 경험도 떠올렸다. 그는 "사람들은 교황을 굉장히 높은 존재로만 보지만, 그들이 짊어진 십자가가 얼마나 무거울지 생각해야 한다"며 어머니의 시선에서 인간의 고통과 책임을 바라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당초 인간시장을 작성할 당시 과거 자신이 겪었던 검열을 회상했다. 그러나 당시 시대를 직접적으로 다루기에는 관련 인물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어 당장 작품으로 쓰기는 어려웠다. 이에 그는 유다의 어머니라는 인물을 통해 잘못을 저지른 자식과 그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고통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이번 작품의 제목을 정한 과정도 소개했다. 평소 책을 집필할 때는 제목을 가장 나중에 정하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제목을 먼저 정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가장 사랑했던 아들을 직접 죽일 수밖에 없는 비극을 그리는 만큼 '유다의 어머니'라는 제목이 작품의 핵심을 관통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역사의 필주를 두려워해야…시민이 곧 영웅"

김 작가는 이번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로 '필주(筆誅)'를 꼽았다. 필주는 붓으로 잘못을 꾸짖고 죄를 드러낸다는 뜻이다. 문학이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2·12 군사정변과 5·18 민주화운동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은 이유와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역사를 기록하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김 작가는 "문학의 소명 가운데 하나가 필주"라며 "잘못된 일에 대해 꾸짖고 기록하는 글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영웅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국민이 영웅"이라고 답한다고 전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당시 현장에 모였던 시민들뿐 아니라 직접 현장에 나가지 않았더라도 마음으로 힘을 보탠 국민 모두가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시민들이 역사의 주체로 나섰다는 점을 짚었다.

김 작가는 "역사적으로 보면 언제나 시민이 있었다"며 "비극처럼 보이는 사건들도 결국 시민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의 기록과 평가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장의 권력과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더라도 역사는 결국 그 행적을 기록하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등단 50주년을 맞았지만 김 작가의 글쓰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묻자 그는 역사의 기록과 함께 잊혀가는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꼽았다.

그는 발해를 다룬 '김홍신의 대발해'를 비롯해 현대사회에서 잊히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남기는 데 의미를 둔다고 설명했다. 사회 비판적인 시선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과 용서, 휴머니즘 역시 자신의 문학을 관통하는 가치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학이 시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동시에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보듬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권력자와 우리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김 작가는 '백성은 하늘'이라는 말을 꺼냈다. 그는 "백성은 하늘이고, 밥도 하늘이고, 공기도 하늘"이라며 국민의 삶을 떠받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역사의 필주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에 만년필을 쥐고 머리맡에 원고지를 놓아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김 작가. 등단 50주년을 맞은 김 작가는 여전히 세상의 잘못을 기록하고 인간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일을 자신의 문학적 소명으로 삼고 있다.

송정인 기자 haha2388@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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