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가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공식 부과하고 특정 국가의 통행을 제한하는 새로운 관리 계획안을 승인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물류 공급망에 비용 증가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연계 매체인 타스님통신 등에 따르면, 이 법안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법제화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제재 가담국의 선박 접근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란이 전면 봉쇄 대신 현재의 통행료 징수와 선별적 통행 허용 체제를 장기화한다면, 글로벌 해운사들은 높은 통행료를 지불하거나 장거리 우회 항로를 택해야 하므로 구조적인 물류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척당 200만달러 통행료 부과 시 연 1천억불 수입 추정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재 일부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해 항해당 최대 200만달러를 중개자에게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님통신에 의하면, 분쟁 이전 수준인 하루 약 140척의 선박에 척당 200만달러를 적용할 경우, 이란은 연간 1000억달러(약 152조원) 이상의 통행료 수입을 얻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이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0%에서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면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 등 우호국 선박의 통행은 허용하는 선별 통제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전면 봉쇄로 인한 국제법적 책임을 피하면서 실질적인 통제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국제해양법협약(UNCLOS)의 위반 여부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으로 국제해양법협약에 따라 모든 선박의 '통과 통항권(Right of Transit Passage)'이 보장되는 수역이다. 통과 통항권은 연안국이 통행을 저지하거나 방해할 수 없음을 의미하며 특히 특정 국가를 차별하거나 통행료를 부과하는 행위는 협약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이란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통과 통항권을 관습국제법상 확립된 권리로 간주해 이란의 조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자국의 영해법을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이 '무해통항(Innocent Passage)'권이 적용되는 수역이라고 주장하며 연안국의 안전을 해치는 선박의 통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주요 이용국은 해당 수역이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되는 '통과통항' 수역임을 강조하며 이란의 주권 행사가 국제적 자유 항행권을 침해한다고 맞서고 있다.
Kiel
세계경제연구소 한국 경제 후생 1.37% 감소 전망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1%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5%가 지나는 핵심 에너지 물류 통로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Kiel Institut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단기적으로 완전히 통제될 경우 한국 경제의 후생은 1.3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의 0.07%나 유럽연합의 0.40% 감소 전망치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한국 경제의 높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를 보여준다. 국제 유가 상승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수출 산업의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선별 통제와 통행료 법제화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물류 및 에너지 시장의 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다. 이는 국제 규범의 훼손을 초래하며 한국 경제에 비용 상승이라는 실질적인 타격을 준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다각적인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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