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청사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제공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출범 100일을 맞아 가장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인재 양성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해남 솔라시도 AI 데이터센터 건립 등이 현실화하면서 첨단산업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반도체 클러스터 1·2단계 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2만3천 명으로 추산했다. 전남연구원도 지난 8월 생산시설인 팹(Fab) 4기가 들어설 경우 직·간접 종사자는 3만6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보고서를 냈다.
김대중 전남광주특별시교육감이 교육지산지소 미래인재양성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제공
◇연구·기술인재 동시 양성
통합교육청은 이에 맞춰 교육을 산업 변화의 후발주자가 아닌 지역 미래산업을 준비하는 핵심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핵심 개념은 ‘교육 지산지소(地産地消)’다. 지역에서 배우고 성장한 학생이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다시 지역에 정착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대중 교육감은 통합교육청 출범 후 AI·반도체 미래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배움에서 일자리, 정주로 이어지는 4대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개발 인재와 산업현장 실무형 기술인재를 동시에 키우겠다는 것이 골자다.
먼저 연구·개발 인재 양성을 위한 영재학교 3교 체제가 추진된다.
현재 광주과학고에 더해 광주과학기술원(GIST) 부설 AI영재학교와 한국에너지공대(KENTECH) 부설 에너지영재학교 설립을 지원해 AI·에너지 분야의 고급 인재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과학고 역시 권역별 산업과 연계한다. 광주권은 AI·모빌리티, 전남 서부권은 에너지·반도체, 전남 동부권은 우주항공·신소재를 중심으로 특화한다는 구상이다. 일반고에도 AI·과학 중점학교를 20개교 이상 지정해 첨단산업 교육의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직업교육의 변화도 시작됐다. 광주전자공고는 네트워크반도체과로 학과를 개편하고, 동일미래과학고는 AI로보틱스과 등을 신설하는 등 학교별 산업 맞춤형 교육과정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목포공고와 해남공고, 순천미래과학고 등이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니팹’이다. 미니팹은 반도체 제조 공정을 익힐 수 있는 소규모 실습시설이다. 학생들이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생산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획대로라면 2028년부터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지난 8월 19일 특별시청, 지역 대학 등과 함께 ‘전남광주 지역책임 교육대전환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제공
◇ 기업 참여·산학협력 관건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당수 사업은 ‘계획’ 또는 ‘구축 단계’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체제도 설립·지원 과정이 남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과 취업의 연결이다. 학교에서 반도체를 배웠다고 해서 지역기업 취업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고교 졸업생에게 어떤 직무가 필요한지, 대학과 기업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구체화돼야 한다.
반도체 특화학교가 몇 곳 지정됐는지, AI 중점학교가 몇 곳 늘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느냐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학교가 얼마나 빨리 반영할 지, 교원과 실습시설을 어떻게 확보할 지, 지역 대학과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지가 성패를 가르게 된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학생들의 직무 교육과 졸업 이후 채용 연계는 교육청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며 "지자체와 대학, 산업계가 함께 인재를 기르는 산학협력 체계가 구축되고, 가족이 동행해 정착하는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로드맵 시급
대규모 반도체 프로젝트는 기업 유치와 공장 건설 일정에 따라 추진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채용 규모 역시 당초 예상과 다를 수 있다. 반면 학교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진학과 취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산업계의 속도전에 맞춰 교육체계를 서둘러 바꿀 경우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분야에 관심이 있더라도 어떤 과목을 선택하고 어느 학과에 진학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면 학생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 개편과 함께 구체적인 진로 안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유정씨는 "AI·반도체 인재 양성 계획이 대부분 아직 추진 단계에 있기 때문에 자녀의 진로 선택 결정이 쉽지 않다"며 "학생들의 진로 불안을 해소하려면 학교 설립과 실습시설 설치, 기업 취업 연계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빠른 시일 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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