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출처=CNBC]
[뉴시안= 최유진 기자]이란과의 전쟁 지속과 호르무즈 해협의 석유 봉쇄라는 최악의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미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NBC 보도에 따르면, 이날 S&P 500 지수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역대 최고가로 장을 마감하며 시장의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많은 투자자가 "전쟁 중인데 왜 주가가 오르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의 '선반영' 특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과거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지배하는 'TACO' 트레이드... "트럼프는 결국 치킨아웃 할 것"
현재 시장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논리는 이른바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레이드다. 이는 '트럼프는 항상 마지막 순간에 겁을 먹고 물러선다'는 의미의 약자로, 경제적 고통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한발 물러설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학습된 믿음을 반영한다.
무디스의 수석 경제학자 마크 잔디는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승리를 선언하며 피벗(정책 전환)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장은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했다가 증시가 12% 폭락하자 며칠 만에 이를 유예했던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시장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조 세이들 J.P.모건 프라이빗 뱅크 선임 경제학자의 말처럼, 투자자들은 이번 전쟁 역시 단기적 진통 끝에 외교적 해법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돈을 걸고 있는 셈이다.
전쟁 시나리오와 무관한 'AI·테크 붐'의 위력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는 또 다른 축은 인공지능(AI)과 기술주 중심의 강력한 성장 모멘텀이다. S&P 500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테크 기업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는 별개의 역동성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가 '테크 붐'의 한복판에 있으며, 투자자들은 기술 주기(Tech Cycle)가 끝나기 전까지는 낙관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여기에 공화당의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을 통한 법인세 혜택과 설비 투자 즉시 공제 등의 조치가 기업들의 세후 이익을 뒷받침하며 강력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
오만에서 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하는 미국과 이란 간의 2주간 임시 휴전 이후 해협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게티 이미지/CNBC]
호르무즈 봉쇄 지속... '낙관론'이 빗나갈 경우의 위험성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이란은 전 세계 석유 및 천연가스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차단한 상태다.
지난 4월 7일 체결된 2주간의 일시 휴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은 서로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 측이 핵무기 개발 중단 요구를 거절함에 따라 파키스탄에서의 평화 회담이 결렬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샤 연구국장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깊은 고통이 따를 것"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시장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고 대립을 지속할 경우, 증시는 최소 10% 이상의 하락을 의미하는 '풀다운 조정'이나 그 이상의 폭락을 맞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금의 기록적인 랠리는 "전쟁은 곧 끝날 것이고, 경제는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집단적 확신이 만든 결과물이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장세일수록 시장의 소음에 휘둘리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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