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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채정의 엮어읽기] 모두가 삼성전자를 노려보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인 글로벌 테크업계 CEO들에게는 HBM의 가치를 지난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AI 수요 대폭발이라는 세기의 우연과, 미국의 대중견제 및 인텔의 부진(경쟁자가 잘 못한 덕)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채정의 엮어읽기] 모두가 삼성전자를 노려보고 있다

1000개 팔아 1등, 1개 팔아 2등

DX가 억울하고 DS가 얄미운 이유

배고프거나, 배아프거나 둘 중 하나

삼성전자 동행노조(사진=연합)

삼성전자 비반도체(DX) 직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동행노조가 26일 법원에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중지 요구 가처분'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까지 협상을 이어온 과반노조 초기업노조는 다수인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의 요구인 '영업이익 N% 성과급' 위주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노갈등의 중심에 선 동행노조는 스마트폰·가전·TV 등 완제품 위주의 DX 부문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3대노조다. 현재 가입자 수는 1만 3,000여명까지 늘었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가 정당한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앞서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와 함께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을 꾸리고 사측과 협상을 진행해 오다가, DX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투본을 탈퇴했다.

따라서 원론적으로 공투본을 탈퇴한 동행노조에게는 투표 권한이 없다는 게 초기업노조의 관점이다. 그러나 동행노조는 이를 두고 "비열한 꼼수"라며 "DX 결집이 이루어지자 기습적으로 투표권을 빼앗아 입을 막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갤럭시(사진=연합)

1000개 팔아 1등, 1개 팔아 2등

최근 삼성전자는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날 공개된 중남미·중동·동남아 1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이번 시장조사를 행한 옴디아는 실적을 견인한 제품으로 '갤럭시 A 시리즈'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저렴이', '스탠다드', '프리미엄' 등 다양한 고객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폭넓은 가격 포트폴리오로 잘 알려져있다.

술 장사로 비유하자면, DX는 가격이 저렴한 국내 생맥주를 찾으러 퇴근 후 직장인들이 손쉽게 방문하는 정감 있는 후라이드맥주집이다. 늘 손님으로 바글바글하지만, 정작 아르바이트생들과 건물주에게 돈을 지급한 뒤 가게 주인의 손에 많은 돈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DS는 칵테일이나 비싼 양주를 비즈니스 상 누군가에게 대접하기 위해 찾는 과일안주 중심의 고급 술집이다. 손님은 그리 많지 않으나, 들어오는 이들마다 '큰손'이며 술값도 어마어마하다. 더 쉬운 장사에, 더 남는 장사다. 그러나 입지가 중요해 많은 이들이 쉽게 시도하지는 못하는 '희귀성'이 그 중요한 특징이다.

삼성전자 HBM(사진=연합)

DX가 억울하고 DS가 얄미운 이유

이를 전문 용어로 환원화면, DX는 매출은 높으나 영업이익이 낮고, DS는 매출이 낮아도 영업이익이 훨씬 높다는 뜻이 된다. DX의 높은 매출은 삼성전자의 B2C 브랜딩과 직결된다.

많은 사람들의 투자 유인 중 하나는 '대중성', '친밀감'이다. 삼성전자를 국민전자로 만든 것도 다름 아닌 우리(소비자) 일상에서 접하는 완제품 덕분이다.

B2C 장사는 B2B 장사보다 더 많은 프로모션을 요하고, 더 잦은 경쟁에 노출하고, 더 많은 부수적인 인력을 요구하고, 더 빠른 시장 변화에 취약하다.

반면 DS의 HBM 수요자는 주로 엔비디아와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글로벌 테크업계 CEO들에게는 HBM의 가치를 지난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AI 수요 대폭발이라는 세기의 우연과, 미국의 대중견제 및 인텔의 부진(경쟁자가 잘 못한 덕)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부문을 빛낸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이번 DS부문의 역대급 실적은 과거 DX에서의 수익을 반도체 투자로 돌림으로써 R&D를 뒷받침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심각한 쇼티지에 직면하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는 공급의 입장(DS)에서는 호재이지만, 수요의 입장(DX)에서는 그야말로 악재이기도 하다. 노노갈등의 중심에는 기막힌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

삼성전자(사진=연합)

배고프거나, 배아프거나 둘 중 하나

현재 삼성전자의 성공과 향후 기대감을 불러오는 요인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완제품, 파운드리 등 모든 부문에 투자를 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하기 때문"이라고 투자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향후 1~2년 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기대감과 실망감이 선반영되는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생존전략은 현재 적자부문인 파운드리를 포함한 전영역을 함께 끌어올리는 연구개발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영진의 원칙이 이번 'DS 억대 성과급' 약속으로 이미 훼손됐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주주들의 장기투자유인이 크게 저하한다.

이미 빠른 시일 내 급격한 상승을 보인 삼성전자의 투기성 유인을 제외하더라도 '다음 10년의 모멘텀이 있는가'가 주요 변수이기 때문이다. 노사갈등을 넘어 노노갈등, 노노갈등을 넘어 노주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정치학 전문가는 노조에 끌려다니는 기업의 모양새가 향후 경쟁력 및 신뢰도 측면에서 큰 마이너스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에는 정부의 '국민배당금' 발언이 외신 1면을 장식하는 등, 심각한 정치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발견된다. 올 상반기 코스피 8000 돌파를 견인한 건 단연 반도체 투톱이다. 삼전·닉스에 투자하지 않은 이들은 포모현상에 급히 매수에 탑승하거나, 소외감을 호소한다.

새로운 사회 현상도 보인다. 고학력 전문직보다 삼성전자 생산직이 결혼시장에서 더 높은 위치로 올라섰다. '석사보다는 고졸', '변호사보단 하이닉스직원'이라는 자조적 어투가 섞인 상념들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삼성전자'. 네 글자엔 전 국민의 이기심이 적절히 배합돼 있다.

이채정 기자 rmfwoddl12345@gmail.com

이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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