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나스닥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해외주식 투자 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양도소득세 100% 감면 혜택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절세 수요가 커진 데다, 고환율 국면까지 겹치며 해외주식 차익 실현 움직임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RIA는 지난해 12월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전용 계좌로 이전한 뒤 매도하고, 해당 자금을 국내 주식에 재투자할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복귀 시점이 빠를수록 혜택이 크며, 오는 5월 31일까지는 100%, 7월 말까지는 80%, 연말까지는 50%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제 혜택 종료 시한이 가까워지면서 가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RIA 누적 가입 계좌 수는 14만3455좌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달 23일과 비교하면 약 8배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누적 잔고는 519억원에서 8815억원으로 17배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점도 복귀계좌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환율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환율이 높을 때 해외주식을 매도해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1440원대에서 출발한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는 중동 사태 이후 여러 차례 1500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 강세 역시 자금 이동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올해 1월 50억달러에서 2월 39억5000만달러, 3월 16억900만달러로 감소했다. 4월에는 15억달러 순매도로 전환했다.
고환율에 따른 환전 부담도 해외주식 매수세 둔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주식 투자 시 달러 환전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환율 상승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해석이다.
실제 증권사 계좌 분석에서도 해외 빅테크에서 국내 대형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RIA 계좌 거래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매도된 해외 종목은 엔비디아로 전체의 20.7%를 차지했다. 이어 애플(6.8%), 테슬라(6.4%), 알파벳A(6.4%) 순이었다.
반면 국내 주식 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15.6%), SK하이닉스(13.8%), KODEX200 ETF(3.7%), 현대차(3.6%) 등이었다. 미국 기술주 차익 실현 자금이 국내 반도체 대표주와 지수형 ETF로 이동한 셈이다.
다만 대규모 자금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으로 회귀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RIA 계좌당 평균 잔고는 약 614만원으로, 납입 한도 5000만원의 12% 수준에 그친다.
또 최근 미국 증시가 다시 강세를 보이는 점도 변수다. 제도상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재매수하면 그만큼 세제 혜택이 축소된다. 이에 따라 미국 주식 투자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이 약 255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유입 규모는 약 0.4%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한국 증시 상승률이 미국 등 해외시장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 복귀계좌를 통한 자금 유입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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