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모함 애이브리험 링컨함. 로이터 연합뉴스
9개월 간 작전 수행…현대 해전사 이례적
조지워싱턴함으로 대체할 예정
이란 인근 해상에 장기간 배치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승조원들이 열악한 생활환경과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장기화된 이란 전쟁과 맞물려 승조원들의 정신건강과 복무 여건 문제가 미국 정치권의 쟁점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중동에 배치한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조지워싱턴함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링컨함은 약 5000명의 승조원을 태우고 지난해 11월 21일 미국 샌디에이고 모항을 출항했다. 중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같은 해 12월 괌에 한 차례 기항한 뒤 올해 7월 7일 오만에 들를 때까지 무려 208일 동안 연속으로 바다에 머물렀다. 현대 해군 역사에서도 이례적으로 긴 해상 작전 기간이다.
당초 링컨함은 지난 5월 임무를 마치고 귀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복귀 일정이 두 차례 연기됐고, 이에 따라 승조원들의 탈진과 사기 저하, 정신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한 수병이 함정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수병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어 구조됐으며 정확한 투신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 해군은 이 사건과 장기 배치 사이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해군은 13일(현지시간) CNN에 보낸 성명에서 “함정 내 자살 생각이나 시도가 증가한 것을 관찰하지 못했다”며 링컨함의 복귀 지연과 수병의 투신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 기관지 ‘스타즈 앤드 스트라이프’는 링컨함 승조원들이 “피로와 사기 저하에 시달리고 있으며, 여기에는 자살 생각에 대한 보고와 승조원 한 명이 바다로 뛰어들려다 제지된 최소 한 건의 사례가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네이비 타임스’ 역시 투신을 시도한 수병의 가족과 동료 수병의 사례를 전했다.
장기간 바다에 머물면서 보급 문제까지 겹쳤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바레인에 있는 미군 5함대 기지에서 링컨함으로 물자와 식량을 보내는 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해군 수뇌부와 링컨함 승조원 가족들의 간담회에서는 장기 복무에 따른 ‘번 아웃’뿐 아니라 식량과 물자 부족, 오염된 수질, 위생·환기시설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마이크 레빈(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당시 제기된 문제와 관련해 “곰팡이가 핀 샤워실, 고장 난 화장실, 몇 주 동안 나오지 않는 온수, 쌀 반 컵과 토르티야 두 장까지 줄어든 식사” 등의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더글러스 베리시모 해군 중장은 승조원 가족들에게 “(이란에 의해) 매우 치열하게 방해받는 군수 상황과 몹시 어렵고 긴 보급선” 때문이라며 “모두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링컨함의 복무 여건이 논란으로 떠오르자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란 전쟁의 장기화에 대한 비판 여론과 맞물려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세스 몰턴 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장병을 조롱해온 대통령”과 “장병의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테스토스테론 검사에 더 집중하는 국방장관”을 문제 삼으며 군사위원회 차원의 조사를 예고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민주·코네티컷)도 헤그세스 장관과 해군장관 대행에게 서한을 보내 링컨함의 구체적인 생활 여건과 승조원 지원 실태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헤그세스 장관은 관련 보도를 강하게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파나마 방문 중 기자들에게 링컨함의 열악한 환경과 승조원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보도는 “완전한 사실 왜곡(completely misrepresented)”이라고 주장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어 “우리는 모든 함정과 모든 승조원, 모든 함장이 매 순간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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