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초기, 석유화학·항공업계 직격타
철강, 조선, 건설에 이어 가전업계까지 피해 우려 확산
글로벌 전문가 '3~4주 넘기면 세계 경제 피해 커질것'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고유가·고환율·전세계 물류 차질로 인한 국내 기업 경영 리스크가 전 업종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1~2주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 경제가 감당할 수 있지만 3~4주를 넘어서면 그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역 및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그림자가 짙게 깔리고 있다.
20일 16시경 1500원 넘은 원달러 환율(사진=연합뉴스)
전쟁초기 석화,항공...장기화로 물류 등 산업 전반에 영향
전쟁 초기에는 고유가로 인한 석유 화학 업종, 물류 비용 증가, 생활 물가 상승 등의 영향이 부각되었다. 산업 부문별로는 정유·석화, 항공이 직격타를 맞았다.
전쟁이 3주를 넘어서면서, 수출입 등 국제 물류 부문에 차질이 본격화 되면서 피해 예상 업종이 늘어나고 있다.
우선 해운업계는 선박 운임의 상승으로 혜택을 보고 있지만, 동시에 2배 이상 뛴 선박유의 가격으로 인한 부담이 늘고 있다. 화주에게 유가 상승분을 전가하는 방법이 있지만, 수요 둔화 등으로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수출입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최근 중동向 수출 선박들에 컨테이너당 평균 수백만원 수준의 전쟁 할증료가 부과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2만개 규모 대형 컨테이너선 기준, 컨테이너선 1척에 전쟁 할증료만 200억원 넘게 추가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컨테이너선 운항 차질 등 수출입 우려
비용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의 운항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항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중동 지역으로 들어갔던 배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유럽 등지에서 오는 선박들이 우회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회로 인한 해상 운임과 보험료 상승은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고 운항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 후 연기가 자욱한 UAE 제벨알리 항(26.3.1), 출처=연합뉴스/ REUTERS/Amr Alfik
이 뿐만이 아니다. 3월초 호르무즈 해협 끝부분에 있는 아랍에미레이트의 제벨알리항이 미국,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에 따른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았고, 12일에는 항구 인근 해상에서 글로벌 유럽 선사인 하팍로이드와 머스크의 컨테이너선이 피격을 당했다. 이는 상선에 대한 공격도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외신들 보도했다.
제벨알리 항은 세계 10대 허브항구 중 하나로 핵심 중계무역항 중 하나다. 유럽이나 중동의 상품이 아시아나 아프리카로 향할때 들리는 주요 기점 중 하나라는 뜻이다. 같은 날 오만의 살랄라항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 뿐만 아니라 인접 항구들도 이란 미사일의 공격 범위에 들어서면서 제벨알리 항을 거치는 운항 노선이 일부 중단되고 있다. 아직까지 피해가 본격화 된 것은 아니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제벨알리 항 등을 이용하지 못하고 우회하는 아시아向 선박들이 싱가포르를 거치게 될 경우, 우리 기업들의 수출입 물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싱가포르항에 선박 적체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 유럽이나 중동에서 한국을 향하는 배들은 싱가포르를 거치는 경우가 많은데, 싱가포르가 대한민국의 10대 수출·수입 국가인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중계무역' 때문이다.
또 컨테이너선은 통상적으로 물건을 싣고 와서 새롭게 물건을 싣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전체 일정이 지연되면 컨테이너의 회전율도 하락하게 된다. 물건이 있어도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가 부족해질 수도 있다는 것.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부산항(사진=연합뉴스) *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철강,조선을 비롯 건설,가전업체 피해 확산...수조원 중동 프로젝트 축소 우려
철강의 원료인 철광석과 연료인 석탄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업계나 특수 가스 '에틸렌'을 수입하는 조선업계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에틸렌의 경우,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생산하는데, 이에 대한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건자재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유가나 천연가스 상승은 자연스럽게 각종 건설 자재 및 운송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가 50% 상승 시 국내 건설 생산 비용은 1.06% 오른다고 밝혔다.
이 밖에 중동에 생산 기지를 둔 제조 업체들도 손실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TV와 휴대전화는 이집트에 공장을 두고 있고, 튀르키예에서도 휴대전화 공장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전 공장이 있다. 이들은 원자재 수급 차질이나 당장 중동 지역의 수요가 감소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중동 프로젝트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전, 스마트 시티등 개별 프로젝트당 수조원, 총 100조원에 달하는 우리 대기업들의 투자나 수주가 지연되거나 자칫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업종에서도 중동 오일 머니의 국내 투자 위축에 대한 걱정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코스피 시장의 폭발적 상승으로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 전쟁이 자칫 이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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