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頭:Do)댄스 무용단 초연작 창작춤극 ‘홍년이의 달빛 그릇’
두(頭:Do)댄스 무용단 초연작 창작춤극 ‘홍년이의 달빛 그릇’
고향을 향해 걷던 홍년 앞에 신비로운 존재 ‘월령’이 나타났다. “그만, 그만 하거라. 거기서 더 들어서면 달빛이 닿지 않으니까” 홍년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뒤 “나는 월령이야, 달이 뜨는 밤이면 달빛을 지키지”라며 능청스럽게 자신을 소개했다.
두(頭:Do)댄스 무용단의 초연작 창작춤극 ‘홍년이의 달빛 그릇’이 19일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에서 펼쳐졌다.
이번 무대는 추석을 앞둔 홍년이 고향과 부모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 그리움과 상실, 다시 살아갈 힘을 춤으로 풀어냈다.
구수한 입담과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곳곳에 활기를 더하며, 웃음과 슬픔을 오가는 이야기 끝에는 관객까지 춤판으로 불러들였다.
무대는 잠든 홍년이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장면으로 문을 열었다. 반가운 마음에 보자기에 짐을 싸고 달려가려 하지만 아무리 서둘러도 엄마에게 닿을 수 없다. 자꾸만 손에서 흘러내리는 보자기와 허공을 향해 뻗는 몸짓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이내 무대는 왁자지껄한 명절 풍경으로 전환됐다. 여인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장만하고 홍년과 친구들은 장난을 주고받으며 송편을 빚었다.
경쾌한 음악과 빠른 발놀림, 생활 속 움직임을 옮겨놓은 듯한 몸짓이 어우러지며 명절을 앞둔 마을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차오른 달을 바라보던 홍년이 부모를 떠올리면서 흥겨움 사이로 다시 그리움이 스며들었다.
두(頭:Do)댄스 무용단 초연작 창작춤극 ‘홍년이의 달빛 그릇’
길을 나선 홍년이 만난 월령과 달빛의 정령들은 공연에 활기를 더했다. 특히 정령들이 관객들의 박수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객석의 박수 자체가 공연의 장단이 됐다.
박수 장단에 맞춰 정령들의 장난기 넘치는 움직임이 이어지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대에서 건넨 몸짓에 관객이 박수로 답하고, 정령들이 다시 춤으로 화답하면서 무대와 객석이 자연스럽게 호흡했다.
밝고 유쾌했던 분위기는 고향집에 가까워지면서 급변했다. 홍년 앞을 가로막은 검은 그림자와 달빛의 정령들이 맞서는 장면에서는 움직임이 한층 거칠고 빨라졌다. 달빛과 어둠의 대립이 지나간 뒤 무대에는 다시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고향집에 들어선 홍년이 마주한 것은 부모의 부재였다. 앞선 장면에서 무대를 채웠던 웃음은 사라지고, 부모를 만날 수 없다는 현실과 마주한 홍년의 슬픔이 춤으로 이어졌다. 그림자들의 군무가 더해지며 그리움은 상실의 감정으로 깊어졌다.
월령이 건넨 “돌아오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끝내 돌아가고 싶은 마음, 그것이 그리움이다”라는 말은 이날 무대의 정서를 압축했다.
두(頭:Do)댄스 무용단 초연작 창작춤극 ‘홍년이의 달빛 그릇’
홍년에게 고향은 돌아가고 싶어도 부모가 기다리던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부모를 향한 그리움 역시 지워내는 것이 아니라 기억으로 품고 살아가야 할 마음으로 남았다.
하지만 작품은 슬픔에 머물지 않았다. 홍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람들과 명절 음식을 마무리하고 상을 차렸다. 함께 음식을 나누고 웃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무대에는 다시 삶의 온기가 채워졌다.
마지막 강강술래에서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마저 사라졌다. 홍년과 마을 사람들, 월령과 달빛의 정령들이 원을 그리자 관객들도 하나둘 무대로 올라 손을 맞잡았다.
무용수와 관객이 함께 원을 돌며 춤을 추자 공연장은 말 그대로 한바탕 놀이판이 됐다.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던 관객들이 어느새 이야기의 한가운데로 들어온 순간이었다.
‘홍년이의 달빛 그릇’은 한 사람의 그리움에서 시작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어울림으로 번지며 막을 내렸다.
두(頭:Do)댄스 무용단 초연작 창작춤극 ‘홍년이의 달빛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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