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윤은기 칼럼니스트] 인류의 일상을 지배해 온 스마트폰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새로운 플랫폼의 대격돌이 시작되었다. 2026년은 AI 글래스 대중화의 원년이다. 손가락 시대가 저물고 눈과 귀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메타(Meta)가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지난 5월 19일 미국 구글 I/O 2026에서 삼성전자와 구글이 마침내 안드로이드 XR 기반의 AI 글래스 실물을 최초로 공개하며 선전포고를 날렸다.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AI 글래스 시장 규모는 약 56억 달러(약 7조 원) 수준이지만, 출하량은 전년 대비 15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해 1,000만 단위를 넘어설 전망이다. 2030년 이후에는 12조 원이 넘는 거대 시장으로의 진입이 확실시된다.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의 비서였다면, AI 글래스 시대의 ‘얼굴’은 그 자체로 거대한 비즈니스 영토가 된다. 이번에 공개된 연합군의 AI 글래스는 무겁고 어지러운 디스플레이 화면을 과감히 없앴다. 대신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만을 탑재해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컴패니언(Companion) 기기’ 전략을 택했다.
스마트폰을 꺼내고, 잠금을 풀고, 앱을 켜는 수 초의 지연 시간마저 제로(0)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사용자는 그저 안경을 쓴 채로 눈앞의 외국어 메뉴판을 보고,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목소리 톤까지 반영된 번역을 귀로 듣는다.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인지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기술을 통해 일상을 비서처럼 보좌한다. 정보 검색과 일상 처리에 걸리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압축하여 인간 역량을 확장하는, 진정한 ‘시테크 2.0’의 구현이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매력’이 없으면 실패한다.”
AI 글래스 시장에는 기존 IT 기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복병이 존재한다. 스마트폰은 주머니나 가방에 넣으면 그만이지만, 안경은 타인에게 가장 먼저 노출되는 나의 ‘얼굴(face)’이자 나를 표현하는 ‘정체성(Identity)’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고성능 AI 기능을 탑재했어도 투박하고 해괴한 ‘장비’의 형태라면 대중은 결코 지갑을 열지 않는다. 과거 구글 글래스가 기술적 찬사 속에서도 ‘기괴한 디자인’으로 외면받았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결국 기술이나 성능의 우위보다 앞서는 것은 얼굴 위에 얹을 만한 ‘멋과 매력’이다. 소비자가 쓰고 싶고, 보여주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곧 최고의 경쟁력이 된다.
메타(Meta) 진영의 행보를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메타의 파트너인 글로벌 아이웨어 거두 레이밴(Ray-Ban)이 최근 글로벌 팝(Pop) 아이콘인 블랙핑크의 제니를 브랜드 앰버서더로 전격 위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한 스타 마케팅이 아니다. 제니가 착용하는 순간, IT 기기는 가장 트렌디한 ‘워너비 패션 아이템’으로 탈바꿈한다. 첨단 기술에 압도적인 문화적 매력의 옷을 입혀 대중의 심리적 장벽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매력 자본(Attraction Capital) 전쟁’의 서막이다.
이번 구글 I/O에서 삼성·구글 연합군이 메타의 독주를 막기 위해 꺼내든 카드 역시 강력한 초협력의 결과물이었다. 이들은 글로벌 아이웨어 트렌드를 이끄는 한국의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및 미국의 ‘워비파커(Warby Parker)’와 손을 잡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특히 젠틀몬스터는 과거 제니와의 독창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글로벌 패션 피플들을 사로잡았던 주역이다. 이 흥미진진한 대결 구도는 이종(異종) 산업 간의 DNA가 대등하게 결합한 ‘X경영’의 정수를 보여준다.
만약 글로벌 IT 공룡들이 거대 자본만 믿고 자체 디자인으로 안경을 만들었다면, 결코 패션 브랜드가 가진 특유의 감성과 매력을 따라잡지 못했을 것이다.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결합하는 ‘초협업’을 통해 단순한 더하기(+)가 아닌, 기하급수적인 가치 창출의 곱하기(×) 시너지를 낸 것이다.
AI 글래스가 여는 새로운 세계는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제 기술 독점이나 단일 역량만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는 끝났다. 기술을 아는 자는 예술적 매력을 수용해야 하고, 철학을 다루는 자는 디지털을 이해해야 한다. 서로 다른 분야를 종횡무진 연결하여 새로운 매력을 창출하는 ‘폴리매스(Polymath)적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글래스가 여는 신세계의 문은 이미 열렸다. 그리고 그 문을 통과하는 성공 열쇠는 첨단기술과 문화예술을 융합하여 ‘최고의 매력’을 완성하는 것이다.
“AI혁명 시대, 매력이 경쟁력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윤은기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학 석사, 인하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차관급),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 서울시공무원면책심의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협업발전포럼 회장, 대한민국 백강포럼 회장, 백소회 회장, 공군정책발전자문위원장, 도산애기애타지도자아카데미 학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방송활동으로 KBS 제1라디오 ‘생방송 오늘’, EBS TV ‘직업의 세계’, MBN TV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등이 있다. 주요저서로는 <X경영(2025)>, <협업으로 창조하라(2015)>, <대한민국 국격을 생각한다(2010)>, <매력이 경쟁력이다(2009)>, <時테크 시간창조의 기술(1992)>, <정보학 특강(1987)> 등이 있다.
수상경력으로 ‘공군을 빛낸 인물(2015)’, ‘대한민국공군전우회 자랑스러운 공군인(2015)’, ‘제9회 한국HRD대상 CHO부문 대상(2011)’, ‘홍조근정훈장(2009)’, ‘산업교육대상 명강사부문(199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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