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 불씨 꺼지자마자 글로벌 고객사 우려 직접 불식 나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둘러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노사 임금협상 타결 직후 대만으로 날아가 글로벌 고객사 달래기에 직접 나섰다. 파업 일보 직전까지 갔던 내부 갈등을 봉합하자마자 외부 신뢰 회복에 총수가 직접 발 벗고 나선 셈이다.
22일 재계와 대만 디지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과 함께 대만 미디어텍 본사를 비공개로 방문해 릭 차이 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면담했다. 파업 목전까지 치달았던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이 타결된 직후 이뤄진 일정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모아진다. 장기 노사 갈등이 반도체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글로벌 고객사의 불안감을 총수가 직접 불식하러 나선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방문의 핵심 의제는 파운드리 협력이다. 미디어텍은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에 반도체 생산 대부분을 맡기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미디어텍은 탈환해야 할 전략적 고객사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I 서버 수요 폭증으로 촉발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을 지렛대로 삼아 파운드리 시장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이 직접 경영진과 마주 앉은 만큼 구체적인 수주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최근 행보는 이 같은 공세적 전략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테슬라와 퀄컴으로부터 대규모 파운드리 수주를 잇달아 확보했고, AMD와도 파운드리 사업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빅테크 고객 기반을 넓혀 TSMC 의존도를 낮추려는 팹리스 업체들에게 삼성전자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번 면담에서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 확대 방안도 함께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최근 제조원가 절감 차원에서 갤럭시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과 태블릿 제품군에 미디어텍의 차세대 AP인 디멘시티 칩셋 탑재 비중을 높이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파운드리 수주와 AP 구매 확대를 연계한 협력 구도가 형성될 경우, 양사의 관계는 단순한 고객-공급사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될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총수 간 회동은 통상 협력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 뒤 최종 확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회장이 직접 미디어텍 본사까지 직접 찾아간 이번 방문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업계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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