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사태 이후 이란 테헤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추정치가 업종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항공과 여행주는 유가 급등 여파로 줄줄이 하향된 반면, 정유와 증권, 반도체 업종은 오히려 상향 조정됐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제시한 265개사 가운데, 2월 27일 대비 실적 추정치가 가장 크게 하향된 종목은 제주항공으로 집계됐다.
제주항공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67억원으로, 2월 27일 414억원 대비 59.8% 급감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사 수익성 악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 유가 충격에 항공·여행주 직격탄
유가 상승은 항공사의 유류비 부담을 키우는 핵심 변수다. 고정비 성격의 비용이 확대되면서 실적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수기에 해당하는 올해 2분기는 유류비 상승과 맞물려 다소 부진한 실적을 전망한다"며 "유가에 따라 하반기 실적도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도 같은 기간 1조4447억원에서 1조4093억원으로 2.5% 하향 조정됐다.
아이에스동서는 21% 낮아지며 제주항공 다음으로 낙폭이 컸고, 노머스(-20%), 대한유화(-12%), 빙그레(-7%) 등도 줄줄이 하향됐다.
여행 수요 둔화 우려도 반영됐다. 유류 할증료 상승으로 여행 비용이 증가할 경우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GKL 영업이익 추정치는 658억원에서 631억원으로 4.1% 낮아졌고, 롯데관광개발(-1.9%), 하나투어(-0.4%) 등 여행 관련 종목도 동반 하향됐다.
◆ 정유·증권·반도체 '반사 수혜'…고유가 업종 부각
반면 고유가 수혜 업종은 실적 눈높이가 올라갔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마진 개선 기대가 반영되면서 SK이노베이션(6.0%), S-Oil(6.1%) 등 정유주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됐다.
증권주도 거래대금 증가 기대에 실적 전망이 개선됐다. 미래에셋증권(5.3%), NH투자증권(3.1%) 등이 상승 흐름을 보였다. 전쟁 불확실성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가 거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실적 추정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4억원으로 2월 말 9억원 대비 188% 상향됐다. SK스퀘어(59%), 씨어스테크놀로지(21%), 큐렉소(18%), 펄어비스(15%) 등도 뒤를 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반도체 업종의 상향 조정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203조1071억원으로 2월 말 대비 10.9% 늘었고, SK하이닉스도 170조9207억원으로 9.5% 증가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0.3%), 현대차(-0.2%), 한화에어로스페이스(-0.4%) 등은 소폭 하향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물류 정상화에 3∼6개월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2분기에도 유가는 배럴당 평균 89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가·금리가 높게 유지될 때 유리한 업종인 에너지, 건설, 전력, 상사, 방산, 은행, 보험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전쟁과 무관하게 성장하는 업종에 대한 전략도 제시됐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전략 측면에서 전쟁 결과와 상관 없이 오를 수 있는 업종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방공 시스템과 에너지 자립 수요는 전쟁 중에도, 전쟁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헤일로'(반도체를 포함해 하드웨어 종목 위주로 매매하는 것) 전략 측면에서 성장 인프라 관련 업종인 반도체, 방산, 전력기기, 원전 업종 비중을 높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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