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CI./CI=각 사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가로막히며 기존 성장 전략의 한계에 직면하자, 해외 시장을 겨냥한 ‘금융 서비스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단순한 ‘은행’ 역할을 넘어 기술과 기능을 외부에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는 흐름이 엿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주요 인터넷은행들은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 구조가 규제로 제약을 받자, 결제·송금·신용평가·계좌 개설 등 금융 기능을 모듈화해 제공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수출’ 전략을 가장 선도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를 통해 모바일 뱅킹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현지에 이식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앱 개발과 서비스 설계를 주도하며 사실상 ‘은행 운영 시스템(OS)’을 수출하는 방식이다. 몽골에서도 MCS그룹과 협력해 ‘M Bank’를 중심으로 지분 투자와 함께 자체 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적용하는 등 기술 기반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경험을 축적한 뒤 점진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은행 운영 플랫폼’ 전략으로 해석된다.
케이뱅크는 송금·결제 기능을 중심으로 한 ‘금융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태국 카시콘뱅크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결제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기존 국제결제망(SWIFT) 대비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기반 송금 등은 관련 법·제도가 아직 정비되지 않아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현재는 기술 검증(PoC) 단계로, 중동 지역에서도 원화와 디르함을 연결하는 결제 구조를 구상 중이지만 사업화 여부는 규제 환경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제 인프라 자체를 서비스화하는 ‘금융 네트워크 플랫폼’ 전략으로 평가된다.
토스뱅크는 금융 기능을 API 형태로 제공하는 BaaS(Banking as a Service)를 중심으로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분 투자나 현지 은행 설립 대신, 플랫폼 역량을 기반으로 금융 기능을 외부 기업에 제공하는 ‘경량화된 진출 전략’이다.
토스는 지난 2월 리투아니아에 ‘Toss EU’ 법인을 설립하며 유럽 진출을 위한 거점도 확보했다. 리투아니아는 한 국가에서 금융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EU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패스포팅’ 제도가 적용되는 지역으로,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이처럼 인뱅 3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대출 중심 은행’에서 ‘금융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성이 일치한다. 국내 시장 포화와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기존 성장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금융권에서는 은행의 경쟁력이 자본 규모가 아닌 ‘기술과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 기능을 쪼개 API 형태로 제공하거나, 특정 기능만 떼어내 서비스화하는 ‘모듈형 금융’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와 중남미 등 금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모델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해외사업이 단기간 내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지 규제, 시장 경쟁, 초기 투자 부담 등 복합적인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각국의 데이터 규제와 금융 라이선스 요건이 상이해 사업 확장 속도를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인뱅들은 국내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 등으로 수익 기반을 보완하는 동시에, 해외에서는 파트너십과 기술 수출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로 기존 성장 경로가 막힌 상황에서, 플랫폼 기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며 “향후에는 단순 금융 서비스를 넘어 데이터·신용평가·결제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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