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SK하이닉스 발(發) ‘회사 이익 배분’ 요구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를 넘어 자동차·조선·방산 등 업황이 좋은 대기업과 하청노조까지 번지고 있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지난해 회사 순이익의 30% 재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을 비롯해 상여금 800%와 시급제를 완전월급제로 전환하는 것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성과급 상한액 폐지와 기본급 인상(11.14%) 및 현금성 성과급(타결금·격려금) 약 4000만원을 요구하기로 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원청과 동일한 임금뿐 아니라 성과급까지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봉법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자신이 소속된 회사 뿐 아니라 원청회사에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올해 하청·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원청 근로자와 동일한 금액 지급을 요구하기로 했다.
노조는 호실적으로 회사의 이익이 커진만큼 그 과실을 직원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되, 지난해 ‘기본급 1000%’였던 상한선도 폐지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증권사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약 233조원으로 예상되는데, 23조원 가량이 성과급으로 쓰이는 셈이다.
이에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 전망치가 약 300조원임을 고려하면, 45조원 가량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올해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현대차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0조3648억원으로 노조 측이 요구하는 30%를 단순 계산하면 3조914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업황 변동과 재무 부담 등을 감안하면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고, 해외 기업들이 시행중인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1987년 창립 이후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성과급은 매년 이사회에서 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연구개발(R&D), 설비투자비용(CAPEX) 등의 투자에 쓸 돈을 충분히 남긴 뒤 나머지 자금으로 핵심 인재를 유연하게 보상한다. 엔비디아·마이크론 등의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직원비율은 한 자릿수 대인데, 한국 기업처럼 대규모로 전체 인원에게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각에선 ‘회사 이익 배분’ 성과급 지급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에 투자한 주주 입장에선 현금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보다 대규모 성과급이 앞설 경우 투자에 따른 이익을 온전히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 입장에선 R&D, CAPEX에 투입할 재원이 줄어들어 미래 준비에 부담이 된다”며 “성과급 기준이 한번 높아지면 직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업황이 어려울 때 낮추기 어렵고,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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