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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리는 바다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김나리의 문화이야기]

우리가 바다와 관계를 맺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 바다는 생계를 위한 삶의 터전이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여름휴가 기억으로 바다를 떠올릴 수도 있고, 여가를 보내는 장소일 수도 있다. 실로 바다에 나가보면 대한민국 낚시꾼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우리는 바다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김나리의 문화이야기]

해양인프라 풍부한 남해동부해안

환적항 넘어 항만도시 새 모델로

우리가 바다와 관계를 맺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 바다는 생계를 위한 삶의 터전이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여름휴가 기억으로 바다를 떠올릴 수도 있고, 여가를 보내는 장소일 수도 있다. 실로 바다에 나가보면 대한민국 낚시꾼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항만과 항구는 물건만 오가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 기술이 있고, 해양문화가 켜켜이 형성되어가는 장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국가는 바다를 ‘생산시설’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다. 부산신항은 얼마나 많은 컨테이너를 처리하는지, 진해신항에 선석이 얼마나 더 늘어나는지, 그것이 부산신항보다 얼마나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마산항 크루즈 기항지 신설, 진해 명동 마리나 요트, 웅동 복합관광레저단지, 통영·고성 도심항공교통을 위한 기반시설까지 항만이 비대해지는 동시에 바다를 땅으로 메워나가는 범위도 확장돼간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이러한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해양국가로 성장하고자, 해양수도 부산이 경남·울산과 함께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생태망을 이루고, 물류 생태계를 점점 더 촘촘하게 연결하려면 말이다. 북극항로를 위시해 부산신항과 진해신항을 아시아 대표 환적항으로 성장시키는 일 역시 국가 생존 전략, 우리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 하지만, 항만이 확장되는 동안 우리는 치유와 위로, 회복 공간으로서 바다와 얼마나 멀어졌을까. 아이들은 어떻게 바다를 접하고, 항만을 이해하며, 바다의 생태를 경험하는가. 세계 최대 규모의 항만을 만드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세계와 연결되는 바다를 시민의 일상 속으로 가져오는 일이지 않을까. 개발 규모에 앞서 관계의 구조를 살펴야 하지 않을까. 항만은 해양수산 정책으로, 관광은 관광정책으로, 산업은 산업정책으로, 도시는 도시계획으로 나뉘어 행정은 구분되어 있지만 바다는 그렇게 나뉘지 않는다. 남해동부 바다는 부산에서 진해를 지나 마산과 고성, 사천, 통영, 거제, 여수, 광양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산업생태계이며 하나의 생활권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세계적인 항만도시는 단순히 화물을 많이 처리하는 도시가 아니다. 항만을 통해 새로운 산업이 자라고, 문화가 축적되며, 시민들이 바다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도시다. 남해동부해안은 지금 그 가능성 앞에 서 있다. 세계적인 항만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세계적인 항만도시를 만들 것인가. 두 질문은 전혀 다른 미래로 향해 있다. 항만은 국가가 건설할 수 있지만, 항만도시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문화로 ‘적층’될 수 있다. 더 많은 선석을 확보하는 일과 더 많은 사람이 바다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하는 일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과제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인프라는 단지 부두와 도로, 철도, 공항만이 아니다. 사람이 바다와 관계를 맺게 하는 모든 기반이 인프라다. 해양생태, 항만 기술, 해양레저스포츠, 산업기술과 예술문화가 바다를 통해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일, 시민 누구나 바다를 가까이 경험할 수 있는 공공 공간까지 모두 미래의 해양 인프라다.

부산신항과 북항, 진해신항, 명동마리나가 마산항과 고성, 사천, 통영, 거제, 남해, 여수, 광양이 하나의 해양문화권으로 연결되면, 남해동부해안은 비로소 세계적인 환적항을 넘어 항만도시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바다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야말로 남해동부해안의 미래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나리 피에스아이 스튜디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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