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형 지방농정 구축하려면
농기센터 역할 강화 대책 마련
재정이전 통한 지역주도권 필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50일 앞둔 14일 전남 나주 영산강체육공원에서 시민들이 기표 도장 모양 유채꽃밭을 거닐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인 ‘5극3특’ 체제 아래 통합 특별자치단체장을 선출한다. 연합뉴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 핵심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5극3특’ 체제를 중심으로 지역주도 성장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도 중앙 중심 농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지방농업행정체계 재정립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방농업행정은 정책 지원을 담당하는 농업정책기구와 현장 기술 보급을 맡는 농업기술센터 등 농업진흥기구로 나뉜다. 농업정책기구는 후계농 육성, 복지사업 등 행정 전반을 총괄하고, 농업진흥기구는 농업기술 보급, 현장 지도, 교육훈련 등 실무 기능을 수행한다. 광역 단위에서는 도청과 농업기술원이, 기초 단위에서는 시·군청과 농기센터가 각각 행정과 현장 지도의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런 이원적 체계가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지방자치학회보’ 통권 119호에 등재된 ‘지방농업행정 성과와 영향요인에 관한 실증적 연구’ 논문에 따르면 농업인력 육성, 교육훈련, 귀농·귀촌 지원 등 주요 분야에서 정책 기능과 기술 기능이 중첩되며 유사·중복 사업이 반복되고 있다. 조직간 역할 구분도 모호해 행정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촌 지도 조직의 약화도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1997년 농촌지도직의 지방직 전환 이후 농기센터가 시·군 행정체계에 편입되면서, 기존의 농촌진흥청, 농기원, 시·군 농기센터로 이어지던 수직적 지도체계가 크게 약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과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농기센터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되거나 현장 지도 기능이 저하되는 사례가 적잖게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농기센터가 (영농기술 등을 상담하는) 농업인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장 경험이 부족한 젊은 인력의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도에서는 조례를 통해 퇴직한 농촌지도관 등을 상담소에 배치해 전문성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기센터의 역할 전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성 원장은 “농민은 줄고 인공지능(AI) 발전 등으로 기술 접근성은 높아지면서 기존의 정책 전달과 기술지도 중심의 역할은 한계에 직면했다”며 “귀농·귀촌 정착 지원이나 치유농업 등 서비스 대상을 국민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경북 경주시농기센터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신농업혁신타운’을 조성하고, 교육·가공·체험 기능을 결합한 복합 거점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귀농·귀촌 교육과 농산물가공, 농기계 임대에 더해 청년농 임대농장과 치유농업 프로그램까지 운영 범위를 넓히며, 단순 기술 보급을 넘어 인력양성과 정착 지원 기능을 강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중앙 중심 농정에서 벗어난 분권형 농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의식 GSnJ 인스티튜트 농정혁신연구원장은 “중앙이 세부 지침까지 설계해 사업을 하달하는 방식으로는 지역농정을 활성화하기 어렵다”며 “포괄보조 방식의 재정 이전 등을 통해 지역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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