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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조명] 2,000만 민원 적체 뚫었다…AI로 요약·분석 '한번에'

이에 따라 국무총리비서실(이하 국무총리실)은 '민원합리성 검토위원회' 설치와 인공지능(AI)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그 결과물로 'AI 민원서포터'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민원합리성 검토위원회 운영과 AI 기반...

[이슈조명] 2,000만 민원 적체 뚫었다…AI로 요약·분석 '한번에'

[아이티데일리] 연간 2,000만 건. 국민신문고, 청원, 제안, 방문, 우편까지 합산한 전국 민원의 규모다. 민원은 해마다 늘어나고 복잡해지는데, 이를 처리하는 공무원은 그대로다. 합리적인 민원이 들어와도 검토 단계에서 충분히 살펴보지 못한 채 묻히고, 해결보다는 규정을 안내하는 형식적 답변이 반복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해 취임 직후 민원 행정에 관한 지시를 내렸다. 합리적인 민원인데도 법규나 관행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국민주권정부에서는 이러한 민원의 합리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반드시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비서실(이하 국무총리실)은 ‘민원합리성 검토위원회’ 설치와 인공지능(AI)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그 결과물로 ‘AI 민원서포터’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민원합리성 검토위원회 운영과 AI 기반 민원분석 시스템 ‘AI 민원서포터’ 개발 사례를 알아봤다.

현재의 민원처리 절차. 민원인이 국민신문고, 국민제안, 청원24, 우편, 방문 등을 통해 민원을 접수하면, 민원분류부서가 내용을 열람하고 요지를 파악해 소관부서에 배정하거나 타 부처로 이송한다. 민원처리 부서는 배정 내용에 따라 검토·처리한 뒤 결과 안내, 온라인 회신, 관련 규정에 따른 답변 등을 제공한다. (사진=제미나이 생성)

쌓이는 민원, 해결은 요원…국무총리실, 민원업무 개선 나서

현재 민원 처리 절차는 민원인이 국민신문고, 청원24, 우편, 방문 등을 통해 민원을 접수하면 민원분류부서가 내용을 열람하고 요지를 파악해 소관부서에 배정하거나 타 부처로 이송하는 구조다. 민원 처리 부서는 배정 내용에 따라 검토·처리한 뒤 결과를 안내하거나 관련 규정에 따라 답변을 제공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민원을 담당할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보니 해결보다 안내·설명·불수용 통지에 머무르는 규정 중심 대응이 반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민원인 입장에서는 명확한 답변을 기대 하다가 실망하기 일쑤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8월 민원업무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크게 △다수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 민원을 별도 관리하고 △매주 전체 부서에 주요 민원 내용을 공유하며 △업무행태·법규정·적극행정·고질적 소극행정 등 국민과 기업을 힘들게 하는 요소를 사전 파악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민원이 합리적인지 외부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해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민원합리성 검토위원회를 운영하고 △대폭 증가하는 민원을 쉽게 요약하고 개선방안 검토를 지원하는 AI 도입을 검토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민원합리성 검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7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3회 개최됐다. 회의는 정책적 영향력이 크고 국민에게 필요한데도 부처가 해결하지 못한 민원에 대해 시민의 시각으로 합리성을 재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며 매회 5건 이하의 안건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위원회는 ‘제도 장벽과 현장 불편을 바로잡다’를 테마로 주택연금 가입 요건 완화, 차대번호 표기 수수료 인하(7만 원→2만 8,500원), 덤프트럭 조명등 설치 기준 통일 등 5건을 해결했다.

민원 해결을 위한 위원회가 실효성 있게 작동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연간 수만 건에 달하는 민원 가운데 위원회에 올릴 만한 안건을 선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6만 건의 민원을 사람이 일일이 읽고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골라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정부에서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고 예산을 신청해 확보하는 게 먼저다. 이어 용역 사업을 발주해 외부 업체가 개발한 뒤 시스템을 관리 부처에 요청해야 한다. 방대한 예산과 긴 시간이 요구되는 과정이다.

국무총리실 역시 민원분석을 위해 다수의 서버장비와 수 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외부 용역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 상황이었다. 설령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도입한다 해도 현재 정부 기관들이 운영하고 있는 AI 시스템은 대부분 한 건을 물어보면 한 건을 답하는 1대1 챗봇 방식에 머물러 있다. 기관 내 연구 보고서를 검색해 주거나 단건 민원에 대해 처리 방향을 제안하는 수준으로는 민원인을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AI 민원서포터 기능. (사진=제미나이 생성)

실무자가 직접 만든 ‘AI 민원서포터’…민원 선별 어려움 풀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무총리비서실 이용하 민정민원과장이 직접 개발에 나섰다. 이 과장에 따르면 국민신문고에는 민원 데이터를 엑셀로 내려받는 기능이 갖춰졌고 정부 업무망(인트라넷)에는 삼성SDS가 개발한 생성형 AI 플랫폼 ‘패브릭스’가 탑재됐다. 이 과장은 이를 연결해 대량의 민원 내용을 한꺼번에 요약하고 소관 법령과 부처를 자동으로 제시하는 AI 민원서포터를 개발했다.

이용하 과장은 별도의 서버를 구축하거나 기존 민원 시스템을 변경할 필요 없이 이미 있는 인프라만으로 작동하고 민원 내용이 인터넷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 업무망 내에서만 동작하는 AI 민원서포터를 설계했다.

AI 민원서포터를 소프트웨어 사업 대가산정 기준으로 환산하면 개발비만 약 2억 원, 서버 구축비를 포함하면 약 5억 원 규모에 해당한다. 같은 기능을 외부 용역으로 개발했다면 수억 원의 비용이 필요했을 사업을 예산 투입 없이 해낸 셈이다.

이렇게 개발된 AI 민원서포터는 2차 위원회부터 활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AI가 대량의 민원 데이터를 분석해 위원회 안건 후보를 선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이 과장에 따르면 ‘취약계층 보호와 형평성 개선’을 테마로 한 2차 위원회(2026년 1월 26일)에서 기초수급자 도시가스 감면 누락 문제, 김포공항 버스 승강장 교통질서 확립, 해외 장기출국자 건보료 정지 신청 간소화 등 4건의 민원을 해결했다.

2026년 민원합리성 검토 개선 사례. (사진=국무총리비서실)

AI 민원서포터는 별도의 웹 인터페이스 없이 PC에서 CMD를 통해 실행 파일을 구동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장은 각종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민원 내용 파악 자체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한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민원인이 자신의 사연을 구구절절 서술하다 마지막 몇 줄에서야 실제 요구 사항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앞뒤 내용이 달라 두세 번 읽어도 요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민원도 있고 결국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AI 민원서포터 작동방식. (사진=제미나이 생성)

AI 민원서포터는 이 과정을 자동화한다. 국민신문고에서 대기 중인 민원을 엑셀로 내려받아 AI 민원서포터를 실행하고 해당 파일을 지정하면 시스템이 민원을 한 건씩 읽어 200자·500자로 문건을 요약하고 소관 법령과 조문을 찾아 어느 부처로 보내야 하는지 분류 근거와 함께 정리한다. 예컨대 장문의 민원이 “OO 문제로 합리적이지 않은 △△ 제도 개선 요구”, “주정차 질서를 훼손하는 OO공항 교통안전 대책 마련 요청” 등으로 압축된다.

우편이나 방문으로 접수되는 서면 민원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 문서를 스캔해 PDF로 변환하면 AI가 파일을 읽고 요약한다. 34쪽짜리 손글씨 탄원서도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민원의 소관 부처가 어디인지 알려준다. 또한 행정심판 서류까지 분석이 가능하다.

AI 민원서포터는 현재 시범운영을 거쳐 본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까지 개발된 기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저작권 없이 배포할 계획이다. 다만 공공기관의 경우 인터넷망과 내부 업무망의 분리가 되지 않은 기관이 많아 배포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민원을 AI가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인터넷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정부 업무망 내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개발자인 이 과장은 내년 말에 퇴직하게 된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사람은 이 과장뿐이다. 이 과장 퇴직 후가 걱정이다. 컴파일된 실행 파일을 배포하면 사용 자체는 가능하지만, 민원 행정 환경이 바뀌거나 새로운 기능이 필요할 때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현장 공무원의 역량으로 시작된 시스템이 조직적 자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민원 폭증에 속도 못 대…AI 민원서포터로 돌파구 ‘기대’”

국무총리비서실 이용하 민정민원과장

국무총리비서실 이용하 민정민원과장. (사진=양승갑 기자)

AI 민원서포터를 개발한 국무총리실 이용하 민정민원과장은 내년 말 퇴직을 앞두고 있다. 민원 업무와 IT 경험을 동시에 갖춘 이 과장에게 AI 민원서포터의 개발 배경과 향후 방향을 들었다.

이 과장이 직접 개발에 나선 배경에는 민원 현장의 한계가 있다. 이 과장은 “민정민원과는 매주 1,000~2,000건의 민원을 살펴보고 분석해 처리한다”며 “그동안 민원부서는 일이 힘들고 내부 평가에서 홀대받는 경우가 많아 기피부서로 인식됐다. 민원 담당 공무원은 일이 너무 많았음에도 효율적인 민원 행정을 이끌어낼 방법이 없었다”고 민원 담당자로서의 고충을 설명했다.

이 과장에 따르면 민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방법으로 접수된다. 국민신문고, 청원, 제안 등 온라인 민원은 국민권익위원회(권윅위)가 웹사이트를 통해 총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은 권익위 소관이라 일반 공무원은 시스템 내부를 수정하거나 들여다볼 권한이 없다. 다만 국무총리실로 접수되는 민원 내용을 엑셀로 다운로드받을 권한은 있었다.

이 과장은 AI 민원서포터 개발과 관련해 “민원이 많아 담당 공무원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원 내용을 엑셀로 내려받고, 이를 AI가 분석·요약해서 민원 처리 실무자가 쉽게 내용을 파악하도록 하는 기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동기도 컸다. 이 과장은 “내년 말까지 근무하고 퇴직한다. 퇴직 전에 뭔가 하나라도 마지막 공직생활에 족적을 남겨보겠다는 욕심이 있었다”며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지만 계속 확장해서 정말 좋은 시스템으로 만들어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AI 민원서포터의 처리 과정. (출처=국무총리비서실 이용하 민정민원과장)

도입 후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 과장은 “개발 후 약 2주간 먼저 테스트를 했다. 민원부서 과장이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일정량의 민원을 직접 처리하고 있다”며 “2주간 AI 민원서포터를 써보다가 이전 방법으로 민원을 요약해 봤는데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부서원들이 사용한 결과,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게 없으면 앞으로 일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과장님이 퇴직하면 유지보수는 누가 하냐”는 질문도 나왔다고 한다.

향후 고도화 방향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형’임을 강조했다. 특히 국민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 민원에 대해 합리성을 먼저 검토하고 개선 방안까지 제시하는 기능을 구상하고 있다.

이 과장은 “지난 1년간 수만 건의 민원을 모두 분석해 국가 정책으로 채택할 수 있는 민원을 1,000건 추출하고 2차·3차에 걸쳐 집약한 뒤 최종적으로 민원합리성 검토위원회에서 시민과 민간전문가가 정책을 발굴해 정부에 제안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과장은 “국민참여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민원 중요성 강조와 함께, 김민석 국무총리께서는 취임 초기부터 민원 내용에 합리성이 있으나 현행법규나 정책 관행으로 민원이 해결되지 않고 국민의 삶에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합리성이 있는 민원을 반드시 해결하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민원업무 개선계획을 수립했고 그중 하나가 규정과 관행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민원이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지 재검토해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을 거쳐 탄생한 AI 민원서포터가 현장 공무원의 부담을 덜고 나아가 국민의 합리적인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지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원 혁신 출발점 될까…전 부처 확산 주목

AI 민원서포터의 목표는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라 국민이 더 빠르고 더 나은 답변을 받게 하는 데 있다. 민원 내용을 빨리 파악할수록 답변과 조치가 빨라지고 중요한 사안이 묻힐 가능성은 줄어든다. 공무원이 읽고 분류하는 단순 반복에서 벗어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정책 과제 발굴의 실효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민원서포터 기대효과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러한 효과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현장을 잘 아는 공무원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이 자리한다. 민원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디서 병목이 생기는지 아는 사람이 개발했기에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었다.

AI 민원서포터가 방대한 민원 데이터에서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를 걸러내고 민원합리성검토위원회가 이를 토대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흐름은 총리가 취임 이후 강조해 온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합리적인 민원인데도 법규·관행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국민주권정부에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AI 민원서포터는 현재 국무총리실 민정민원과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담당 공무원이 직접 개발한 AI 민원서포터가 전 부처·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을지, 확산됐을 때 민원 행정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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