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펀더멘털에 밸류 부담 낮춘 기술주에 매수세 몰려
WSJ "투자자들, 전쟁은 중요치 않다...강한 실적에 집중"
엔비디아가 최근 10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지속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가 10일 연속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는 기술주 중심의 강한 상승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의 전쟁이 여전히 '현재진행중'이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장에서는 전쟁이 다 끝난 듯한 분위기다.
월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은 이미 3월 말부터 전쟁 이후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강력한 펀더멘털을 갖췄으면서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진 기술주에 대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10일째 상승...나스닥도 2021년 이후 최장 기간 상승세
나스닥 지수는 3월 31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이 기간 14% 올랐다. 2021년 이후 최장 기간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대장주인 엔비디아 역시 지난달 31일 이후 10일 연속 상승세이며, 이 기간 18% 올랐다. 이는 2023년 10일 연속 상승한 데 이은 최장 기록이다.
시장은 이미 3월 말부터 전쟁에 대한 우려를 접어뒀던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요충지 중 하나가 여전히 폐쇄돼 있다는 사실은 이제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면서 "강한 기업 실적이 전쟁 위험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이후의 상황을 내다보며 주식시장에서 전략을 세우고 있고, 이로 인해 펀더멘털이 강력한 기술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것.
나벨리에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인 루이스 나벨리에는 "이번 회복의 진짜 주인공은 기술주"라며 "AI 서사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강력한 상승세 뒤에는 AI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연례 GTC 컨퍼런스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가 2027년까지 그래픽 처리장치(GPU)에 대해 1조달러 이상의 주문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대비 75% 증가했으며, 현재 전체 사업의 무려 88%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5년 전 게임이 회사의 가장 큰 매출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변화다.
CNBC는 이를 언급하며 "엔비디아의 꾸준한 주가 상승은 폭발적인 AI 수요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메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을 대거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레티지스의 칩 애널리스트인 벤 바자린은 "만약 전력 부족, 인프라 부족 상황에서 AI 수익화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면 엔비디아가 하는 모든 것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며 "이는 사람들이 찾던 긍정적인 신호들이며, 이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을 정당화한다"고 언급했다.
엔비디아 이외에도 여타 AI 및 반도체주의 강세는 뚜렷하다.
AMD 주식 역시 10일 연속 상승했는데, 이는 2005년 5월 16일(12일 연속 상승) 이후 약 10여년 만의 가장 긴 상승 기록이다. 최근 열흘간 주가 상승률은 30%에 달한다. 인텔 역시 9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라퍼 텡글러 인베스트먼츠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제이미 아이어스는 "투자자들은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기술주의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필수소비재 등 다른 업종으로 갈아탔으나, 이제 현실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실제로 성장성이 있는 곳이 바로 그 쪽"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만 하더라도 최근에는 주가 상승을 이끌만한 뚜렷한 촉매제가 부재했지만, 여전히 천문학적인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다시 투자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
DA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역시 "AI의 성장 경로에 대해 점점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인프라 주식들의 강세도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밸류 부담 낮아진 기술주에 매수세 몰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기술주의 타격이 가장 컸던 점도 오히려 주가에는 우호적으로 작용 중이다.
퓨처럼의 다니엘 뉴먼은 "지금은 AI 투자에 진입하는데 있어 역사적으로 매우 좋은 시점"이라면서 "전쟁으로 인한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하락은 다음 상승 구간 전에 나타나는 리셋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록 역시 "밸류에이션이 2022년 챗GPT 출시로 AI 붐이 시작되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기술주 밸류에이션은 40배에서 20배로 낮아졌고, 우리는 AI붐이 시작되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언급했다.
카슨그룹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라이언 데트릭 역시 "기술 섹터는 주가가 조정을 받았지만 실적은 그렇지 않았다"며 "다가오는 실적이 새로운 촉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술주는 이번 실적 시즌을 주도할 것"이라며 "실적이 기술주가 다시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을 정당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별로 차별화 흐름은 뚜렷할 듯
일각에서는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허틀 칼라한의 CIO인 브래드 콩거는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시장은 해협이 향후 열릴 것이라는 점에만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다우지수의 경우 다른 주요 지수보다 상승률이 현저히 미미한 수준이다. 나스닥 지수의 경우 4월 이후 10% 오른 반면 다우 지수는 4.7% 상승에 그치고 있다.
WSJ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종목들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다른 주요 지수보다 뒤처지고 있다"며 "투자자들과 은행 경영진들도 시장이 여전히 여러 전쟁 관련 위험에 직면해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술 대기업들 역시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강력한 실적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WSJ은 "시장 상승을 이끌었던 기술 대기업들의 강한 실적조차도 투자자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으며, 전쟁이 끝나면 AI 관련 우려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술주 중심의 강세장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기업별로 편차가 클 가능성도 제기됐다.
뉴먼은 "이번 상승은 기술주 전반에 고르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AI로 인해 사업모델이 대체되지 않는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비디아 주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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