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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19장]김개남(480회)

"저 병방 놈의 새끼가 우리 아버지를 부당하게 함경도로 군역을 보냈소. 끌려가신 아버지는 십 년이 되도록 소식이 없소. 돌아가셨을 것이오. 오늘 원수를 갚고 싶소."

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19장]김개남(480회)

농민군사 김돌쇠가 절규하듯 외쳤다.

"저 병방 놈의 새끼가 우리 아버지를 부당하게 함경도로 군역을 보냈소. 끌려가신 아버지는 십 년이 되도록 소식이 없소. 돌아가셨을 것이오. 오늘 원수를 갚고 싶소."

그러면서 죽창으로 병방의 배를 쑤셔 박겠다고 나섰다.

"아서라!"

김개남이 말리고, 옆의 부장(副將)더러 농민군사의 죽창을 거두도록 명했다. 죽창을 거두자 김개남이 병방을 향해 물었다.

"그 말 사실이렷다?"

"십 년 전 일을 누가 알겠소? 업무량 과다로 인하여 장부가 아닌 한 어제 일도 잘 모르는 상황이오."

농민군사가 당장에 반발하였다.

"내가 열세 살 적에 아버지가 끌려가셨는디, 그 장면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어머니,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당시 군역 면탈 조건으로 군포(軍布)를 엄청 책정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비가 관아에 들어가서 부당한 수납을 항의하고, 왜 양반층이나 부호들 자제들은 군대에 안 보내고 애먼 백성들만 전방으로 보내느냐고 항의를 했더랍니다. 그랬더니 괘씸죄에 걸려서 직사하게 맞고 북방 변경 함경도로 보내버렸다고 합니다."

"그 말 사실이렷다?"

김개남이 재차 병방에게 물었다. 병방이 어이없다는 듯이 김돌쇠를 향해 소리쳤다.

"역시 천 것들은 배운 것이 없어서 거짓말에 생떼 어거지를 부린다니까. 야, 이 호로새끼야, 징집 소집령에 따라 군대에 가면 어떤 경우는 오 년 만에 돌아오는 수도 있고, 십 년 만에 올 수도 있고, 전선의 형편상 일평생 못 오는 경우도 있다. 일선 장수들이 알아서 하는 것을 일개 지방 병방이 무슨 수로 군대 간 사람의 안부를 알겠느냐?"

"배 터지게 해쳐먹은 놈이 그런 말 하는 것은 아니지…"

군역(軍役)은 16세에서 60세 사이의 양인(良人) 남정(男丁:장정)에 해당되었다. 집안 살림의 주체가 군대에 가면 가업을 지탱하기 어렵고, 노동력 또한 상실할 수 있어 군대에 가지 않는 조건으로 포(布)로 군역을 대신하였다. 정군(正軍)의 비용을 충당한다는 이름으로 포는 군복의 재료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포와 같은 현물을 납부했으나, 사정에 따라 쌀이나 다른 현물로 받기도 했다. 이때 비리가 횡행했다.

군포의 부담은 힘없는 양인에게 집중되었고, 지방 관아의 병방 등 관리들이 해먹기 좋은 환경이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주민 불만으로 쌓여 처처에서 폭발하였다.

"아버지가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관아에 달려가 항의한 것을, 다른 사람은 가만있는데 왜 너만 튀냐, 그러면서 팼다며? 그래도 아비가 지지 않고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뜯어고칠 생각 안 하냐고 대드니, 괘씸하다고 함경도 변경으로 쫓아보내버렸잖아? 개남 장군, 아비가 부재한 우리 집은 그 후 끼니를 못 잇고 허덕이며 살았소. 할머니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가슴 앓이로 일찍 돌아가셨소.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었소이다. 그런데 저 새끼를 놔둬서야 되겠습니까. 죽창을 돌려주쇼. 원수는 이럴 때 갚으라는 것이오. 적당히 꾸짖어 방면하면 악은 반복됩니다. 어떤 어른이 말했다지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고요. 지금까지 나라가 개판이 된 것도 어제의 죄악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데서 온 비극입니다. 적폐를 제때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니 악순환이 반복되었다니까요."

김개남은 생각하였다. 오죽했으면 저 젊은 농민이 동학군에 들어왔을까. 억울하게 당한 것을 복수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바라는 열망에서였으리라.

"알겠다. 사형(私刑)이긴 하지만 이 또한 공익을 위한 일이다. 농민군사 너에게 백성의 이름으로 처형권을 준다. 부장은 저 농민군사에게 죽창을 돌려주어라."

김돌쇠가 죽창을 돌려받더니 병방을 향해 돌진했다. 병방이 주춤 뒤로 물러서더니 내빼기 시작했다. 그러자 곁에 도열한 농민군사들이 그의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렸다. 김돌쇠가 대번에 달려들어 이제는 무릎 꿇고 살려달라 애원하는 병방의 배와 가슴을 연거푸 찔렀다. 그가 죽창을 잡고 바르르 떨더니 그대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하급 서리들이 떨고, 끌려 나온 기녀들 또한 얼어붙었다.

곽범이란 농민군이 김개남 앞에 불쑥 나섰다.

"장군, 나도 원수를 갚고 싶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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