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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로운분석]"이력서만 20군데"...24개월째 추락한 청년고용률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IT·코딩·회계·법률·디자인·연구개발 등 청년층 선호도가 높은 사무·전문직 분야가 집중된 산업이다. 정부는 일부 기저효과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는 AI 확산 이후...

[이로운분석]"이력서만 20군데"...24개월째 추락한 청년고용률

청년 구직자가 15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국내 청년 고용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청년고용률은 24개월 연속 하락했고, 취업자 수 감소와 함께 '쉬었음 청년', 구직단념자 증가도 이어지고 있다. 통계상 수치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시장은 훨씬 냉혹했다.

<본지>가 취업준비생, 장기 구직자, 전문직 준비생, 콘텐츠업계 종사자 등 다양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현재 고용시장 상황을 물은 결과 이들은 하나같이 "신입 공고 감소", "경력직 선호 심화", "반복되는 탈락", "무너지는 자존감"을 이야기했다.

청년 고용률 2년째 하락/그래픽=뉴시스

국가데이터처가 13일 발표한 '2026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96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전체 고용률도 63.0%로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청년층 상황은 더 심각했다. 15~29세 청년고용률은 43.7%로 전년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1년 이후 4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청년고용률은 2024년 5월 이후 2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5년 9월~2009년 11월 이후 가장 긴 감소 흐름이다.

청년 취업자 수도 급감했다. 지난달 청년층 취업자는 19만4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18만9000명 증가했다. 청년층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고령층 중심 고용은 확대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청년층 경제활동 자체도 위축되고 있다. 통계표에 따르면 15~29세 경제활동참가율은 46.7%로 전년보다 1.3%포인트 하락했고,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는 425만명 수준까지 늘어났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도 증가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인구가 전년 대비 6만3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구직단념자 역시 1만5000명 늘며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 "'신입 공고' 자체가 줄었다"…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시장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한 학생이 채용정보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년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취업시장은 통계보다 더 냉혹하다.

취업 준비 중인 A씨는 가장 먼저 달라진 점으로 "실제로 구인글이 잘 안 올라온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선배들이 은퇴를 안 하고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 채용 공고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라고 답했다.

또다른 취업 준비생인 E씨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구인 요건이 훨씬 까다로워졌고 지원해도 연락 오는 횟수가 전보다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바이트조차 몸이 힘들거나 '블랙'으로 취급돼 지원자가 없는 곳만 남고 예전보다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고 했다.

청년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신입 기피' 현상이다.

A씨는 "'경력자 우대'라는 말은 사실상 그 사람만 뽑겠다는 뜻처럼 느껴진다"며 "정말 사람이 급하지 않으면 경력 없는 신입은 잘 안 뽑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씨 역시 "기업들이 경력직을 원하지만 또 너무 경력이 많으면 연봉협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피한다"며 "결국 3~4년차 정도 되는 중고신입을 원하는 것 같다. 완전 신입은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씨는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도 경력직 선호 현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바이트직조차 경력직을 선호한다"며 "면접을 가면 '경력이 많아서 다른 면접자보다 먼저 불렀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직종에 지원하면 연락이 거의 없는데 기존 경력 분야는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던 C씨는 최근 대기업 채용 공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공인회계사 자격은 우대조건 정도로 붙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대기업 재무회계팀 공고에 공인회계사가 사실상 필수조건처럼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전문직 아니면 안 뽑는 거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별 고용지표도 청년층 체감과 맞물린다.

지난달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11만5000명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제조업 취업자 역시 5만5000명 줄었고 도소매업은 5만2000명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도 2만9000명 줄었다.

청년층이 주로 진입하던 사무직·전문직·서비스업·제조업 일자리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 AI 확산 속 커지는 불안…"전문직 아니면 안 뽑는 거 아냐?"

청년층 사이에서는 최근 고용시장 변화의 배경으로 AI 확산을 지목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직 모든 직무에서 직접적인 영향이 체감되는 것은 아니지만, 채용 공고 변화와 기업들의 신입 채용 축소 분위기를 보며 불안을 느끼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11만5000명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해당 업종 취업자 감소는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IT·코딩·회계·법률·디자인·연구개발 등 청년층 선호도가 높은 사무·전문직 분야가 집중된 산업이다. 정부는 일부 기저효과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는 AI 확산 이후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고 있다는 불안감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AI 에이전트 원년의 해, 누가 선점하나/그래픽=뉴시스

콘텐츠개발자로 일하는 D씨는 AI 확산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 공고에 AI 역량 항목이 추가되고 있다"며 "아예 AI 콘텐츠 크리에이터 같은 직무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서 쉬는 동안 내 직업이 사라질까봐 불안할 때가 있다"고 했다.

취업 준비 중인 E씨 역시 "채용 조건에 AI 활용 능력이나 통계 관련 자격증 요구가 많아졌다"며 "AI 툴 관련 자격증을 땄더니 면접 본 회사에서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직업별 취업자 통계에서도 사무·전문직군 재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판매종사자는 10만8000명 감소했고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는 8만60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도 5만5000명 감소하며 2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증가한 업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었다. 지난달 해당 업종 취업자는 26만1000명 증가했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기업들이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려 한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 "'쉬었음 청년'은 게으른 게 아니다"…반복된 탈락과 무너지는 자존감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라운지에서 학생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년층 고용 악화는 단순히 취업률 하락에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 이탈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17만4000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6만3000명 늘었고 구직단념자는 1만5000명 증가하며 5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통계표에 따르면 15~29세 경제활동참가율은 46.7%로 전년보다 1.3%포인트 떨어졌고,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는 425만명 수준까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경기 부진이 아니라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 현상으로 보고 있다. 반복된 취업 실패와 장기 구직, 불안정 노동 경험이 누적되면서 청년들이 점차 구직 의욕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쉬었음 청년'을 단순 게으름으로 바라보는 시선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A씨는 "'쉬었음 청년'은 절대 게을러서 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번 가까이 이력서를 넣고 10번 정도 면접을 본 뒤에야 겨우 취업한 적이 있다"며 "계속 탈락을 경험하다 보면 사람이 지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B씨 역시 "'쉬었음 청년'은 단순히 집에서 노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각자의 사정을 너무 고려하지 않는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직 사이트를 열람하는 한 청년. 2024.06.28/사진=조은결 기자

실제로 계속되는 취업 실패는 청년들의 정신적 소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A씨는 "계속 탈락하다 보면 자존감이 박살난다"는 표현으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원래 AI 챗봇에 고민 상담 같은 걸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챗GPT나 제미나이한테까지 고민 상담을 하고 있더라"며 "이게 진짜 내 능력 부족 때문인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B씨 역시 "이 많은 회사와 직종 중에서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뽑아주기만 하면 정말 열심히 할 자신은 있는데 그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E씨는 "서류에서부터 탈락하면 '내가 이 정도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면접 탈락이나 채용 취소를 겪으면 회복하는 데만 1~2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학습된 무기력과 의기소침 상태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청년층 고용 악화를 심각하게 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재정경제부와 고용노동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 회의를 열고 △4월 고용동향 △청년뉴딜 추진방안 이행상황 △직접일자리 사업 추진 상황 등을 점검했다.

정부는 청년 대상 직업훈련·일경험 사업인 '청년뉴딜'을 본격 가동하고, AI 확산 등 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상반기 중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급망 병목해소 규제 개선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5월 이후 고유가 피해지원금, 청년뉴딜 등 추가경정예산 사업 집행이 본격화되면 고용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역시 "AI 도입과 확산 속에서 파생되는 기회를 일자리 창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상반기 중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직 사이트를 열람하는 한 청년. 2024.06.28/사진=조은결 기자

하지만 청년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차갑다. 반복되는 탈락과 경력직 중심 채용, 줄어드는 공채, 커지는 AI 불안 속에서 청년들은 지금 "취업이 어렵다"를 넘어 "노동시장 자체가 닫혀가고 있다"는 감각을 호소하고 있다.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시장의 변화는 단순히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반복된 탈락과 불안, 무기력 속에서 노동시장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청년고용 위기는 단순 경기 침체 이상의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로운넷=조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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