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마트 가전매장에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아시아에이=이준호 기자] 글로벌 TV 시장 판도를 뒤흔들 합작사가 출범한다. 세계 2위 TV 제조사 중국 TCL과 프리미엄 TV 원조 일본 소니가 손을 잡으면서다. 중국의 압도적인 원가·생산 경쟁력에 일본의 프리미엄 브랜드 파워가 결합하면서, 20년 가까이 세계 TV 시장 1·2위를 수성해 온 삼성전자와 LG전자 입지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TCL과 소니는 지난달 31일 TV 및 홈엔터테인먼트 사업 합작사 '브라비아(Bravia Inc.)' 설립을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율은 TCL이 51%, 소니가 49%를 가지며, 내년 4월 본격적인 사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합작사를 통해 생산되는 제품은 기존처럼 소니와 브라비아 상표를 달고 판매된다.
이번 합작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선다. 하드웨어 제조와 패널 공급망을 장악한 TCL이 소니 화질 처리 기술과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인지도를 고스란히 흡수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당장 내년 4월 합작사가 출범하면 단숨에 삼성전자의 1위 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시그마인텔 등은 합작 시너지가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TCL이 삼성전자를 꺾고 출하량 기준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중국 저가 공세와 선을 그어왔던 K-가전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TCL이 소니 브라비아 브랜드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 파격가로 진입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정면승부를 피할 수 없다. 특히 유일한 약점이었던 OLED 라인업 부재를 소니 기술력으로 메우게 된 TCL은 프리미엄 화질을 앞세우는 LG전자에게도 뼈아픈 위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시 경제 환경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동 분쟁 장기화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급등하는 등 해상 물류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고환율 기조까지 겹치며 가전업계는 수익성 악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패널이나 폼팩터 같은 하드웨어 스펙만으로는 중국 자본과 결합한 합작사를 따돌리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스마트홈 허브로서의 역할과 AI 생태계 주도권 확보가 유일한 돌파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중국이 저가 공세를 펼쳐도 '초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선을 그으며 버텨왔다. 하지만 TCL이 소니, 브라비아의 껍데기를 쓰고 프리미엄 시장에 반값 수준으로 진입한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기존 가격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