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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자벨 위페르·이혜영,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낭독공연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올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주목받은 낭독공연 '새'가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통해 국내 초연된다.

'작별하지 않는다' 1부 '새' 주요대목 낭독

아비뇽페스티벌 무대 '새' SPAF서 국내초연

SPAF 8일 개막…25일까지 총 20편 공연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올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주목받은 낭독공연 '새'가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통해 국내 초연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이혜영이 무대에 올라 '작별하지 않는다' 1부 '새'의 주요 대목을 들려준다. 프랑스 연출가 줄리 델리케가 연출한 '새'는 오는 10~11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두 차례 공연한다.

'새'는 친구 인선의 부탁을 받고 폭설 속 제주로 향한 경하가 죽은 새와 마주하면서 제주 4·3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자벨 위페르와 이혜영이 각각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경하와 인선의 목소리를 이어가며, 두 개의 독서대와 영상·음향 등 절제된 무대 장치를 통해 한강의 문장을 전달한다.

이혜영은 "'새'는 한강 작가의 문장을 목소리로 건네며 역사의 상처와 끝내 작별하지 못한 기억을 관객과 함께 마주하는 작품"이라며 "서로 다른 경험을 지닌 두 배우의 목소리가 한 무대에서 만날 때 생기는 울림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26회 SPAF 해외초청작 '새' 아비뇽 페스티벌 공연 사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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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PAF는 8일 개막해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국립극장과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대학로극장 쿼드 등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새'를 비롯한 해외 초청작 7편, SPAF 협력예술가 작품 5편, 팸스×스파프 초이스 5편 등 공연 17편과 창작랩 3편을 포함해 총 20편을 선보인다.

SPAF 협력예술가 제도는 중장기 협력 과정을 통해 신작 상연을 지원하고, 팸스×스파프 초이스는 서울아트마켓과 SPAF가 국내외 유통을 위해 공동 선정한 국내 우수 작품을 전막으로 소개한다. 제26회 SPAF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새' 외에도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 티아고 호드리게즈의 연극 '사이의 거리'가 국내 관객과 만난다. 2025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2077년 지구와 화성에 떨어져 살아가는 아버지와 딸을 통해 물리적 거리를 넘어 관계를 이어가려는 인간의 마음을 그린다.

프랑스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 마틸드 모니에르의 '소아페라, 인스톨레이션'은 비눗방울과 거품을 통해 생성과 소멸을 탐구한다. 2024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말리초 바카 발렌수엘라의 '기억의 저편'은 디지털 지도를 따라 칠레 산티아고 곳곳에 남은 상실과 혁명의 흔적을 찾아간다.

제26회 SPAF 해외초청작 '사이의 거리' 공연 사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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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그램은 '지역성과 초지역성' '아비뇽 페스티벌@SPAF 2026' '창작 미학의 경계 실험' '동시대 무용 언어의 확장', 차세대 예술가를 지원하는 '살롱 넥스트' 등 다섯 가지 방향으로 구성된다.

'지역성과 초지역성' 부문에서는 한국과 아시아, 남미의 작품을 통해 각 지역에 축적된 기억과 역사가 어떻게 새로운 서사로 확장되는지를 살핀다.

SPAF 협력예술가 박본의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은 가상의 세 국가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통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불안과 진실의 경계를 질문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SPAF의 첫 공동제작 작품으로, 3년간의 리서치와 지난해 SPAF 시범공연을 거쳐 올해 5월 ACC에서 초연됐다. 소프라노 임선혜가 참여한다.

장영의 '문라이트 오키나와'는 오키나와와 광주라는 두 장소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이 교차하는 가운데 두 인물의 사랑과 기다림을 그린다.

팸스×스파프 초이스 가운데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는 1세대 트랜스젠더 여성 색자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와 퀴어 공동체의 역사를 기록한다. 제로셋 프로젝트의 '어서오세요_2026'은 재난과 참사 유가족을 '유가족'이라는 하나의 이름이 아니라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제26회 SPAF 해외초청작 '소아페라, 인스톨레이션' 공연 사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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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의 형식적 경계를 실험하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비주얼 다원예술가 플뢰르 앨리스 노블의 '루만'과 '그녀의 2차원적 삶'은 드로잉과 종이 오브제, 인형극, 프로젝션, 라이브 음악을 결합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입체적인 환상의 세계를 구현한다.

2025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 초청된 리버베드 시어터의 '블러: 경계가 흐려질 때'는 확장현실(XR)을 통해 삶과 죽음,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

SPAF 협력예술가 김재훈(EMT)의 '화성학 실습'은 서양 음악의 화성학이 한반도에 퍼져나간 근현대사를 추적한다. 네 명의 퍼포머가 직접 제작한 신악기를 연주하고, 3인조 록밴드와 피아노 5중주가 결합한다.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찰나의 찰나'는 모래를 매개로 관객과 소통하는 참여형 공연이다. 모래가 떨어지는 장치와 물질의 움직임을 무대 언어로 확장해 관객이 남긴 흔적이 만나 변화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대 무용의 새로운 언어를 탐구하는 작품도 소개된다. 황수현의 '히히히스토리'는 움직임과 소리, 말을 결합한 1인 라이브 퍼포먼스다. 모든컴퍼니의 '씨름'은 전통 스포츠 씨름을 움직임과 영상, 기록, 관객 참여가 결합된 공연으로 확장한다.

떵샤의 모던댄스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은 발레가 만들어온 신체 규범과 미적 기준에 질문을 던지며 '모든 몸을 위한 발레'를 제안한다.

공연과 함께 창작 과정과 담론을 공유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차세대 예술가를 지원하는 '살롱 넥스트'에서는 최현비·정찬동의 쇼케이스 '복제인간 시 & 천둥과 번개'를 선보인다. '아시아 극작가 프로젝트'에서는 홍콩 극작가 팟 토 얀의 '네오메트로폴리스'와 일본 극작가 가미사토 유다이의 '발파라이소의 긴 비탈을 내려가는 이야기'를 낭독공연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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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프랑스 공연예술의 창작·유통 구조를 살펴보는 포럼과 아비뇽 페스티벌의 한국어 초청을 돌아보는 라운드테이블, 마틸드 모니에르의 마스터클래스, '블러' 연출가 크레이그 쿠인테로의 강연 등도 열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예술의 다중우주(Multiverse of Art)'다. 최석규 SPAF 예술감독은 "예술의 다중우주는 하나의 미학이나 정해진 답으로 수렴되는 세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삶과 감각, 관점이 만나고 교차하며 의미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며 "낯선 시선과 상상력을 나누며 대화와 관계가 시작되는 축제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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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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