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동반 상승. 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국제 유가 급등에 대비해 민간 부문까지 차량 5부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9일 에너지 위기 상황이 심화될 경우 민간에도 차량 운행 제한을 의무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KBS 프로그램 ‘일요 진단’에 출연해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3단계(경계)로 격상해야 한다”며 “민간에도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을 넘어 부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자율 참여를 권고하고 있지만, 유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의무화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를 주요 기준으로 제시했다. 현재 유가가 100~11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추가 상승 시 소비 억제를 위한 강도 높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구 부총리는 “그 정도 수준이면 시장 가격이 크게 올라가고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유가로 인한 민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도 병행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유류세 추가 인하 여지를 열어두고 있으며, 나프타 등 핵심 원료 부족에 대비해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동시에 산업별 원자재 사용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에너지 수급 안정 대책으로는 원전 가동률 확대와 함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가 제시됐다. 정부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공급 불안을 고려해 에너지 믹스를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약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고유가 충격에 대응할 방침이다. 지원 분야는 고유가 대응을 비롯해 소상공인·자영업자·물류·택배업자·청년층 지원, 산업 경쟁력 강화, 공급망 안정 등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구 부총리는 “이번 추경은 초과 세수를 활용하는 것으로,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과 관련해서는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구 부총리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약 4200억달러, 대외 순자산은 9000억달러 수준”이라며 “국민들이 걱정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한 이른바 ‘3대 패키지’도 추진 중이다. 해외 투자 자금을 국내로 유도하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도입,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 추진이 핵심이다. 특히 WGBI 편입을 통해 약 500억~600억달러 규모의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주택 공급 확대와 금융 혁신이 우선이며,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정책 수단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청년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구조적 요인을 짚었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와 산업 구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일 경험 프로그램, 직무 역량 강화 교육, 창업 지원 등을 포함한 ‘청년 뉴딜 정책’을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대미 투자 확대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를 통해 첫 번째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에너지 분야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동시에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관련해서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기반을 바탕으로 ‘피지컬 AI’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제시됐다.
구 부총리는 오는 7월 세법 개정 과정에서 조세 지출 구조조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만성적으로 유지되는 조세 지출은 원칙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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