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클립아트코리아
2004년 9월 13일.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은 101%’ 추석 특집 녹화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각종 애니메이션과 외화 더빙으로 친숙한 목소리를 들려줬던 성우 장정진 씨가 게임 도중 송편이 기도를 막으면서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송편 빨리 먹기 게임 도중 갑자기 호흡곤란
당시 장 씨는 프로그램의 코너 ‘골목의 제왕’을 촬영하고 있었다. 게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출연자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음식을 빠르게 먹는 과정이 포함돼 있었다.
장 씨 역시 게임에 참여해 송편을 급하게 먹던 중 기도가 막히면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현장에 함께 있던 전 레슬링 국가대표 심권호 씨 등이 장 씨의 상태를 발견하고 응급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장 씨는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장 씨는 곧바로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겨져 외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기도가 막히면서 뇌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 상태라며 의식을 되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음식이 떡이었다는 점도 주목됐다. 떡처럼 점성이 높고 잘 달라붙는 음식은 기도를 완전히 막을 경우 제거가 쉽지 않아 질식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생전 성우 장정진 씨의 모습. SBS 보도화면 갈무리
한때 호흡 되찾았지만…한 달 뒤 끝내 사망
사고 이후 장 씨는 한때 스스로 호흡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약 한 달 뒤인 2004년 10월 11일 장 씨는 다발성 장기부전에 따른 심정지로 숨졌다. 향년 51세였다.
장 씨는 1977년 KBS 성우로 데뷔한 뒤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와 ‘천방지축 하니’의 홍두깨 선생을 비롯해 ‘명탐정 코난’의 유명한, 영화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 등 수많은 작품의 더빙을 맡으며 대중에게 익숙한 목소리로 사랑받았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방송가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탁재훈, 임창정, 주영훈 등 동료 연예인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억했다.
장례 절차를 앞두고는 보상 문제를 놓고 유족과 KBS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만 장례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사고 뒤 코너 폐지…방송가 ‘안전 불감증’ 도마
사고는 당시 예능프로그램 제작 관행을 둘러싼 논란으로도 번졌다. 출연자에게 음식을 빠르게 먹게 하거나 신체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안전 관리가 충분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 씨가 사고를 당했던 ‘골목의 제왕’은 폐지됐고 ‘일요일은 101%’도 이후 종영했다. KBS 측은 “뼈를 깎는 반성 속에서 이번 일을 거울삼아 모든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에서 출연자의 안전을 최우선하도록 제작 방향을 개선해 왔으며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후 방송가에서는 출연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이나 웃음을 강조하는 예능 연출 방식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장 씨의 사고는 방송 현장에서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한 사건으로 남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