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를 세계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의 담대한 꿈이 시작되는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내란과 계엄으로 인한 민주주의 위기, 국제질서의 격변이 불러온 통상·안보 위기, 중동전쟁발 민생 위기 등 이른바 ‘3대 위기’를 국민의 위대한 저력으로 극복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무너진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고 회복된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희망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향후 대격변의 시대에 맞서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통상적 관행에서 벗어나 비상하게 판단하고 움직이는 ‘혁신적 실용 정부’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하며 국정운영의 속도를 한층 더 높여 지나간 1년보다 앞으로의 4년이 더 기대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경제·산업] "반도체 초과 세수, 잠재 성장률 회복에"
이 대통령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 활용 방안에 대해 단순 재정 지출이나 국채 상환을 지양하고 국가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한 장기적 미래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원칙을 확고히 했다. 이 대통령은 “들어온 세수를 그대로 재정 지출로 소진하는 것은 재정의 역할을 포기하는 행태”라고 비판하고“국가 부채를 갚는 것 역시 현재 급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초과 세수를 반도체 등 차세대 먹거리가 될 글로벌 초격차 성장동력 발굴과 청년 세대를 위한 대대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단언했다. 성장의 과실이 특정 지역이나 부문에 머물지 않도록 공동체 전체의 역량을 키우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초과 이윤 공유 논쟁에 대해서는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상황이 도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의 이익에는 노동자의 기여뿐만 아니라 국가의 R&D 투자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감세 혜택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국내에서만 성급하게 제도화하려 하면 해외 첨단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고 국내 기업들도 해외로 탈출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 이제 막 일어서는 산업의 새싹을 밟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국제 무역 질서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전 세계적인 단위의 논의와 공통 의제 형성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1천500원 중반대를 기록 중인 고환율 현상에 대해서는 전대미문의 경상수지 흑자 등 공급 요인은 매우 양호하나 주가 급등에 따른 외국인 투자 펀드의 비중 조정(리밸런싱) 수요와 중동 불안이 겹친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하며 시장이 곧 균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불공정·특권 단호히 바로잡는다"
부동산 정책은 반드시 투기 공화국을 탈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비상식적으로 높은 부동산 가격이 국민의 근로 의욕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자본을 부동산에만 묶어두어 전체 경제 구조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부동산 불공정과 특권은 단호히 바로잡고 시장의 기대 수익률 자체를 낮추는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3년간 급감한 주택 공급 물량을 만회하고자 신축 공급뿐만 아니라 신도시 택지 개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및 착공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동시에 투자나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여러 채 사모으는 과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실거주 용도가 아닌 다주택에 대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보유 부담을 지우는 세제 개편을 공언했다. 금융 부문에서도 과도한 전세 대출과 담보 대출이 가계 부채를 심화시키고 집값 폭등 및 전세 사기의 빌미가 됐다고 판단하며 민간 부채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대출 규제를 체계적으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같은 공급 확전, 세제 정상화, 금융 규제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부동산 종합 대책을 오는 7월 세제 개편 시기에 맞춰 한꺼번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정치·행정] "국민의 삶 기준, 국정기조 바뀔 게 없다"
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 결과와 투표지 부족 사태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여당의 완승으로 보기 어려운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은 하늘이며 이번 지선 결과는 국민이 정권에 주는 엄중한 경고”라며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국정에 임하라는 주권자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자성했다. 다만 일부의 국정 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국민의 삶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국정 기조 자체는 바뀔 게 없다”고 선을 그으며 주어진 권한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혁신 정책들을 지금보다 더 빠르고, 과감하게 집행해 나가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확고히 했다.
특히 선거 당일 발생한 투표지 부족 사태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모범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헌정사상 초유의 비정상적 행정 참사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이것이 단순한 표 수나 선거 결과의 문제를 넘어 주권자의 참정권을 대책 없이 방치해 주권 행사를 막은 근본적인 헌법적 권리 침해라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상 독립기관을 이유로 감사를 거부한 만큼 행정부 차원의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고의성 및 부실 여부를 규명하고 국회·사법부·헌법재판소 등 4부 요인 책임자 회의를 소집해 헌정 시스템 복구를 위한 범국가적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퇴한 국무총리의 후임 인선과 함께 중소벤처기업부 등 4~5개 부처의 개각 구상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성숙 중기부 장관 후보자를 총리 다목적 카드로 언급하며 향후 내각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공직 사회의 칸막이를 부수며 일만 할 수 있는 철저한 실무 실주형 인재로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中·러와 관계 정상화로 지정학 리스크 관리"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격변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익과 주권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외교 안보 전략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남북 관계가 과거 정부들의 적대적 위협과 군사적 충돌 유도로 인해 장벽이 쌓일 만큼 최악의 상태로 단절됐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응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강력한 자주국방 역량을 갖추되 주변국인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정상화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장기적인 비핵화의 이상적 목표는 결코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으로 핵물질과 ICBM 기술이 계속 축적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협상의 단기 목표로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 및 ‘해외 반출 금지’, ‘기술 개발 중단’ 등 실질적인 모라토리엄을 이끌어내는 단계적·분리적 접근법을 취해야 하며 이를 위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상호군사지원협정(ACSA) 등 한일 군사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국민 정서와 동조해야 한다는 금도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 “안보를 위한 한일 협력의 현실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거 침략 역사와 영토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정리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급한 군사 결착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의 만남을 언급하며 “주먹질을 당해 상처를 입은 피해자에게 치료비나 사과도 없이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일 군사협력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바닥에 있는 역사적 정서가 치유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므로 현재는 철저한 속도 조절과 정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사회·미디어] "미디어 생태계 정상화 통해 민주주의 수호"
마지막으로 사회·미디어 분야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건전한 공론장 유지와 민주주의 시스템 수호를 위해 미디어 생태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고강도 비판과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주권자가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객관적 정보를 투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제1 책무이자 보호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조작된 가짜뉴스와 왜곡 보도는 주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해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헌정 질서 파괴 행위’이자 사회적 ‘중범죄’로 규정했다. 정당한 비판이나 의견 개진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보장돼야 하지만 사실관계 자체를 악의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견해다.
특히 최근 미디어 환경에서 만연한 ‘따옴표 보도’ 관행에 대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취재 기자가 사실 여부를 검증하지 않은 채 누군가의 악의적인 주장이나 허위 사실을 단순히 홑따옴표나 곁따옴표 안에 넣어 인용 형식으로 제목에 뽑아내는 행태는 언론의 공신력을 남용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보다 그 발언 내부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 기자의 의무임을 상기시켰다. 대다수의 언론인들이 정론직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극소수의 언론 참칭 세력이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고 판단하며 특별한 보호를 받는 언론의 자유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법적·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아래 가짜뉴스와 무책임한 보도 행태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 비정상적인 미디어 환경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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