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레오 14세 교황 비난 발언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교황의 반전(反戰) 메시지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굳건했던 동맹 관계에 균열을 내는 모양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한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종교 지도자가 정치 지도자의 말대로 행동하는 사회라면 매우 불편할 것"이라며 "교황에게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멜로니 총리는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교황 비난을 겨냥해 "용납할 수 없다"며 "교황이 평화를 촉구하고 모든 형태의 전쟁을 규탄하는 것은 옳고도 정상적인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 시국을 품은 이탈리아의 정상으로서,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더라도 교황의 편에 선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멜로니에게 충격받았다. 그가 용기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멜로니 총리가 이번 전쟁에서 미국을 돕지 않았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2분 만에 이탈리아를 날려버리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멜로니야말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이탈리아 국민들이 원유 확보에 소극적인 자국 지도자를 결코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충돌은 교황이 최근 전쟁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촉발됐다. 교황은 기도회 등을 통해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으며, 전쟁을 벌이는 이들의 기도는 거부당할 것"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보유를 괜찮다고 생각하는 교황은 원치 않는다",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그는 바티칸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급기야 자신을 예수에 빗댄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SNS에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할 만큼 미국과 가장 가까운 유럽 지도자로 꼽혔던 멜로니 총리의 관계는 최근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국제법 범위를 벗어났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멜로니 총리는 중동발 에너지난 해결 방안에 대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며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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