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왼쪽부터), 박주민,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본경선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 2026.04.05./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각자의 본선 경쟁력을 내세우며 맞붙었다. 이날 무대의 중심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는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었다. 반면 선두권 탈환을 노린 전현희·박주민 후보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먼저 연설에 나선 정 전 구청장은 자신을 '확장성 있는 후보'로 규정하며 서울시장 선거를 단순한 당내 경선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와 서울시정의 엇박자를 끝낼 선택"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전현희 의원은 강남 3구 돌파 경험을,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다움'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대권 징검다리 아닌 시민 위한 돌다리"…정원오, 생활정부형 서울시정 전면에
정 전 구청장은 이날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가 성공해야 서울 시민들도 행복할 수 있다"며 "이재명 정부와 손발을 착착 맞춰 일할 서울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게 서울시장이란 자리는 대권을 향한 징검다리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든든한 돌다리"라며, 이번 선거를 "상대 후보와 싸우는 선거가 아니라 서울 시민의 불편과 싸우는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오세훈 시장을 겨냥해서는 "오세훈 10년 실정에 마침표를 찍을 단 하나의 필승 카드"라고 자신을 내세웠다.
정 전 구청장은 성동구 12년 행정 경험을 서울 전역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성동구민들께서 써보시고 만족하시니 서울 시민들도 함께 써보고 싶어 하신다"며 '시민주권 특별시'를 내걸고 7대 과제를 발표했다.
'착착 교통'을 통한 30분 통근도시, '착착 개발'을 통한 주택정비 활성화, '착착 안전'을 통한 서울안전특별시, '착착 돌봄'을 통한 서울형 통합돌봄체계, '착착 민원' 해결, 청년 창업 혁신 클러스터, '글로벌 G2 도시' 구상 등이 핵심이다. 공공임대주택 2031년까지 14만호 공급, 노후 하수관로 교체, 방문진료 기반 통합돌봄 확대, AI·바이오 특구 조성 등도 함께 제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정 전 구청장의 공약 묶음이 단순 개발 공약을 넘어 교통·주택·안전·돌봄·청년·산업을 하나의 생활 인프라 체계로 묶었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늘 재개발과 교통 호재 중심으로 소비돼 왔다면, 이날 정 전 구청장은 여기에 돌봄과 안전, 행정 접근성을 함께 올려놓으며 '생활정부형 서울시정'을 전면화했다. 도시의 경쟁력을 부동산과 토목의 속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읽히는 대목이다.
전현희는 '강남 돌파', 박주민은 '민주당다움'…세 후보 전략 차별화
이날 연설에선 본선 경쟁력에 대한 주장도 분명했다. 전현희 의원은 "보수화된 서울에서 민주당 서울시장의 승리를 위한 핵심 키는 강남 3구"라며 "강남에서 승리해 본 경험을 가진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2010년 한명숙 전 총리의 서울시장 선거를 거론하며 "서울 대부분 구에서 이기고도 강남 3구에서 밀려 패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의 보수화가 심화한 만큼 강남 돌파력이 본선 경쟁력이라는 판단이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합동연설에서 가장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박 의원은 "강남에서의 득표력이 어떻다, 중도층의 표가 어떻다, 서울시민은 보수적이니 어떻다라고 한다"며 "그래서 민주당 색깔이 옅어야 이긴다는 사람들에게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IT 강국을 만든 김대중 대통령 등 민주당의 역사는 언제나 민주당다움으로 무장한 강한 리더십의 역사였다"며 "저 박주민은 민주당의 가치로, 체념과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쟁점인 재개발·재건축 문제를 정면으로 끌어안으며 "민주당이 시장이 되면 재개발·재건축은 끝이라는 오래된 체념과도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다운 시장은 공급을 막지 않는다"며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금융적 지원까지 더해 재개발·재건축을 신속히 하여 공급을 강화하고, 집값은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전유물처럼 소비돼 온 '공급 확대' 프레임을 민주당의 언어로 재구성해, 개발과 주거 안정을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의원의 연설은 단순히 '민주당다움'이라는 추상적 가치에 머물지 않았다. 서울의 보수화나 중도 확장론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보다 오히려 민주당 고유의 정책 언어와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주택 공급과 도시 경쟁력 같은 민감한 의제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했다.
소병훈(왼쪽부터) 선거관리위원장, 전현희, 박주민,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소병훈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본경선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 2026.04.05./뉴시스
결국 관건은 '누가 더 넓게 이기느냐'
이번 마지막 합동연설회는 세 후보의 차이를 또렷하게 드러냈다. 전현희가 '강남 승리 경험', 박주민이 '민주당다움'을 내세웠다면, 정원오는 '행정 성과+중도 확장+정부와의 정책 정합성'이라는 넓은 프레임을 구축했다.
서울시장이 중앙정치의 발판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생활정부의 책임자여야 한다는 메시지는 오히려 지금 서울 유권자들에게 더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다. 결국 이번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의 핵심은 누가 더 선명하냐가 아니라, 누가 더 넓게 이기고 더 안정적으로 서울시정을 운영할 수 있느냐에 있어 보인다.
민주당 서울시장 본경선은 7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다.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해 후보를 결정하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을 대상으로 17일부터 19일까지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경선이 본격화할수록 '누가 오세훈 10년 시정을 넘어설 대안이냐'는 질문도 더 선명해질 전망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언제나 개발과 교통, 정당 구도만으로 설명돼 왔지만 시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도시는 결국 출근 시간, 주거 불안, 돌봄 공백, 침수와 폭염, 행정의 문턱 같은 생활의 총합으로 평가된다.
이번 민주당 경선이 단순한 '누가 더 강하게 싸우느냐'를 넘어 '누가 더 넓게 품고 더 구체적으로 고칠 수 있느냐'의 경쟁으로 옮겨간다면, 그때 비로소 서울시정은 정치의 무대가 아니라 시민 삶의 현장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남기창 책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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