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유전체 및 정밀의료연구회 정진옥 회장(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유전체 정보로 질환 경과·치료 반응 파악해 정밀의료 실현할 수 있어"
대한심장학회 유전체 및 정밀의료연구회 정진옥 회장(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정밀의료는 모두에게 같은 치료를 적용하던 일률적 치료에서 벗어나 환자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시대를 열었다.
심혈관질환 분야에서도 정밀의료는 유전성 심혈관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환자별 특성에 따른 체계적 치료를 가능하게 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대한심장학회 유전체 및 정밀의료연구회가 창립했다. 연구회는 심부전뿐 아니라 부정맥, 혈관질환, 대동맥질환 등 모든 심혈관질환의 유전적 요인과 임상 데이터를 아울러 조기 진단 및 최적 치료, 예후 예측 등을 논의하는 학술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연구회 정진옥 회장(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과거에는 유전성 심혈관질환이라 하면 불치병이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많은 유전체 정보가 공개됐고 이에 맞는 치료제도 개발됐다"며 "유전성 심혈관질환 환자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미래 치료전략을 구축하기 위한 정밀의료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심혈관질환에서 유전체 및 정밀의료가 중요한 이유와 함께 연구회 활동 계획을 들었다.
- 심혈관질환에서 유전체와 정밀의료가 중요한 이유는?
환자별 최적 치료를 제공하려면 맞춤형 정밀의료가 필수다. 과거에는 유전성 심혈관질환 진단 자체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많은 유전체 데이터가 구축되고 이를 겨냥한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대표적으로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과 비후성 심근병증의 경우, 특정 유전자 변이를 겨냥한 약제가 등장하면서 조기 진단 이후 빠르게 치료해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심장이식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유전체 검사에서 예후가 나쁜 유전자를 보유했는지 확인해 이식 시기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유전체 정보로 질환 경과와 치료 반응 등을 파악해 심혈관질환에서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유전체 및 정밀의료 분야에 대한 의료진 인식은 어떤가?
진료현장에서 의료진 간 인식 격차가 큰 상황이다. 유전체 검사와 정밀의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시스템을 갖춘 병원에서는 심장내과(순환기내과)와 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콘퍼런스나 화상회의를 열고 유전체 정보를 공유하며 임상적 의미를 논의한다.
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병원에서는 이 같은 협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관상동맥스텐트 등 시술 분야는 지역 간 차이가 거의 없지만, 중증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을 다루는 유전체 및 정밀의료 분야에서는 의료진 관심부터 격차가 존재한다.
이에 본 연구회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유전체 검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심을 유도하며 실제 진료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인식 확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토대로 국내 상황에 맞는 전문적인 정밀의료 치료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 유전체 분석 기반 정밀의료를 실현하는 데 있어 현실적 제약은?
보험 수가 문제가 가장 크다. 아밀로이드증, 비후성 심근병증, 확장성 심근병증 등은 유전체 정보를 통해 중증 치료를 조기 시작해야 하는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유전체 분석이 가능한 검사에 적용되는 선별급여 본인부담률이 50%에서 80%로 상향되면서 환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유전성 심혈관질환은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검사 비용이 높아 조기 진단을 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검사 후 사후관리 체계도 부족하다. 예로, 1년 전 유전체 검사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불확실 변이로 판정됐지만 이후 정보가 업데이트되면서 병원성 변이로 재분류되기도 한다. 이 경우 환자에게 병원성 변이가 확인됐다고 알려야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이 같은 관리를 지속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가 해결돼야 진료현장에서 진정한 의미의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유전체 및 정밀의료 분야에서 주목해야 할 이슈는?
단순히 유전체 정보를 얻는 단계를 넘어 이를 분석하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영역까지 검사 가능해졌다. 아직 진료현장에 도입되지 않았지만 실용화 단계에 근접했다고 본다.
게다가 앞으로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새로운 정보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UK 바이오뱅크처럼 공개되는 유전정보가 많아지고 AI 분석이 정교해지면서 AI를 활용한 정밀의료 시대가 더욱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눈으로 직접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보다 컴퓨터가 문제를 식별하는 속도가 압도적이다. 유전체 검사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AI를 활용함으로써 복잡한 유전변이 중 질환 관련 이상징후를 찾아내는 과정이 수월해질 것이다. 이는 의료진이 검사 결과를 이해하고 진료현장에 적용하는 데 도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AI 기반 데이터를 활용했을 때 실제 환자 예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는 규명해야 할 숙제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진료현장에 완전히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환자 예후를 고려해 특정 유전자 변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 연구회에서 계획 중인 연구가 있다면?
아직 구체적인 연구 방향을 고민하는 단계다. 가장 큰 관건은 연구비 확보다. 예산 문제로 인해 연구회 차원의 대규모 다기관 연구를 시작하기엔 준비가 더 필요하다. 이에 소규모 레지스트리를 우선 구축해 지금까지 개별 병원에서 확보한 데이터만이라도 통합해 논의하고 있다. 분야별 연구자들이 모여 공통된 관심사를 논의하고 연구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 유전체 기반 정밀의료가 심혈관질환 관리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우리나라는 유전질환이라고 하면 낙인(stigma)을 찍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질환을 진단하는 것은 낙인을 찍기 위함이 아닌,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진료와 치료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 접근할 때 '희귀질환'이나 '정밀의료'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정밀의료 일환으로 유전체 검사를 수행하고 최적 치료를 찾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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