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22조원을 넘게 팔아치운 이번 장세를 두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이탈’이라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숫자를 걷어내고 구조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외국인은 매도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흐름은 탈출이 아니라 정교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가깝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3월 19일부터 4월 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2 거래일 연속 총 22조3848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20조8277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도 물량의 대부분을 받아냈다.
표면적으로는 외국인의 이탈과 개인의 진입이 맞물린 구조지만, 실제 시장 내 힘의 균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지난 30일 KB증권 자산배분 이은택 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60조원에 달하는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내 지분율은 오히려 역사적 고점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도 이후에도 외국인의 시장 영향력이 여전히 견고함을 의미한다.
외국인 매도의 핵심 배경 역시 '탈출'이 아닌 '비중 조절'분석이 우세하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기존 보유 비중이 높았던 업종 중심으로 차익실현이 집중되며 포트폴리오 쏠림을 완화하는 과정이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외국인 매도의 대부분이 특정 업종에 집중됐고, 이를 제외한 영역에서는 오히려 순매수가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추가 매도 가능성도 시사한다. 이미 상승 과정에서 비중이 과도하게 확대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리밸런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매도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은택 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한국 증시의 주요 상승 국면에서도 외국인은 일관되게 순매도 기조를 보였지만, 지수 상승에는 큰 제약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외국인 수급 자체가 시장 방향을 결정짓는 절대 변수는 아니라는 의미다.
◆개인이 받아낸 20조...코스피는 같은 기간 6.7% 하락
문제는 개인 투자자의 포지션이다. 이번 구간에서 개인은 외국인 매도 물량의 약 93%를 흡수하며 시장 노출을 크게 확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5763.22에서 5377.30으로 6.7% 하락하며 개인 매수 타이밍이 하락 구간과 겹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외국인은 비중을 줄이며 리스크를 관리한 반면, 개인은 하락 국면에서 포지션을 확대하며 평균 매입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본부장은 "이번 외국인 매도는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라 이익실현과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며 "한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인식 속에서 포지션을 조정하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장세는 '외국인의 이탈'이 아니라 '외국인의 조정과 개인의 확대'가 동시에 나타난 구간으로 해석된다. 수급의 방향보다 타이밍에서 성과가 갈리며, 개인 투자자들의 전략적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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