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환율 평균 1489.3원 역대 4위
한 달 새 4.7%↓…주요국 중 최대폭
외인 30조 순매도…원화 약세 한 축
“중동 확전시 1550원 돌파할 수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보이고 있는 지난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공항 환전소에 원·달러 등 각국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약 30조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부터 지난 27일까지 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89.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월(1488.87원)을 넘어 월간 기준 역대 4위에 해당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직후 환율이 급등했던 1997년 12월(1499.38원), 1998년 1월(1701.53원), 2월(1626.75원)에 이어 네 번째다.
최근 환율은 한 때 1517원을 넘기면서 평균 환율이 1503.4원대로 유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둘째 주 1504.43원 이후 17년 만의 1500원대 근접 진입이다. 이달부터 지난 28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뉴욕 종가 기준 4.72%로 하락해 주요국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 여파에 외국인의 코스피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지며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29조8146억원을 순매도해 사상 최대였던 지난달(21조599억원) 기록을 넘어섰다. 두 달간 총 순매도 규모는 50조원을 돌파했다.
외국인은 지난 한 주에만 국내 주식을 13조3164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주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위험 회피 심리와 AI·반도체 산업 고평가 우려가 겹치면서 순매도 규모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구글이 AI 모델 운영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를 최대 6배까지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영향을 받았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AI와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과 증시 과열이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며 “반도체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중동 전쟁과 금리 상승으로 외국인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인이 코스피를 순매수해 주가를 지탱하고 있는 점이 외국인에게는 이익 실현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올해 하반기 환율은 1450~1510원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하고 전쟁이 확대될 경우 단기적으로 1550원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걸프 국가의 파손된 에너지 시설 복구에 수년이 걸리고,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1500원대 환율이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정현민 기자 jhm3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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