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급시장 코스닥, 이번엔 오명 벗을까
"나스닥 벤치마킹" VS "인위적 부양이다"
'VC 투자', 'VC 생태계 강화' 진척 수준은
제3벤처붐? 野 "기업옥죄기부터 풀어라"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거래소 거버넌스 대전환 토론회' 현장(사진=펜앤마이크/이채정 기자)
2000년 IT 버블 시기 2,900선을 돌파하며 짧은 전성기를 구가했던 코스닥은 최근까지도 1,100선을 깨뜨리지 못하며 수십 년째 횡보 중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및 정부의 구두·정책적 개입으로 6,000선을 돌파하기도 한 코스피에 비해 코스닥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래 변동성을 즐기는 개미(소액 개인투자자)의 장이라 불렸던 코스닥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진입이 적어 건전하고 큰 수급이 부족하다는 제약이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됐음에도 여전히 코스닥 투자자의 70% 이상은 개인, 기관 투자자는 5%에 불과하다. '투기장'이라는 부정적 인식, 상장은 쉽지만 퇴출은 어렵다는 제도적 한계도 지적된다.
만년 2급시장 코스닥, 이번엔 오명 벗을까
이에 정부는 정부는 지난 12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비전을 공개하며 ▲코스닥 본부의 독립성 강화, ▲상장·폐지 용이화, ▲기관투자자 비중 확대, ▲중복상장·상장시 공모가 과열 등 방지 등을 과제로 내세웠다.
특히, 시가총액 상장폐지 요건을 정해 '부실기업(동전주)'을 조기퇴출하는 등 종목을 정리해 코스닥을 건전화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적 코스닥 체질 개선 의지와 더불어 코스닥 액티브 ETF도 주요 주식운용사에 의해 잇달아 출시되며 주식 투자 문외한들도 관심을 가지는 모양새다.
최근 출시된 액티브ETF는 총 4개. 종목과 비중에 대한 평은 각각 다르지만, 바이오·이차전지·로봇·인공지능 등 성장 기대감으로 큰 탄력을 받는 기술·벤처 위주 기업들이 주로 포진돼 있다.
2주만에 1.6조가 몰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회의론을 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해외 증권사에서 높은 목표가가 제시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사는 게 수익률·안정성 측면에서 더 낫다는 인식이 많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식이 코스닥 전체보다 비싸"
국회 차원에서도 코스닥의 구조적 문제 진단 및 전면 개편을 위한 논의가 치열하다. 26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여한 코스닥협회, 벤처케피탈협회, 자본시장연구원 소속 대표자들은 국내 증시 생태계 및 해외 유사 사례 분석 등을 거쳐 개선 방안들을 제시했다.
'코스닥 소외 현상'을 꼬집은 이동훈 코스닥협회장은 "(국장 내) 시장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코스닥 정체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세션에서 진성훈 코스닥협회 정책사업본부 연구정책그룹장은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코스닥 종목 전체의 90%, 제조 대기업은 전체의 66%, 이 중 소부장 기업은 54%를 차지한다"며 "이러다보니 성장, 기술 중심 코스닥이라고 강조돼야 하지만 '업력', '명'이 강조되니 이런 부분들이 소외된다"고 설명했다.
상장기업 수와 시가총액등 외형은 계속 성장하지만, 지수 성장은 정체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진 연구정책그룹장은 "부끄러운 면이기도 하지만, (2배 이상 회사가 상장됐으면서)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주식 하나에 미치지 못 한다"고도 했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토큰증권 법제화 이후 지본시장 구조 변화와 제도적 과제'에 대한 세미나도 열렸다. 올해 초 통과된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이후 국내 토큰증권(ST0)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논제에 올랐다. 토큰은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실물자산 등에 관한 조각투자를 가능케한다. (사진=펜앤마이크/이채정 기자)
"나스닥 벤치마킹" VS "인위적 부양"
코스닥 롤모델인 '나스닥' 4가지의 벤치마킹 포인트도 이날 소개됐다. △기술성 및 성장성 중심 평가, △높은 기관투자 비중으로 인한 안정적 자본 공급, △대규모 자금조달 가능성, △시장 내 선순환 구조 구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창래 벤처캐피탈협회 이사는 설명했다.
코스닥이 '혁신·벤처 전용 시장'으로 남아있으려면, 코스닥 상장 상위종목들이 코스피로 이전하는 관행이 탈피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증시 이전 규제보다는 잔류의 매력도를 높여주는 시장·정책 기조에서 출발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한 '코스닥 활성화 펀드'를 조성해 계속적인 자금 유입을 보장하고자 한다. 또한 '코스닥 독립성 강화'는 코스피와의 성격 차별화를 통한 경쟁구도 구축의 일환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 투입'도 방법으로 거론된다. 모두 기관·장기투자를 인위적으로 끌어오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 의지가 관여한다.
국민의 노후 자금 재원인 연기금을 본래 목적과 벗어난 주식부양에 활용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쪽도 있다. 규제 완화 및 지원을 통한 창업 및 사업 생태계 조성으로 활발한 벤처 문화를 만들어 개별 종목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전문가들 의견도 많다. 종목이 아닌 지수 위주의 정책을 펴는 건 지나치게 피상적 ·정치적 선택이라는 의미다.
'VC 투자', 'VC 생태계 강화' 진척 수준은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코스닥 조직 구조를 변경한다고 혁신기업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벤처캐피탈 회수시장이 자동 활성화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코스닥이 나스닥처럼 되려면, 우선 세계적인 기술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경제적 실체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제도 변화만으로 시장의 활황을 앞당기려 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질적 기반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성 교수 발제의 골자다. 그는 '밴처케피탈 적극투자', '벤처 생태계 강화'가 진정한 코스닥 토양 개선의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전자에 대한 수요 충족은 이번달 도입된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에 어느 정도 달려있다. 2018년부터 논의가 본격화됐고 수년간 국회에서 계류되다가 2025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입법부 문턱을 지나면서 법적 틀이 마련됐다.
BDC는 Business Development Company의 준말로, '벤처·혁신 기업 등을 투자처로 하는 상장 투자기구형 공모펀드'다. 이를 통해 개인 투자자도 소액으로 비상장기업, 코넥스, 코스닥 기업, 벤처 조합 등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혁신기업이 전생애에 걸쳐 성장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후자에 대한 업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김학균 벤처케피탈 협회장은 이날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건 그동안 투자섹터 창업이 줄어들고 있다"며 "리스크테이킹(위험 감수)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리턴(돌아오는 수익)이 적기 때문. 펀드들의 선순환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3벤처붐? 野 "기업옥죄기부터 풀어라"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월 26일 발표한 '연간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기업은 113만 5,561개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창업기업수는 2021년부터 5년 째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기술 기반 창업은 1년 전보다 2.9% 증가했고, 전체 창업 비중도 19.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는 AI·딥테크 중심 '제3 벤처붐' 시대를 이끌겠다며 청년 창업가 중심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밝혔으나, 벤처 현장에서의 영향력 실감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AI 도입을 통한 노사 갈등 및 노사관계법 개정안, 기술탈취 등 지식재산권(IP) 분쟁 등도 실제적 장벽으로 거론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앞에서는 '주식 부양책'을, 뒤에서는 '규제 일변도' 기업옥죄기 정책을 펴고 있다"며 법령 재논의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이채정 기자 rmfwoddl12345@gmail.com
이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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