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블레싱 화물선에서 연기가 나오는 모습. [출처=AFP/왕샹/연합]
이란 전쟁은 전쟁 지역을 넘어, 에너지 이동 경로에서부터, 비료, 산업용 가스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요충지점의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마비의 여파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글로벌 물가와 무역 구조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세계 경제에 얼마나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경제학자의 경고를 유로뉴스가 보도했다.
중동 글로벌 전문가 협의회(Middle East Council on Global Affairs)의 선임 연구원 프레데릭 슈나이더는 “내 생각에는 시장이 전쟁 장기화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전쟁이 한 달 더 지속되고 에너지 가격이 급증하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결과가 심각할 수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이 결합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결합은 자산 거품의 붕괴를 촉발하고, 2008년에 발생했던 것과 비슷한 또 다른 부채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유로뉴스는 설명했다.
경제적 위험의 상당 부분은 걸프만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잇는 좁은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돼 있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하며, 아시아와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필수적인 LNG 운송량의 상당 부분도 이곳을 지나간다.
슈나이더는 “호르무즈 해협은 탄화수소 에너지와 비료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이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환적 허브의 핵심이다”라고 말하며, 이 지역에서는 작은 혼란도 전 세계 물가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충격은 원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걸프 지역의 천연가스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에 여전히 적응 중인 유럽 일부 지역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수많은 산업이 운송과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연료 비용의 부담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슈나이더는 “가장 중대한 충격파는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를 포함한 탄화수소이다”라며, 에너지 시장은 지정학적 갈등이 세계 경제로 퍼지는 첫 번째 경로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전쟁의 여파는 눈에 띄지 않는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다. 슈나이더는 천연가스 추출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헬륨을 지적했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와 MRI 등의 의료용 영상 장비에 필수적인데, 카타르가 전 세계 헬륨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헬륨의 생산이나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 중동을 넘어 전 세계의 테크 및 보건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 밖에 탄화수소 생산 과정의 또 다른 부산물인 유황은 구리 가공 및 여러 산업에 쓰이는데, 에너지 공급망이 마비되면, 이에 대한 공급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전쟁으로 비료 생산이나 교역에 차질이 생긴다면, 농업 분야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슈나이더는 현재 세계 곳곳에서 파종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쟁의 시점이 특히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금방 끝난다고 하더라도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충격은 비료 병목 현상이다”라며, 봄철 파종기에 비료 공급이 줄면 연말 수확량 감소와 이에 다른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비교적 단기간에 끝난다고 해도 경제적 피해의 일부는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
슈나이더는 손상된 인프라를 복구하고 가동이 중단된 에너지 생산 설비를 정상화하는 데 수 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여러 산업에 걸쳐 공급 병목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은 기업들이 중동의 분쟁 지역을 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슈나이더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페르시아만 내 운항 리스크를 재평가할 수 있으며, 투자와 관광, 국제적인 인재들도 이 지역으로 돌아오는 데 있어 더 신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난 2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분투해 온 중앙은행들의 과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유로뉴스는 짚었다.
슈나이더는 원유와 가스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정책 입안자들이 금리 인하를 미루거나 심지어 통화 긴축 정책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고, 여러 주 동안 더 이어진다면, 그 경제적 여파는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슈나이더는 전쟁의 장기화와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결합하면, 정책 입안자들이 관리하기 힘든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고 경고했다.
위와 같은 시나리오에서는 걸프 지역과 유럽, 동아시아, 그리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가장 큰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 역시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유로뉴스는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정미 기자]
저작권자 © 위키리크스한국
최정미 기자
다른기사 보기
유튜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