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에서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문기수 기자]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산 상속이 마무리되며 삼성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노사갈등과 계열분리 등 산적한 과제들이 '뉴삼성'의 첫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는 이달 중 이건희 선대회장 유산에 대한 마지막 상속세 분납금을 납부할 예정이다.
2020년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당시 유산은 주식·부동산·미술품 등 약 26조원 규모였으며, 이에 따른 상속세는 12조원으로 산정됐다.
유족별 부담액은 홍라희 명예관장, 3조1000억원, 이재용 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사장 2조4000억원이다.
홍 명예관장과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삼성SDS·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 매각과 처분 신탁 계약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했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배당과 대출로 조달했다. 재계에서는 그룹 지배력 유지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상속세 납부가 문제가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만큼 향후 이재용 회장을 중심으로 한 뉴삼성 체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장(왼쪽)이 5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삼성전자 파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쳐
뉴 삼성 체제 첫번째 과제는 '노사관계 재정립'..전자-바이오로직스 동시 파업 막을수 있을까?
뉴삼성 체제의 첫 번째 시험대는 노사관계다.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에서 노사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초기업)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 공동투쟁본부는 5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상한 폐지'다.
삼성전자 측은 2026년 영업이익 1위 달성 시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제안했지만, 성과급 상한 폐지의 제도화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노조는 23일 평택 집회를 시작으로 5월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 공동투쟁본부의 주요 구성원이 DS(반도체)부문 소속인 만큼,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은 물론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창사 이래 첫 파업이 임박해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13차례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오는 21일 집회를 시작으로 5월 1일 파업 돌입을 예고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의 75%에 해당하는 3689명이 노조에 가입한 상황에서, 실제 파업이 진행될 경우 조 단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 △1인당 3000만 원 격려금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당 △3년간 자사주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6.2%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원료 폐기와 필수 생산공정 유지를 이유로 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임단협을 무사히 마쳤지만,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과반 노조 탄생이 임박했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재직자 2만1366명 중 열린노조 가입자는 1만1000명으로 전체의 51.5%에 달한다.
2022년 6월 설립된 열린노조는 불과 4년 만에 기존 1노조(한국노총 소속)를 추월했다. 조합원 급증의 배경에는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에 대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성과급 재원인 EVA(경제적 부가가치) 산정 방식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투명한 기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뉴삼성의 노사 과제...이재용 회장, 리더십 발휘할까?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노조 와해 전략을 실행했다. 이 전략에 관여한 전현직 임원들은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고, 삼성은 공식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재용 회장 역시 2020년 5월 무노조 경영 폐지를 선언하며 뉴삼성 체제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무노조 경영 폐지 선언이후 6년이 지난 지금, 노조의 영향력은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동시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과거 무노조 경영 폐지 선언처럼 그룹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용구조 악화를 우려해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를 미루는 사이, 파업을 향한 시계는 계속 흐르고 있다. 협상 타결에 실패해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투자자들도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부진 호텔신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계열분리 성사될까?
상속세 납부 완료를 계기로 그동안 풍문에 머물렀던 계열분리 시나리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를 중심으로 신라스테이·삼성웰스토리·신라면세점 등을 분리해 독립하고,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제일기획 등을 분리하는 방식의 계열분리 시나리오를 거론해왔다.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직후에는 상속세 납부와 이재용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판 등 현안이 우선시되며 논의가 뒷전으로 밀렸지만, 사법 리스크 해소와 상속세 완납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부진 사장의 경우, 호텔신라 지분이 미미해 단기간 내 독립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서현 사장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삼성물산 지분 6.8%를 보유한 이서현 사장은 이재용 회장에 이어 개인 주주 중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분리 독립될 경우, 신설 법인 지분을 이서현 사장이 갖고 이재용 회장에게 삼성물산 지분을 넘기는 방식의 지분 교환이 이뤄진다면 계열분리가 비교적 수월하게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삼성 체제의 본격화를 앞두고 이재용 회장이 노사갈등과 계열분리라는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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