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5967.75)보다 173.85포인트(2.91%) 상승한 6141.60에 개장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코스피가 15일 장중 6100선을 회복했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그동안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전쟁 프리미엄'이 빠르게 걷히는 흐름이 나타났다.
전날 6000선을 되찾은 데 이어 하루 만에 6100선까지 올라선 것은, 시장이 단순한 기술적 반등이 아니라 지정학 리스크 완화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15일 오전 10시 40분 기준 장중 기준 코스피는 6135.89로 전 거래일보다 168.14포인트(2.82%) 상승했다. 코스닥도 1142.91로 21.03포인트(1.87%) 오르며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유가 빠지자 증시 올라…시장은 '전쟁의 가격'부터 덜어내
이번 반등의 핵심은 중동 긴장이 실제로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장은 '확전 공포'보다 '협상 재개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전날 미국 증시는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부각되며 강세를 보였다.
나스닥은 10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엔비디아도 10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AI·빅테크 전반의 랠리를 이끌었다. 아마존과 알파벳은 3%대, 마이크론은 9%대 상승했다.
국내 증시가 여기에 즉각 반응한 이유는 단순히 뉴욕증시가 올랐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전쟁 국면에서 가장 먼저 튀어 오르는 것이 유가이고 유가는 다시 물가와 금리 불안을 자극한다.
반대로 유가가 빠지면 시장은 가장 먼저 '최악은 아닐 수 있다'는 안도감을 반영한다. 이번 코스피 반등은 바로 그 안도감의 가격화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인·기관이 다시 샀다…개인은 차익실현
수급도 의미심장하다. 이날 투자자동향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에서는 개인이 6050억원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이 3527억원, 기관이 1196억원 순매수했다.
장 초반까지만 해도 개인 매수 우위 흐름이 관측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 주체로 올라섰고 개인은 차익실현으로 돌아섰다. 급락장 이후의 강한 반등 국면에서 자주 나타나는 장면이다.
개인이 불안 속에서 먼저 들어왔고 지수가 확인되자 외국인과 기관이 뒤늦게 따라붙는 흐름이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397억원, 외국인이 9억원 순매수했고 기관은 100억원 순매도했다.
이날 반등이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단순히 지수가 오른 것이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이 '전쟁 리스크 완화'라는 시그널에 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장의 방향은 늘 수급이 말해준다는 대목이다.
반도체가 다시 지수의 중심…불확실성이 줄면 결국 실적주로
상승의 중심은 역시 반도체였다. 삼성전자는 장중 21만원선을 웃돌며 강세를 이어갔고, SK하이닉스도 5% 안팎 상승 흐름을 보였다.
미국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AI·메모리 관련주가 강하게 오른 흐름이 국내 대형 반도체주에 그대로 전이됐다.
이는 중요한 신호로 전쟁 공포가 커질 때 시장은 방산, 원자재, 에너지 같은 '불안의 수혜주'로 쏠린다. 그러나 긴장이 누그러질 조짐이 보이면 다시 실적과 성장의 본류로 돌아간다. 이날 반도체 강세는 그 전환의 상징에 가깝다.
반면 방산 대표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중 약세를 보였다. 지정학 긴장이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질수록, 최근 급등했던 방산주에서는 차익실현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 비료 원료 가격이 상승해 농산물 및 식품 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질소 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 가격의 지난달 중동 지역 요소 수출 가격은 t당 670달러로 전월 대비 38.1%, 전년 동기 대비 172.3% 급등하면서 농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비료용 요소 수입의 중동 의존도는 43.7%에 달하며, 이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은 38.4%다. 경기 고양시의 한 농협 자재센터에 비료가 보관돼 있는 모습./뉴시스
시장은 협상 '성사'가 아니라 '가능성'에 주목
다만 냉정하게 볼 대목도 있다. 아직 협상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시장은 지금 '평화'를 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코스피 6100선 회복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최근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것은 기업 실적 그 자체보다 전쟁, 유가, 금리, 환율이 한꺼번에 흔들린 외부 충격이었다. 그 충격이 완화될 조짐만 보여도 국내 증시는 생각보다 빠르게 복원력을 드러낸다.
결국 향후 시장의 방향은 미·이란 2차 협상이 실제로 성사되는지,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이어가는지, 그리고 외국인 매수세가 일회성이 아닌지에 달려 있다. 지금의 반등은 끝이 아니라, 불안이 얼마나 빠르게 가격에서 빠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장면일 수 있다.
따라서 이날 반등을 두고 곧바로 '위기 종료'로 읽는 것은 성급하다. 지금 시장이 사들이는 것은 확정된 평화가 아니라, 더 나쁜 시나리오가 잠시 뒤로 밀렸다는 안도감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한국 증시가 결국 전쟁 그 자체보다 유가와 금리, 그리고 외국인 수급이라는 현실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보다, 불안이 얼마나 빨리 시장을 흔들고 또 얼마나 빨리 되돌릴 수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감각이다.
남기창 책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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