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학 삼성생명 대표. 사진= 삼성생명
| 뉴스워치= 이수미 기자 | 삼성생명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성과지만,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얼마나 벌었느냐보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와 과제가 동시에 드러난 지금, 삼성생명은 분명 변곡점 위에 서 있다. 그 중심에는 홍원학 대표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홍원학 대표는 2020년 삼성화재에서 자동차보험본부장을 거쳐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뒤, 2024년부터 삼성생명을 이끌고 있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을 모두 경험한 이력은 단순한 조직 운영을 넘어 업의 구조를 이해한 리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향후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도 일정한 시사점을 준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조3028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보험영업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쌓은 데다 투자이익이 더해지면서 외형과 수익성 모두 개선됐다. 업계 최상위권 지위를 다시 확인한 결과다. 절대적인 규모만 놓고 보면 여전히 '리딩 보험사'라는 평가에 무리가 없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실적의 크기보다 구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핵심은 수익의 질이다. 특히 삼성전자 지분에서 발생하는 이익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된다. 이는 안정적인 실적을 뒷받침하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 흐름에 따라 삼성생명의 이익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체 사업만으로 설명되는 이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여전히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절대 이익은 증가했지만 자본 규모가 함께 확대되면서 ROE는 과거 대비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생명의 ROE는 IFRS17 도입 이전에는 대략 6~9% 범위에서 형성되다가 2022년 이후 점차 둔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IFRS17 도입 이후에는 자본 증가와 회계기준 변화의 영향으로 ROE가 한 자릿수 중반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일부 회복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5% 안팎의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는 모습이다.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는 K-ICS 도입으로 자본 규제가 강화되면서 요구자본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자본 효율성은 과거 대비 낮아진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보험서비스 및 투자서비스 손익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삼성생명은 안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 중심의 환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확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모습이다. 이는 K-ICS 기준에서 요구되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규제 환경 속에서 자본 활용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생명은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을 5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향후 배당 확대 여력과 자본 효율성 제고 사이에서 균형점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삼성생명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험업 전반이 저금리 환경의 장기화와 자본 규제 강화라는 변화 속에 놓여 있다. 과거처럼 투자이익에 기대 수익을 보완하는 방식은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이제는 보험 본업에서 얼마나 꾸준히 이익을 쌓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홍원학 대표가 내세우는 방향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핵심은 계약서비스마진(CSM)을 중심으로 한 장기 수익 구조의 강화다. 단기 실적에 흔들리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익이 축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신계약을 통해 CSM을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안정적인 이익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산운용과 비용 구조 측면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자산운용 역량을 끌어올리는 한편, 인공지능(AI)과 데이터 활용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전환이라기보다 수익성과 비용 구조를 함께 개선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운용의 정교함이 성과 차이를 만드는 흐름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맞물려 삼성생명은 안정적인 자산운용수익률을 기반으로 고객과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원학 체제에서 삼성생명은 시니어 리빙, 헬스케어, 해외 사업 등 새로운 영역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보험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생애 전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취지에서다. 인구 구조 변화와 기대수명 증가를 고려할 때 이러한 전략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방향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은 해당 영역을 아직 사업 초기 단계로 보고 있으며, 본업과의 연계성을 강화해 향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살피고 있다.
삼성생명이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한 만큼 보완 과제를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간다면 더 멀리 뻗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홍원학 대표가 삼성생명의 리더로서 어떤 전략으로 회사를 더욱 단단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킬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수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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