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안부
위안부 사죄 ‘고노 담화’ 주역 고노 요헤이 별세
중앙일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을 담화로 표명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
10일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고노 전 의장은 지난 8일 별세해 가까운 친족만 참석한 가운데 장례가 치러졌다. 추후 별도 작별 모임이 열릴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고노 전 의장은 1937년 일본 가나가와현 히라쓰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농림대신과 건설대신을 지낸 고노 이치로(河野一郎), 삼촌은 참의원 의장을 지낸 고노 겐조(河野謙三)다. 아들 고노 다로(河野太郎) 의원도 외무상과 방위상, 디지털상 등을 지냈다.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고노 전 의장은 1967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소속으로 처음 당선됐고 이후 14선 의원으로 40년 넘게 중의원을 지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내각에서는 부총리 겸 외무상을 지냈고,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모리 요시로(森喜朗) 내각에서도 외무상을 역임했다. 2003년에는 중의원 의장에 취임해 2009년까지 재임했다. 의장 재임 기간은 2029일로 당시 헌정사상 최장 기록이었다.
고노 전 의장은 한국에도 익숙한 일본 정치인이다. 1993년 8월 4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내각의 관방장관이던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죄와 반성을 담은 ‘고노 관방장관 담화’를 냈다.
담화는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군의 관여와 강제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고노 전 의장은 당시 위안소가 일본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설치됐고 위안소 설치와 관리, 위안부 이송에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밝혔다. 모집 과정에서도 감언과 강압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해 끌려간 사례가 많았고 관헌 등이 직접 가담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고노 전 의장은 담화에서 위안부 문제를 “당시 군의 관여 아래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을 깊이 상처 입힌 문제”라고 규정한 데 이어 피해자들에게는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뜻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문서에 사죄와 반성이 명시된 이 담화는 이후 한·일 과거사 외교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됐다.
그러나 고노 담화는 발표 이후 일본 정치권에서 논란의 대상이었다. 일본 보수 진영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둘러싸고 담화 수정과 검증을 요구해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인 2014년에는 담화 작성 과정을 검증한다는 명목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한국 정부와 피해자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이지만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란은 이후에도 반복되고 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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