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단일 분기 영업이익
AI發 반도체 '삼각편대' 폭발… 하루 평균 6355억 벌었다
삼성전자가 과거의 부진을 씻어내고 AI 시대의 명실상부한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 자리매김했다./픽사베이 이미지,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래픽
삼성전자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5%, 직전 분기 대비 185% 급증하며 한국 기업 역사상 단일 분기 최대 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장 컨센서스를 수조원 웃도는 '메가 어닝 서프라이즈'로, 인공지능(AI) 열풍이 촉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범용 D램·낸드플래시의 세 축이 동시에 폭발한 결과다.
단순 계산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90일 동안 하루 평균 약 63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17~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전고점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국내 기업 수익성의 새로운 기준점이 세워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전체 영업이익의 80% 이상이 반도체(DS) 부문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한다. 세 가지 동인이 동시에 작동했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의 의미는 더욱 크다.
우선 삼성전자의 6세대 HBM4 시장 주도권 확보가 실적을 주도했다는 해석이다. 엔비디아·AMD에 대한 HBM4 공급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일반 D램 대비 5~10배에 달하는 이익률이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한때 경쟁사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HBM4 세대로 넘어오면서 경쟁력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용 D램의 공급 부족 현상도 수익성 개선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AI 서버 투자가 집중되면서 범용 D램 생산 라인이 대거 HBM으로 전환됐고, 이로 인해 시장 내 공급 부족이 심화됐다.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직전 분기 대비 6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범용 D램 시장의 36~38%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범용D램 메이커인 삼성전자는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불균형의 혜택을 완벽하게 누렸다.
오랜 부진에서 벗어난 낸드플래시 사업부도 이번 실적의 숨은 주인공으로 꼽힌다. 적자 국면이 길었던 낸드 부문은 AI 추론 서버용 고용량 기업용 SSD(eSSD)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 낸드 사업부의 흑자 전환이 영업이익의 질적 개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실적을 단순한 호황 국면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과거의 부진을 씻어내고 AI 시대의 명실상부한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 자리매김했다"며 "이런 추세라면 2026년 연간 영업이익 200조원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라고 말했다.
실적 공시 방식에서도 주주 친화적 면모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2009년 국내 최초로 분기 잠정 실적 공개를 시작했고, 2010년에는 IFRS를 선제 도입하는 등 투명 경영 기조를 이어왔다. 이번에도 콘퍼런스콜 이전에 주주 문의 사항을 사전 접수해 답변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강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고 밝혔다.
실적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HBM 생산 능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체 메모리 공급 부족은 2026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c(10나노 6세대) D램과 9세대 V낸드 등 차세대 공정의 양산 속도가 붙으면서 원가 경쟁력 강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2~3나노 공정 수율 안정화에 따른 파운드리 부문의 흑자 전환 역시 하반기 실적을 끌어올릴 추가 동력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돌파할 경우 한국 경제사에 전대미문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분기 최대 실적에 이어 연간 최대 실적이라는 두 번째 역사 쓰기까지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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